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공수처장 후보에 대한 실망

박강현 기자 2024. 5. 1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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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뉴스1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인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가 지난 14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정치적 중립’이었다. 그는 ‘공수처장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 및 역량 세 가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판단력, 조직을 아우르는 통솔력, 그리고 정치적 중립성을 꼽았다. ‘판사 재직 당시 정치적 중립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자신이 공수처장으로 임명돼야 하는 이유로도 “판사로 19년간 재직하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 점과 정치적 중립성”을 내세웠다.

그런데 같은 날 오 후보자가 인천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2004년 3월 이근식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 서울 송파병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자에게 300만원을 후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 후원금을 내면서 자신의 직업을 ‘자영업’으로 적었다고 한다. 법원조직법은 법관이 정치 운동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법관윤리강령도 법관은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가 특정 후보를 위해 거액의 후원금을 내면서 자신의 직업을 ‘판사’라고 적지 못한 것은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그는 “정치 후원금을 낸 적은 있는 것 같다”면서도, 자영업이라고 쓴 경위에 대해선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오 후보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진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인권법 초대 회장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다. 김 대법원장 시절 ‘법원의 정치화’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게 인권법이다. 특정 정당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고, 법관 시절 인권법에서 활동한 게 오 후보자가 강조하는 ‘정치적 중립성’과 맞는지 의문이다.

오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세이던 딸에게 재개발을 앞둔 4억원대 부동산을 ‘편법 증여’하면서 세금을 아끼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 딸은 오 후보자 지인의 로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급여를 받기도 했다. 오 후보자는 자신이 근무하던 로펌의 운전기사로 아내를 채용하기도 했다. 오 후보자가 말한 법과 원칙에 따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을까.

더구나 공수처는 2021년 출범 이후 ‘편향 수사’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대선 때는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벌였다가 혐의 입증을 못 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친문(親文)’ 검사였던 이성윤 전 검사장에 대해선 ‘황제 조사’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갖춘 수장이 있어야 하는 곳이다.

오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오는 17일 열린다. 추가로 나오는 논란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국민이 느낀 실망감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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