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증원’ 속도 낼 듯…의사단체 “대법원 재항고”

임재희 기자 2024. 5. 1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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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총리 “의대 입시절차 신속 마무리”
의대 교수들 추가 대응 방안도 검토
“대화 않는 정부·의료계 패자” 지적도
서울고등법원이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의과대학 정원 2천명 확대를 둘러싼 의-정 간 ‘숫자 싸움’이 법원 결정으로 일단락되면서 정부의 증원 정책 추진에 속도가 붙게 됐다. 증원분을 배정받은 대학들은 후속 절차를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의사단체는 대법원에 재항고하면서 정부에 대한 반발 움직임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탄력받은 의대 증원

16일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가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이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취소 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에서 각하 또는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약 1500명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이 정부 계획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정부와 대학 등은 내년 의대 정원 증원을 위한 후속 절차를 이달 안으로 빠르게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2025학년도 대학입시 관련 절차를 신속히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대학과 관련 단체도 바빠졌다.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지난달 각 대학이 제출한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다음주 전형위원회를 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대학들은 심의를 마친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바탕으로 내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요강을 마련해 오는 31일까지 대학별 누리집에 공개한다.

미뤄진 대학의 학칙 개정 작업도 다시 속도를 낸다. 각 대학은 의대 증원분을 반영하려면 학칙을 고쳐야 하는데, 부산대와 제주대 등에선 학칙 개정안이 학내 논의 과정에서 이달 초 부결된 바 있다. 이날 경북대 교수회 평의회에서도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안이 부결됐는데 경북대는 재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대학들은 이달 중으로 학칙 개정을 끝낼 계획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한겨레에 “내부 진통을 겪을 수는 있겠지만 학칙은 법원의 결정에 맞춰 개정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풀리지 않을 의료 공백

의사단체 쪽은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며 즉시 반발했다. 이번 집행정지 신청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는 서울고법 결정 직후 대법원 재항고를 예고하며 “대법원은 기본권 보호를 책무로 하는 최고 법원으로 정부 행정처분에 최종 심사권을 가지므로 재항고 사건을 5월31일 전에 심리·확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시작해 의대 교수 진료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빚어진 의료 공백 상황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전날 법원의 집행정지 인용 시 전공의 복귀를 설득하겠다던 의대 교수들은 오히려 추가 대응 방안을 고려 중이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한겨레에 “전공의나 학생이 돌아올 것 같으면 조금 버텨보겠지만, 이제 신체적으로 한계가 왔기 때문에 쉬거나 병원을 옮기는 걸 고려하는 교수들도 더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공의와 의대생들도 복귀하지 않을 태세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는 “인용 판결이 났더라도 전공의 요구안이 일부만 잠시 연기된 것이므로 복귀하지 않았을 텐데, 인용되지도 않아 전공의들이 복귀하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업 거부와 휴학을 하고 있는 의대생들도 비슷하다. 현재 대학들은 1학기에 한해 유급을 미적용하는 특례를 도입하는 등 ‘유급 방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의대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부산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복귀할 명분이 없어, 정말로 안 돌아올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모든 제도를 유연하게 신축적으로 운영해서 모든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정부와 대학이 강구하고 있다”며 “국시(의사국가시험) 문제 역시 그런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복지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도 의료계도 패자”

의대 정원 증원은 정부가 예정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결국 정부와 의료계 모두 ‘패자’라는 지적도 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이번 사태로) 의료계와 정부가 보건의료 정책에 있어선 서로를 대화 상대로 생각하지 않게 됐다”며 “의대 정원 말고도 여러 의료개혁 정책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데 그런 논의를 진전시킬 수 없게 된 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정부도, 의사들도, 법원도 모두 2천명 근거를 논의하느라 가장 중요한 논의는 없었다”며 “공공의료 강화나 정부가 발표한 계약형 지역의사제로 충분히 지역·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는지 등의 논의는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혀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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