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숨진 8살 아이…부모의 학대·유기·방임 있었다

조승현 기자 2024. 5. 1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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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5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지난달 강원도 강릉시의 집에서 숨진채 발견된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는 부모 등으로부터 학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강원경찰청은 오늘(16일) 숨진 8살 황모군의 부모 등 4명을 아동학대처벌법상 아동학대치사와 아동복지법상 신체·정서적 학대, 유기·방임 혐의로 입건하고, 그 중 부모를 포함한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나온 8살 황모군의 정밀 부검 결과에서 사망에 이르게 할 외상이나 장기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아이가 목숨을 잃기까지 최소 학대와 방임이 있었다고 봤습니다. 혐의를 밝히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과 금융계좌 거래내역 분석, 통신 수사 등 전방위적으로 증거를 수집했습니다. 그 결과 아동학대 혐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피의자들도 대부분 혐의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다만 경찰은 부모를 뺀 나머지 피의자가 누군지, 구체적인 학대 행위와 범죄 사실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습니다. 피해자가 아동인 만큼 관련법상 비밀엄수 의무가 있고, 사생활 관련 사항이나 수사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는 이유입니다.
지난 4월 5일 JTBC 뉴스룸 보도 갈무리

사건은 지난달 4일 오전 강원 강릉시의 한 가정집에서 일어났습니다. '아이가 숨을 안 쉰다'는 119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에 따르면 황 군은 침대 위에 옆으로 웅크린 자세로 누워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미 사후 강직이 나타나 숨진 지 3~5시간 정도 지난 것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황 군은 나흘 뒤 전문기관에 나가 진술하기로 돼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숨지기 열흘 전, 눈에 멍이 든 걸 본 학교 교사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던 겁니다. 경찰과 공무원이 학교로 찾아갔지만, 지적장애를 앓는 아이는 왜 멍이 들었는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황 군의 아빠는 "형과 놀다가 부딪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황 군의 누나와 동생은 "삼촌이 던진 책에 우연히 맞았다"고 경찰에 진술했습니다. 이 삼촌이라는 사람은 엄마가 아는 남성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쯤부터 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버젓이 남편이 있는 여성의 아는 남성이 40만 원짜리 월셋집에서 동거 중이었다는 사실은 어딘가 이상해 보였습니다.

문제가 불거지자 부모는 '아이가 아프다'며 학교에 안 보냈습니다. 그러자 황 군이 숨지기 이틀 전 교사들이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당시 아이는 누워 있었고 목감기 같은 증상을 보였습니다. 교사가 '병원에 데리고 가보지 그러냐'고 하자 황 군의 엄마는 '이제 가보려고 한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이 모습이 마지막이 될 줄 그 때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이 집에는 숨진 황 군 말고도 위로 중학생부터 한 살배기 막내까지 자녀가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부모는 별다른 직업이 없었습니다. 대신
한 달에 500만 원 가까운 지원금이 나왔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가계에 필수적인 비용을 뺀 나머지는 대부분 유흥비나 미용 관련 비용으로 쓰였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이 가정은 지난 2018년 아동학대로 관리 대상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인천에 살았고 이후 강릉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이후인 2022년 엄마가 아는 남성이 자녀 한 명을 때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구둣주걱으로 때렸다는데, 이때 부모는 '방임'으로 보호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때린 엄마가 '아는 남성'은, 이번에 황 군이 숨진 사건에서 등장하는 '아는 남성'과는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여러 가지로 복잡하고 여전히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은 사건입니다. 당장 아이의 사인조차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어떤 형태로든 부모의 학대가 있었고, 이 때문에 황 군이 짧은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황 군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부모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했는지 가려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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