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뇌력(腦力)을 키우는 다섯 가지 비결

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2024. 5.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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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욱 신경과 전문의·메디컬티스트

나이가 들면 근력이 중요하고 근육이 줄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관리만 잘하면 80대 어르신도 청년 부럽지 않은 근력을 가질 수 있다. 마찬가지로 뇌에도 근육이 있다면 잘 관리해야 하지 않겠는가. 물론 뇌는 근육이 없는 기관이지만 뇌를 잘 관리해서 ‘뇌력(腦力)’을 키우는 것은 중요하다.

크게 보면 다섯 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첫째 운동, 둘째 두뇌 건강 관리, 셋째 수면과 휴식, 넷째 식단 관리, 다섯째 주변과 소통하기다.

어떤 운동을 해야 할 지 모른다면 일단 매일 20분 정도 빠르게 걷자. 계단은 나를 위한 러닝머신이라 생각하고 걸어다니자. 이것이 기본이고 더하여 ‘알통’이 생기는 근력 운동을 추가한다. 여기에 주 3회 이상은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힘든 운동도 한다. 운동은 몸과 뇌 모두에 좋다.

두뇌 건강 관리는 한마디로 머리를 계속 쓰라는 것이다. 가능하면 은퇴를 미루고 일을 계속 하라.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면 신이 나면서 머리를 쓰는 활동을 찾아보라.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하나 만들거나 전혀 안 해본 것을 배워라. 외국어 악기 요리 춤 글쓰기 같은 것은 어떨까. 안 해본 것을 해야 안 쓰던 뇌를 쓰는 효과가 있다.

대중 교통으로 낯선 동네를 여행하고 골목 구석구석을 탐방해보라. 신세계가 열린다. 그동안 바빠서 놓쳤던 전시회 공연 발표회에도 가보라.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도전할 의욕이 불끈 솟을 것이다. 필사하기, 시(詩) 외우기, 책 낭독하기, 자격증 따기도 좋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날짜를 생각하고 각 숫자를 곱하는 암산 연습도 해보라. 시간을 의식하고 살아야 한다.

현대인은 대부분 수면이 부족하므로 잘 자고 쉬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은 심신 건강의 기본이고 기억력과 집중력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불면증의 기색이 보이면 일단 커피를 끊고 낮 시간에 더 많이 운동하고 움직여라. 밤 늦도록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SNS를, 뉴스를 검색하면 밝은 빛 때문에 뇌가 낮으로 착각해 잠을 내쫓는다.

뇌의 휴식을 위해서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시간, 요가, 호흡 조절, 산책을 하라. 분노한 마음이나 부정적 감정에 빠져 있으면 내 건강만 해치므로 얼른 빠져나오라. 큰 일 아니면 용서하는 것도 결국 내게 이득이 된다. 동시에 이 일 저 일 벌려 놓으면 실수가 잦아지고 일이 더 꼬인다. 한 번에 하나씩 집중하는 것이 좋다.

음식은 골고루 잘 먹으면 된다. 음식이나 약으로 뇌가 더 좋아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피할 것은 있다. 너무 달고 짜고 기름 진 건 뇌의 적이다. 디저트나 달달한 주스는 없는 음식이라 생각하라. 몸에 들어온 당분과 지방은 쓰일 데가 없으므로 뱃살로 직행이다. 가공육이나 패스트푸드는 안 먹을수록 좋다. 좀더 챙겨 먹을 것은 녹색 잎채소, 견과류, 생선, 해산물, 가금류, 저당·저지방 유제품 등이다. 특히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들 때 단백질 공급이 뒤따라야 한다. 붉은 육류보다는 어류가 더 좋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지나치게 날씬한 것도 건강에는 좋지 않다. 넘어지면 바로 뼈가 부러질 위험이 크다.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 외롭게 지내는 것은 뇌에 매우 나쁘다. 우리의 뇌 세포는 몸의 일반적인 세포와 달리 주변에 신호를 주고받는 기능을 하는 특별한 존재다. 그러니 이 소중한 뇌의 주인도 사람들과 활발히 소통해 뇌세포가 더 잘 지내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않겠나.

제일 먼저 배우자와 소통하라. 수십 년 동안 나를 견뎌준 고마운 사람이 아닌가. 웬만한 친구보다 나를 속속들이 잘 아는 사람이다. 나의 잔여 수명은 ‘유전자’가 아닌 ‘배우자’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건강은 배우자에게, 배우자의 건강은 내게 매우 중요하다. 배우자의 사망은 인생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고, 사별 후 반년 동안 사망 위험은 40% 높아진다. 당장 같이할 수 있는 운동 계획부터 짜라. 혼자 하는 것보다 부부가 같이 하면 게을러지지 않고 더 열심히 할 수 있다.

좋은 인간 관계는 마음 뿐만 아니라 심혈관, 내분비, 면역 체계에 도움을 준다. 그러니 당장 가까운 가족, 이웃,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라. 사람 만나는데 돈은 조금 들겠지만 내 건강에는 더 큰 이득이다. 사회적 교류에도 적극 참여하라. 활동이 많은 사람은 더 총명하고 두뇌 회전이 좋다. 모임에 좀 나오라는 전화를 자꾸 받는 외톨이와 그에게 전화를 거는 모임의 총무를 생각해보라. 어떤 모습이고 싶은가.

건강과 행복은 돈 명예 부지런함보다는 사회적 교류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부자지만 요양병원에 누워 지내는 친구와 돈은 좀 없어도 대중 교통 갈아타가면서 그 친구를 면회 가는 친구의 모습을 비교해보라. 누가 진정한 승자로 보이는가.


주중에는 운동과 뇌 훈련으로 바쁘게 지내고 주말에는 친구들과 만나 ‘나쁜 음식(?)’도 조금 먹으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떠들썩하게 왁자지껄 웃는 모임을 한두 개 정도는 유지하라. 우리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접촉해야 생존하는 존재로 정해져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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