[우보세]'칩워(Chip War)'에서 배워야 할 것들

유선일 기자 2024. 5. 17.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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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선 미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 우위를 헛되이 흘려보냈다고 지적하며 "경쟁의 주체는 기업이며 정부는 그저 평평한 운동장을 깔아주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워싱턴(미국 정부)이 빠져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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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챈들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있는 인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를 찾아 팻 갤싱어 인텔 CEO와 반도체 웨이퍼를 살펴 보고 있다. 2024.3.21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챈들러 AFP=뉴스1) 우동명 기자
미국 터프츠대학교 교수 크리스 밀러의 책 '칩워(Chip War)'는 소설처럼 읽히는 논픽션이다. 인물 중심의 서술이 주된 이유일 것이다. 혹자는 "마치 무협지 같다"고 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이 '강호의 고수'처럼 반도체 업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하기 때문이다. 책은 초반부에 '등장인물' 코너를 따로 마련해 TSMC 창업자 모리스 창, 인텔 전 CEO(최고경영자) 앤디 그로브, '무어의 법칙'으로 유명한 인텔 공동창업자 고든 무어 등을 소개한다.

칩워는 반도체 기업이 성공하기까지 주요 인물이 어떤 '혁신'을 이뤄왔고 이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상세히 적고 있다. 1985년 인텔이 D램을 포기하고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을 시작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일본 D램 기업의 급부상으로 인텔의 고민이 컸던 시기다. 책은 "'파괴적 혁신'은 매력적인 말 같지만 현실은 피 말리는 고통이었다"고 묘사한다. 그러나 이런 결정 덕분에 인텔은 이후 CPU(중앙처리장치) 시장 최강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모리스 창이 파운드리(Foundry) 개념을 도입해 TSMC를 설립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당시 그는 인텔, 텍사스인스트루먼트에 협력을 요청했지만 거절 당했다. 고든 무어는 모리스 창에게 "한때 자네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많이 제공했지. 그러나 이건 아닌 것 같네"라고 했다. 그러나 모리스 창은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를 설득해 투자금·기술이전을 끌어냈다. TSMC는 현재까지 세계 1위 파운드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책은 반도체 산업 성공 요소로 '기업 혁신'과 함께 '정부 지원'을 강조한다. 1980년대 일본 반도체 기업의 부상으로 미국이 위기에 빠졌을 때 대응이 인상적이다. 당시 실리콘밸리의 CEO들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인텔의 공동창업자인 밥 노이스는 1980년대의 절반을 워싱턴에서 보냈을 정도다. AMD 창업자 제리 샌더스는 "일본의 보조금이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며 미국 정부에 지원을 호소했다.

2000년대에는 중국 정부의 지원이 두드러진다. 이 책은 2014년 중국 정부가 반도체 지원금을 두 배 늘려 '빅 펀드(Big Fund)' 조성을 결정했다고 밝힌다. 밀러 교수는 "중국이 반도체 보조금으로 얼마를 '투자'했는지 정확히 추산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수백억달러에 달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했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선 미국 반도체 산업이 기술 우위를 헛되이 흘려보냈다고 지적하며 "경쟁의 주체는 기업이며 정부는 그저 평평한 운동장을 깔아주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워싱턴(미국 정부)이 빠져 있는 동안 벌어진 일"이라고 꼬집었다.

칩워의 교훈은 명확하다. 반도체 기업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혁신에 나서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겨야 할 말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국이 경쟁하듯 지원을 늘려가는 것은 반도체에 국가 미래가 달렸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지원 프로그램'을 준비 중인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부디 이 책을 읽어봤기를 바란다.

유선일 기자/사진=유선일


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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