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초래한 잔혹했던 여성 서사

김진형 2024. 5. 17. 00: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는 뻐꾸기 새끼예요. 비록 흰배지빠귀 둥지에서 부화돼 길러졌다 해도 그 흰배지빠귀를 어미로 착각하는 일로 또다시 그여자처럼 자학의 응달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홍천 출신 전상국 소설가의 중단편소설 전집 7권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가 나왔다.

전상국 작가는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소설 쓰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얼마나 기죽이는가 하는 걸 절감한 작품"이라며 "그 골짝, 그네의 무덤 앞에서 발상한 작품이라 감회가 각별하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상국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

“나는 뻐꾸기 새끼예요. 비록 흰배지빠귀 둥지에서 부화돼 길러졌다 해도 그 흰배지빠귀를 어미로 착각하는 일로 또다시 그여자처럼 자학의 응달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홍천 출신 전상국 소설가의 중단편소설 전집 7권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가 나왔다. 표제작을 비롯해 ‘투석’, ‘썩지 아니할 씨’, ‘외딴길’, ‘관심’, ‘잃어버린 잠’이 수록된 이번 전집은 1980년대 중후반 발표된 작가의 중기 작품집으로 분류된다. 전상국 작가는 1985년 강원대 교수로 임명되면서 서울을 벗어났고, 자연의 요소를 작품에 더 밀접하게 새겨넣었다.

김경수 문학평론가는 춘천 북산면 부귀리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를 두고 한국전쟁의 상흔을 녹인 ‘아베의 가족’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고 평가한다. 아비가 누구인지 모르게 태어난 혼혈아 ‘수지’의 이야기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김 중사로부터 겁탈 당하고, 이후 세 명의 흑인 병사에게 성폭행 당한 수지의 어머니는 미국으로 입양된 수지를 그리워하며 살아 나간다. 작가는 전쟁이 초래한 성적 폭력과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아가야 했던 여성을 통해 분단 현실과 극복 가능성을 집요하게 탐구한다. 부귀리의 이름을 ‘귀양리’로 명기한 것 또한 ‘광기’를 멈추고 본연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식의 발로로 보인다. 수지의 어머니는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육성 녹음 테이프를 수시로 수지에게 보내고, 수지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새로운 관점에서 이해한다.

전상국 작가는 “지빠귀 둥지 속의 뻐꾸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한 소설 쓰기가 작가의 상상력을 얼마나 기죽이는가 하는 걸 절감한 작품”이라며 “그 골짝, 그네의 무덤 앞에서 발상한 작품이라 감회가 각별하다”고 했다. 김진형

#한국전쟁 #뻐꾸기 #전상국 #지빠귀 #어머니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