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소주 땡기네" 윤석열 풍자 돌발영상 삭제 파문

김예리 기자 2024. 5. 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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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승인돼 방송된 영상 이튿날 돌연 삭제 지시
언론노조 YTN지부 "보도개입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삭제된 13일 YTN 돌발영상 썸네일

새 대주주가 된 유진그룹 주도로 김백 사장이 선임된 YTN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물가 정책과 대일 외교를 풍자한 '돌발영상'이 보도 이튿날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YTN 내부에선 사측의 보도 개입을 지적하며 외압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미디어오늘 취재를 종합하면 YTN은 지난 13일 방송된 '돌발영상' <자신감의 근거> 편을 삭제했다. 해당 방송분에는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물가를 잡겠다고 자신한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날 전통시장을 방문해 '소주만 있으면 되겠다' 등 발언을 한 장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관계에 자신감을 내비쳤던 윤 대통령에 대해 네이버 '라인 야후 사태' 관련 “어느 나라 대통령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YTN 홈페이지와 포털, 유튜브 채널 등에 게시된 관련 영상이 모두 비공개되면서 이 영상을 볼 수 없게 됐다.

▲YTN 뉴 돌발영상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16일 “14일 저녁, 제작진에게 해당 돌발영상을 지우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전하면서 “'김백 체제' 한 달 반 만에 벌써 돌발영상은 두 차례 불방됐고, 이번에는 방송된 영상을 끌어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비공개로 전환된 돌발영상을 지금 즉시 복원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YTN지부는 “돌발영상은 총선 참패와 치솟는 물가, 여기에 '라인 사태'로 인한 외교적 난제의 등장으로 난감한 최고 권력자의 속내를 특유의 구성으로 드러냈다”며 “13일 당일 해당 돌발영상은 데스킹을 거쳐 정상적으로 방송됐고, 유튜브에도 업로드됐다. 특히 대통령의 '소주 한 병 발언'은 대통령실 공식 유튜브 영상에 포함됐을 뿐 아니라, JTBC와 채널A 등 대다수 언론을 통해 이른바 '웃음 포인트'로 국민에게 인식됐다”고 강조했다.

YTN지부는 이번 삭제 사태를 놓고 “YTN의 방송편성규약 위반은 물론 방송법까지 위반한 것으로 결코 묵과할 수 없다”며 “영상은 데스킹 과정에서 수정되거나 불방 결정된 것이 아니라, 방송되고 나서 삭제됐다. 최근 보도제작국장은 물론 보도본부장까지 돌발영상에 손을 대고 수시로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건은 YTN 내부가 아닌, 외부의 누군가가 뒤늦게 보고 불쾌해 문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만약 그렇다면 권력의 '보도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YTN 측은 언론노조 YTN지부나 제작진에 삭제를 지시한 책임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YTN지부는 김승재 보도제작국장이 승인해 보도된 영상이 사라졌다는 점에 비춰, 김승재 국장 윗선에서 지시가 내려왔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YTN 데스크(제작1부장)는 삭제 사태 이후 제작진에 돌발영상 쇼츠와 썸네일을 이미지 파일로 변환해 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YTN지부는 “바로 옆에서 작업하는 데 직접 보면 될 것을 굳이 이미지 파일로 요구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번 돌발영상 삭제 과정에서 대통령 옆에 소주병을 그려 넣은 썸네일을 문제 삼은 것을 보면 더 그렇다”면서 “군사 독재 시절 검열이 2024년 YTN에서 자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YTN지부는 이달 말 노사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 정기회의에서 이 사안을 안건으로 올려 사측에 문제제기할 계획이다. 앞서 두 차례 돌발영상이 데스크 지시로 불방된 사건과 관련해 개최된 공방위 회의에서, YTN 사측은 불방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YTN 홍보 담당자는 “썸네일(대표 이미지)에서 라인야후 사태로 인한 한일 관계 문제를 다루면서 본질과 무관한 대통령 소주 발언과 소주병 이미지를 사용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있었다. 내부 논의 결과 옳은 지적이라고 판단했으며 이미 방송이 완료된 상황이었기에 유튜브 영상을 비공개 처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대통령실 등으로부터의 외압 여부에 대해선 “돌발영상 비공개 처리 등과 관련한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했다.

삭제를 처음 지시한 최고 책임자가 누군지 묻자 YTN 담당자는 “내부 결정이다. 보도제작국장과 부장 논의로 알고 있다”고 했다. 보도 부문 책임자들의 경우 김종균 보도본부장은 “시청자 센터로 연락 주시라”며 질의에 응하지 않았고, 김승재 보도제작국장은 “답변하기 곤란하다. 회사 입장으로 대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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