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김호중 범인 도피 교사죄 적용 가능성 낮아"

박선정 기자 2024. 5. 1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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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충돌 후 도주 김호중, 뺑소니 경찰 입건
법조계 "사고 후 미조치, 도주치상 혐의 적용 가능"
소속사 관여 논란엔 "범인 도피 교사·방조 혐의는 글쎄"


[서울=뉴시스] 김호중. (사진=김호중 인스타그램 캡처) 2024.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의 범행을 숨겨주기 위해 김씨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다.

김씨의 소속사 대표가 직접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김씨가 이에 얼마나 관여했는지가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 등을 받는 김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진로를 변경하던 중 마주 오던 택시와 충돌한 뒤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오토바이 운전자가 부상을 당했다는 점에서 경찰은 사고 후 미조치 혐의보다 더 엄중한 죄목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경찰은 김씨와 소속사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묻으려 한 정황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김씨 측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사고를 낸 김씨는 골목에 차를 세우고 매니저에게 연락했고, 김씨는 경기도의 한 호텔로 이동했다. 이후 사고 발생 약 2시간 후인 지난 10일 오전 1시59분 김씨의 매니저인 30대 남성 A씨가 김씨의 옷을 입은 채 경찰서를 찾아 자신이 운전했다고 자수했다. 하지만 차량 소유주가 김씨임을 확인한 경찰이 A씨를 추궁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씨에게 수차례 출석 요청을 했으나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다. 결국 김씨는 사고 발생으로부터 17시간이 흐른 뒤인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께에야 경찰에 출석했고, 자신이 직접 운전한 사실을 인정했다.

이때 경찰은 김씨에 대한 음주 측정도 시행했으나 이미 시간이 많이 흘러 유의미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사고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서 음주 측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씨가 술을 마시고 운전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정황에 따라 경찰은 김씨에게 사고 후 미조치, 도주치상, 음주 운전, 범인 도피 교사 등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폭넓게 검토하고 있다.

다만 법조계는 김씨의 음주 운전 혐의 입증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법인 존재의 노종언 변호사는 "음주운전의 경우 검사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며 "김씨가 술을 마셨다는 증언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범인 도피 교사 및 방조 혐의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노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본인에 대한 도피 교사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동승자와 운전자를 바꿔치기 한 경우에도 동승자에게만 범인 도피죄가 적용되고, 본인은 사고 후 미조치 또는 특가법상 도주치상 혐의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익명을 요구한 대형 로펌 형사 전문 변호사 A씨는 "자신의 도피를 교사하는 건 도피 교사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지만, 최근 이 판례가 뒤집어진 사례도 나왔다"며 김씨가 범행에 얼마나 관여했는지에 따라 해당 혐의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A씨는 "김씨의 행동을 방어권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며 "2023년 10월 판결 중에 본인의 도피를 교사한 행위를 방어권 남용으로 보고 인정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김씨 소속사 대표는 자신이 운전자 바꿔치기를 지시한 것이고, 김씨는 이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씨의 친척 형으로 알려진 이광득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는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 모든 게 제가 김호중의 대표로서 친척 형으로서 김호중을 과잉보호하려다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사고의 당사자가 김씨라는 게 알려지면 큰 논란이 발생할 것이 염려돼 사건 은폐를 시도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현장에 먼저 도착한 다른 한 명의 매니저가 본인의 판단으로 메모리 카드를 먼저 제거했고,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매니저에게 김호중의 옷을 꼭 뺏어서 바꿔입고 대신 일 처리를 해달라고 소속사 대표인 제가 부탁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를 비롯한 소속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자세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35분께부터 김씨와 소속사 대표 이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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