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구멍 뚫린 사람들…그 아픔 기록한 의사

조봉권 기자 2024. 5. 1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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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정말 처음'이라고 해야 할지, '진짜 센 책을 만났다'고 해야 할지. 거듭 궁리해도 딱 알맞은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

책 제목은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이다.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설명과 안목출판사가 정리한 각 권 요점을 참고한다.

이근후 명예교수의 설명을 다시 빌리자면 "김 교수는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마음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성장한 정신과 의사다"라는 데 우선 실마리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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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전4권)- 김철권 지음 /안목 /각 권 1만8000원

- 동아대병원 정신과 김철권 교수
- 37년간 진료실서 마주한 환자들
- 상처로 무너진 사연과 치료 사례
- 의료현장 고충까지 방대한 내용

‘이런 책은 정말 처음’이라고 해야 할지, ‘진짜 센 책을 만났다’고 해야 할지…. 거듭 궁리해도 딱 알맞은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 이렇게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책장을 열자마자 무섭게 책 속으로 빨려들었다.

저자 김철권 교수가 직접 찍어 책에 실은 사진이다. 사막에 찍힌 긴 발자국이 우리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안목 제공


정신과 의사 김철권(동아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 박사가 4권짜리 저서를 한 번에 냈다. 책 제목은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이다. 각 권에 주제의식과 책의 개성·방향을 담은 별도 제목을 달았다.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설명과 안목출판사가 정리한 각 권 요점을 참고한다.


1권 ‘죽은 아들 옷을 입고 자는 여자’는 잔인한 삶의 상처로 무너진 사람들의 사연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역할·존재의미를 애도의 태도와 함께 담았다. 2권 ‘무지개 치료’는 37년간 환자를 치료하고자 저자가 연구·개발·시도한 맞춤형 치료방법과 실제 사례를 다뤘다. 사진·타로·마술·유행가까지 들고 와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생생하다. 저자는 성과가 좋았던 사례뿐만 아니라 자기가 모자랐던 점, 치료자로서 어찌하기 힘들었던 일, 별다른 성취를 이루지 못했던 기억까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3권은 ‘사람들 가슴에는 구멍이 있다’이다. 우리의 근원에 있는 욕망, 사랑·고통·집착이 낳은 증상과 함께 행동치유법을 들려준다. 4권 ‘나는 항구다’는 정신과 의사로서 반드시 직면하는 의료 현장의 고충, 저자의 치료 원칙·철학을 풀어낸다.


김철권 교수는 책머리 ‘저자의 말’ 제목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달았다. 이 글을 읽어보면 유일무이함을 ‘자랑’하려고 이런 제목을 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뿐인 책’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이근후 명예교수의 설명을 다시 빌리자면 “김 교수는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마음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성장한 정신과 의사다”라는 데 우선 실마리가 있겠다.

또한 김철권 교수는 “이 책에는 환자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었다. 환자를 익명으로 기술했고 글의 내용상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은 실제와는 다르게 바꾸었다”고 저자의 말에서 밝힌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에 정신과 영역에서 이토록 풍부하고 생생하며 절실한 사례를 담은 책이 나오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김철권 교수는 특히 부산에서 널리 알려진 권위자이다.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고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센터소장을 비롯해 부산시정신보건센터장, 광역자살예방센터장,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을 맡는 등 정신의학이 우리 사회로 스며들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을 살게 돕는 현장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이런 그에게 여러 출판사가 책을 내자고 권유했는데 “그들은 내 글 중에서 선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내기를 원했다”(18쪽)고 한다. 그래서 그는 거절했다. 모든 글을 살리는 것이 글과 환자에 대한 예의라고 그는 생각한 듯하다. 부산의 안목출판사가 책 4권을 한꺼번에 내는 일에 기꺼이 나선 일도 그런 점에서 인상 깊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 누구이든, 이 책을 펼치면 살면서 상상도 못 해봤을 고통·아픔·기구함·슬픔을 접한다. ‘삶이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신음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런 세상과 삶의 얼굴을 보는 일 자체가 인식 지평을 넓히는 공부가 된다. 그래서 삶과 세상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읽다 보면, 진료실에 앉아 묵묵히 마음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치열하게 처방하고 치료하는 한 정신과 의사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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