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 이겨냈다, ‘가구 3인방’이 흑자 전환 성공한 비결

강다은 기자 2024. 5. 17.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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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리바트·한샘·신세계까사, 1분기 흑자 전환
비결은 교체 시기 예측한 고급화

현대리바트와 한샘, 신세계까사 등 국내 ‘가구 3인방’이 올해 1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가구업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재택근무 등 실내 생활이 늘어난 것이 가구 교체 수요로 이어져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2022년부터 건설·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이사·인테리어 수요도 덩달아 위축됐고, 가구업계도 불황을 겪었다. 그런데 올 들어 부동산 경기가 크게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례적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해냈다. 코로나 발발 초기에 팔린 가구들의 교체 주기가 돌아오는 상황에서 이런 수요를 겨냥한 가구업계가 고품질의 프리미엄 가구 판매에 집중한 것이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이례적 흑자

긴 불황을 겪던 가구업계는 올 1분기 줄줄이 흑자로 돌아섰다. 현대리바트는 1분기 매출 5048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76억원 적자를 기록했었는데,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 매출은 36.3%나 늘어 한샘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한샘은 1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어난 4859억원, 영업이익은 130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까사도 매출액 685억원, 영업이익 10억원을 기록하며 2022년 1분기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래픽=김하경

가구업은 건설·부동산의 후방 산업으로, 부동산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계속된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도 가구업계는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에서 매출을 대폭 끌어올려 실적을 개선했다. 현대리바트는 장롱 품목 매출이 전년 대비 28% 늘었고, 서재 가구 19%, 침대 16% 매출이 늘었다. 인테리어 시공 매출 역시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한샘 역시 자녀용 가구 계약이 특히 많은 연초에 어린이와 청소년용 가구의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급증했다.

가구업체들은 흑자 전환의 배경으로 “코로나 시기 바꿨던 가구의 교체 주기가 돌아온 것”을 꼽는다. 2020년 초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재택근무용 가구를 새로 사거나 몇 년 뒤 바꿀 예정이었던 가구를 미리 장만하는 사람이 많았다. 당시 가구업계엔 “코로나가 몇 년치 가구 수요를 앞당겼다”는 말이 나왔다. 올해 팬데믹 발발 5년째가 되면서 통상 5~10년으로 보는 가구 교체 주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리바트 관계자는 “2020년 초 비정상적으로 몰렸던 B2C 가구 수요가 4~5년이 되자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며 “이사 수요는 줄었지만, 기존 집을 부분 리모델링하는 인테리어 수요는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가구업계는 이런 수요를 놓치지 않고 ‘고가 프리미엄’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중·저가 제품을 많이 팔기보단 고가의 ‘똘똘한 제품’을 판매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브랜드 이미지도 고급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발달한 데이터 분석 기술로 고객들의 구매 성향, 선호 품목 등에 대한 분석이 쉬워졌고, 고객의 가구 교체 시기에 한발 앞서 프리미엄 가구 출시와 홍보에 힘쓰는 중이다.

현대리바트는 작년 10월 자체 프리미엄 가구 라인인 ‘리바트 마이스터 컬렉션’을 선보였다. 가구업계에서는 보기 어려운 호두나무·자작나무 등 천연 원목을 적용했다. 한샘은 올 2월 신규 프리미엄 붙박이장 브랜드 ‘시그니처’를 공개했고, 신세계까사는 2019년 선보인 프리미엄 가구 컬렉션 ‘라메종’을 리뉴얼하면서 재료를 한층 고급화했다.

◇”불황 끝났다고 단정하긴 일러”

다만 가구업계의 긴 불황이 끝났다고 보기엔 아직 이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구업계에선 ‘B2B’(기업 간 거래) 매출도 중요한데, 아파트 등 주택 거래량은 물론 상가·사무실 이전 수요에 따른 거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본격적인 실적 턴어라운드를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대형 가구업체와 달리 중소 가구업계의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것도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고급 가구 수요는 프리미엄 제품을 내세우는 대형 업체에 빼앗기고, 중저가 시장에선 이케아 등 ‘박리다매’ 전략을 취하는 업체에 밀려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한 중소 가구업체 대표는 “전반적으로 손님이 많이 줄어든 데다가 새 가구를 찾는 사람들도 엄청 싸거나 아니면 최고급 가구를 찾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져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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