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오래도록" 美맞서 더밀착 시진핑·푸틴…北두둔도 한뜻

홍제성 2024. 5. 1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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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성명서 오커스·동맹국 미사일 제공 등 안보갈등 '대거' 거론하며 美비판
직접 발언서는 '美 원색 비난' 자제…'경제 침체' 中상황 고려 해석 나와
이례적 "美·동맹국 對北도발 반대" 언급…'한미일-북중러' 신냉전 구도 고착화
시진핑-푸틴, 정상회담 시작 [로이터=연합뉴스]

(베이징·모스크바=연합뉴스) 정성조 최인영 특파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16일 정상회담은 미국 등 서방에 맞선 양국간 한층 더 강화된 밀착과 공동전선을 재확인한 무대로 평가된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진행된 정상회담을 통해 오래전부터 쌓아온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시 주석은 소인수 회담 모두발언에서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나의 오랜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새로운 여정에서 중국은 언제나 러시아와 함께 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중국이 오래도록 신뢰할 수 있는 협력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나"라는 시 주석 언급에 "오래도록"으로 푸틴 대통령이 화답한 모양새다.

두 정상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전략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의기투합'했다.

시 주석이 "양국은 수교 75주년을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아 전략적 연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자, 푸틴 대통령은 양국 협력은 "세계 무대에서의 안정화 요인"이라고 이어받았다.

두 정상은 미국 중심의 세계 일극 체제에서 탈피해 주요 강대국으로서 정치·경제적 '다극화'를 함께 이끌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 과정에서 북한을 적극적으로 두둔하고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북한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 행동'을 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했다.

올해 양 정상 모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최근 잇따른 무력 도발에 나선 북한을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통해 '지지'한 것이다.

이 때문에 '한미일 대 북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더욱 굳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양국 정상은 상대국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며 확고한 지지 의사도 밝혔다.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면서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치적 해결 필요성을 강조하자 푸틴 대통령도 "상황을 조정하기 위한 우리 중국 동료와 친구들의 이니셔티브에 감사한다"고 답변하는 등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양국은 경제협력을 한층 더 확대하자는데도 합의했다.

경제협력에는 우크라이나 침공 3년 차를 맞아 서방 제재로 타격을 받고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러시아가 상대적으로 더 적극적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작년 한 해 양국 무역액이 거의 25% 증가해 2천270억달러(약 305조7천억원)에 이르렀다며 "지난 5년간 팬데믹과 우리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일부 조치에도 양국 무역은 좋은 페이스로 증가해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와 고립 전략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뜻을 모으면 충분히 이겨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양국 정상이 수교 75주년 기념식과 양국 문화의 해 개막식에 나란히 참석하고 산책을 겸한 별도 회동에 나선 것 역시 '신밀월'로까지 일컬어지는 양국 현주소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양국 정상은 정상회담 공개발언을 통해서는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지는 않아 수위 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특히 신화통신이 전한 양국 정상회담 자료와 공동기자회견 보도에서는 시 주석은 미국이란 단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으로서는 미국 견제에 맞서 러시아와 공조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중국을 상대로 첨단 기술 접근을 막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미국과 관계 개선도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연대를 천명하면서도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구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의 아르템 루킨 부교수는 정상회담 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기고를 통해 "중국은 공개적으로 미국을 무시하거나 미국의 요구를 완전히 따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미국과의 대결을 피하는 것 사이에 어느 정도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고 짚었다.

푸틴 대통령은 방중 둘째 날인 17일 러시아와 가까운 하얼빈시를 찾아 제8회 러시아-중국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하고 미국의 제재를 받는 하얼빈공업대학(HIT)을 방문할 예정이다.

하얼빈공대 방문에는 미국 제재에 맞서 중러 간 공동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함의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이벤트에 중국에서 시 주석 대신 한정 국가부주석이 동행하는 것도 미국과 관계를 고려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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