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화해와 치유, 통합의 장소 ‘민주평화기념관’

하광윤 2024. 5.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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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이다.

올해 44주년 기념식은 소양로에 소재한 옛 춘천 보안대 자리에 들어선 춘천민주평화기념관 잔디밭에서 치러진다.

2021년 옛 보안대 건물을 민주평화기념관으로 만들자는 춘천시민 160인의 제안으로 시작해 2023년 1000여 명의 시민 서명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는 민주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애써왔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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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윤 강원민주재단 상임이사

5·18 민주화운동 44주년이다. 올해 44주년 기념식은 소양로에 소재한 옛 춘천 보안대 자리에 들어선 춘천민주평화기념관 잔디밭에서 치러진다. 춘천민주평화기념관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높은 건물도, 몇백 명이 모일 수 있는 큰 건물도 아니다. 책상 몇 개면 꽉 차는 사무실과, 복도를 이용한 전시실, 20명 남짓 모일 수 있는 작은 건물이다.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이 자리에 있던 102(춘천)보안대에서는 유신 시절 간첩 조작이 이뤄졌고 44년 전 1980년 5·18 비상계엄 당시 100여 명의 시민과 학생이 불법 감금돼 고문당하고, 군대에 끌려가고, 구속됐다. 이후에도 보안대에서는 강제징집과 프락치 강요, 불법 민간인 사찰, 쿠데타 예비검속 작전이 진행됐다.

이 작은 건물은 독재정권의 총칼에 맨몸으로 맞섰던 용감한 젊은이, 민주주의와 평화를 염원하는 춘천시민의 위대한 승리를 증언하고 있다. 야만에 대한 문명의 승리를, 독재에 대한 민주주의의 승리를, 폭력과 압제에 대한 평화의 승리를 증언하고 있다. 아름다웠어야 할 20살 청춘은 군홧발로 유린당하며 평생을 그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괴로워했다. 그러나 끝내 그 질곡을 이겨내고 민주주의의 광장에서, 또 삶의 현장에서 민주주의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함을 지켜낸 젊은이들의 승리를 증언하고 있다.

오랫동안 민주주의는 억압받았고 5·18 민주항쟁은 부정당해 왔다. 김영삼 정부 출범에 이르러서야 ‘우리 정부는 광주항쟁의 연장선 위에 서있다’는 선언 후 1997년 국가기념일로 제정되었고, 이후 모든 정부에서 그 정신을 기려오고 있다. 오늘날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도 모든 정치세력이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를 부정하는 시각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2021년 옛 보안대 건물을 민주평화기념관으로 만들자는 춘천시민 160인의 제안으로 시작해 2023년 1000여 명의 시민 서명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는 민주평화기념관 건립을 위해 애써왔으나 아직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건물만 준공된 채 닫혀있는 이 건물은 우리 사회의 상호이해와 존중, 화해와 통합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춘천민주평화공원을 만들자 함은 굳이 상처를 드러내 아픔을 호소하거나 가해자를 단죄하기 위함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야만의 시대를 살지 않도록,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도록,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특별한 연대 의식을 갖도록, 민주적인 춘천시민이자 인류보편의 문제의식을 지닌 세계시민으로 자랄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가 넓고 두텁고 따뜻한 공동체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다.

춘천민주평화기념관을 통해 국민의 통합을 이루어내기 위함이며 공동체를 위한 헌신이 올바로 평가받아 정의롭고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함이다.

모두가 기억하고 화해하고 치유에 나서는 그날까지, 춘천민주평화기념관이 문을 여는 그날까지 그날의 젊은이들과 함께 또 춘천시민과 함께 쉼 없이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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