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인사 미루자면 들어줘야 하나”...검찰총장과 갈등 인정

이슬비 기자 2024. 5. 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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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제61회 법의 날 기념행사에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오른쪽)과 이원석 검찰총장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16일 출근길에 이원석 검찰총장과 협의 없이 검사장 인사를 했다는 이른바 ‘총장 패싱’ 논란에 대해 “검찰총장과는 협의를 다 했다”라며 “시기를 언제 해달라는 부분(요청)이 있었다면, 그 내용을 다 받아들여야만 인사를 할 수 있느냐.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검사장 인사 시기를 두고 이 총장과 이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래픽=김하경

◇법무부 “이 총장이 후임 총장과 협의하라 해”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박 장관과 이 총장은 지난 11일 만나 검사장급 인사안을 놓고 협의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박 장관은 “이제 인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며 승진자와 전보자 등 구체적인 명단을 이 총장에게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총장도 인사안을 열람했고, 총장의 의사를 상당 부분 반영해 인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했다. ‘총장 패싱’은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총장은 당시 “신임 총장 후보자가 결정되는 7~8월 이후에 그와 협의해 실시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며 시기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장관은 “취임 후 수개월 간 인사 요인이 있는지 고민했다”며 이번에 인사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인사 시기에 대해선 합의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헤어졌고, 이 총장은 3주 전 정해져 있던 강원·충청 지역 일정을 떠났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튿날(12일)부터 일부 고검장과 검사장들에게 전화를 돌려 사실상 사직을 권고했고, 13일 인사를 발표했다. 박 장관은 ‘대통령실이 인사를 주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장관이 인사제청권자로서 충분히 인사안을 만들어서 하는 거지, 대통령실 누가 다 하셨죠?”라고 되물었다.

◇차장·부장검사 인사 때 ‘2차 갈등’ 가능성

법무부는 검사장 인사에 이어 오는 27일자로 차장·부장검사(고검 검사급) 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사법연수원 38기 이상 부부장검사들에게 “17일 오후 5시까지 내부 시스템에 근무 희망지를 입력하라”는 업무 연락을 보냈다. 박 장관은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이 동시에 비어 있기 때문에 중앙지검 지휘를 위해 후속 인사는 최대한 빨리 해서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이 후속 인사를 하려면 검찰청법에 따라 이원석 총장과 또다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김 여사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디올 백 수수 의혹), 반부패수사2부장(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의 교체 여부가 주목된다. 만약 이 총장이 교체 인사에 반대할 경우 장관과 다시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총장은 이날 신임 검사장들을 초청해 오찬을 하면서 “여러분에게 마냥 축하만 할 수는 없는 어려운 환경”이라며 “어려울수록 초심과 기본으로 돌아가 검찰의 존재 이유를 깊이 살펴보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김 여사 수사는 법과 원칙대로”

박 장관과 신임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도 김건희 여사 의혹에 대해서는 엄정 수사를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번 인사로 그 수사가 끝이 난 것이 아니다”라며 “수사는 수사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취임한 이창수 지검장도 “인사와 관계없이 (김 여사 수사는) 해야 할 일”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최대 관심은 김 여사 소환 여부다. 이 지검장은 이에 대해 “구체적 부분에 대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만 했다. 이 지검장은 ‘친윤(親尹) 검사’ ‘김 여사 방탄용 인사’라는 지적에는 “정치권 용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의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해 올 것이냐는 질문에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누가 수사하더라도 그 사건은 제대로 수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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