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진화 가능성 무한… 구글이 보여준 건 겉핥기 수준”
“인공지능(AI)의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하면, 우리가 보여드린 기술은 겨우 겉핥기(scratching the surface) 수준입니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24′의 둘째 날인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구글 사옥에서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60여 명의 글로벌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전날 구글은 긴 문장형으로 입력을 해도 AI가 최적의 답을 찾아주는 새로운 검색 기능,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AI 비서’ 등 혁신적인 기술들을 대거 선보였다. 그럼에도 피차이 CEO는 ‘이제 겨우 겉핥기 수준’이라며 AI의 발전 속도에 스스로 놀랍다는 반응을 낸 것이다.
2022년 11월 챗GPT가 등장하며 생성형 AI 열풍이 불기 시작한지 약 1년 반. 그동안 기초 기술인 AI 모델의 성능과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했던 빅테크들의 관심은 올 들어서부터 실제 생활 속에 AI를 구현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구글은 자체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무기 삼아 ‘GPT’를 중심으로 똘똘 뭉친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 연합과 경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수장이 직접 ‘진짜 싸움은 이제야 시작했다’는 취지로 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을 예고한 것이다. 인도 태생으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20년 전 구글에 입사해 인터넷 브라우저 ‘구글 크롬’ 개발을 주도했고, 초고속 승진을 통해 2015년부터 구글 CEO를 맡고 있다.
◇피차이, ‘AI 원조는 우리’
피차이 CEO는 이날 “현대 AI기술의 발전을 이끈 혁신의 대부분은 구글이 주도했다”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지난 2017년 모든 AI 모델의 기틀이 되는 ‘트랜스포머 구조’를 설계했다. 2016년 당시 누구도 하지 않던 AI 반도체 직접 설계에 먼저 나선 것도 구글이다. 피차이 CEO는 “우리의 개발 트렌드가 타사들의 나아갈 방향이 되고 있다”고 했다.
구글 행사를 하루 앞두고 경쟁사인 오픈AI가 기습적으로 최신 AI 모델 ‘GPT-4o’와 차세대 AI 비서를 내놓은 일에 대해 피차이 CEO는 “AI라는 거대한 변곡점을 앞두고 ‘마이크로 모먼트(micro moment)’에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며 “하루하루 일어나는 일에서 거리를 두고 더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했다. AI의 발전에 있어 이제 시작한 신제품 경쟁은 작은 ‘전투’일 뿐이며, AI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한 ‘전쟁’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피차이 CEO는 AI 규제가 혁신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피차이 CEO는 “각국 정부가 AI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AI가 창출할 수 있는 경제적 기회를 고려하면 ‘균형 있는 규제’가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 막 시작된 AI 발전 단계를 고려하면, 지나친 규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힌 것이다. 피차이 CEO는 “각국 정부가 AI 혁신을 수용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매우 중요하다”며 “(규제로 혁신이 막혀) AI 개발이 늦어질 경우, 따라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가짜 뉴스엔 ‘더 큰 책임감 갖겠다’
피차이 CEO는 가짜 뉴스 등 AI로 인한 부작용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선거를 앞두고 ‘AI 딥페이크(AI로 만든 진짜 같은 가짜 콘텐츠)’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피차이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 중 하나”라며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딥페이크에 대한 걱정은 매우 타당하다”고 했다. 그는 “다만 올해부터는 문제가 많이 나아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AI가 생성한 이미지·영상에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워터마크를 붙이고, 기술적으로 가짜와 진짜를 더 쉽게 구별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실제로 구글은 워터마크를 기존 이미지·음성뿐 아니라 텍스트와 영상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피차이는 “가짜 뉴스·AI 환각 등 문제에 있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기술 발전과 안전 두 가지를 함께 가져가겠다”고 했다.
피차이 CEO는 사람과 끊김 없이 대화를 나누는 AI 비서의 출현으로 ‘사람이 AI와 사랑에 빠질 수 있나’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나는 내 아내를 사랑한다”고 농담을 던진 후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과 AI가 더 깊은 관계를 맺는 경우는 나올 것이며, 우리는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인간과 교감하는 AI의 출현을 현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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