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시장 국밥서 태동한 ‘K푸드’… ‘전통적 한식’과는 다르게 발전[권대영의 K푸드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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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란(本欄)에서 서양 음식과 한식의 근본적인 차이점의 하나로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을 이야기했는데, '그러면 정의 차원에서 한식과 K푸드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묻는 이가 많았다.
한식은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습관과 역사를 대표하는 식단(diet)으로 규정하며 영어로는 'Korean diet' 또는 'K-diet'로 하고 한식 구성의 특징인 밥, 국, 김치, 장, 나물, 반찬, 요리 자체를 K푸드라고 말하며, 특히 이 요소 중 홀로이거나 둘 이상이 조합을 이루어 맛있는 한 끼 음식이나 정찬으로 시장화된 음식을 'K푸드'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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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야 할 것은 K푸드의 역사가 우리 전통 한식의 역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호도하는 일이다. K푸드의 역사는 사실 오래전 5일장을 포함한 전통시장에서 이루어져 왔다. 대부분 식량을 자급자족해 살아오다 옹기나 도기, 칼, 가위, 삽, 곡괭이, 호미 등 농기구가 농사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이때 농산물을 사고팔면서 시장이 활성화됐다. 20세기 초만 해도 우리 아버지들이 지게를 지고 시장에 갈 땐 먼 길이기 때문에 대부분 먹을 것을 싸가지고 가서 중간에 허기를 때우거나 시장 가까이에 있는 친척집에 들러 밥을 얻어먹고 돌아왔다. 당시 시장 가까이 사는 일가집(친척집)은 장날만 되면 으레 친척이 올 것이라고 생각해 밥을 많이 해 놓고 기다렸다. 어떤 시장에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이 일상이 된 경우도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나라가 넘어가고 살기가 힘들어진 와중에도 일본으로부터 시장주의 개념을 받아들인 사람들은 시장 한 골목에 천막을 치고 국밥이나 국수를 팔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통시장의 K푸드는 6·25전쟁 당시 피란민이 몰려든 부산에서 발전하기 시작해 전쟁 이후 먹고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몰려들기 시작한 1950년대 후반∼196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탄생하고 발전해 왔다. 특히 이북에서 아무것도 갖고 오지 못한 실향민들은 먹고살기 힘들어지니까 악착같이 살려고 동네나 시장 골목에서나 작은 가게에서 한 끼 음식을 배고픈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했는데, 그때 K푸드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발전하다 1980년대를 거쳐 미식가들이 탄생하면서 대표적인 K푸드가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물론 K푸드가 한식에 기반했다는 것은 더 말할 나위 없다. 하지만 한식의 탄생 및 발전과 K푸드의 탄생은 완전히 다른 궤도를 밟았다.
권대영 한식 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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