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산의초’ 주입식 빼고 디지털 더한... 미래 공교육 만나다 [꿈꾸는 경기교육]

김경희 기자 2024. 5. 1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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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선두주자 ‘자리매김’
교직원들, 학교 변화 앞장… 다양한 교육 활동 동참
태블릿PC·크롬북·노트북·전자칠판 등 인프라 보유
전문적 학습 공동체 운영… AI 교수-학습 역량 ‘UP’

학교 현장을 가다 수원 ‘산의초등학교’ 

‘배려로 더불어 함께 하는 WITH 산의인’을 교훈으로 둔 수원 산의초등학교는 1949년 용인 수지국민학교 산의분교로 문을 열었다. 이후 1959년 산의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꾼 산의초는 1983년 수원시로 편입됐고, 이후 1996년 지금의 산의초등학교 이름을 갖게 됐다. 산의초는 서로의 소통과 더불어 성장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성교육에 힘쓰면서 다양한 선도 교육을 기반으로 학생들의 능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지금은 교육 현장에서 거스를 수 없는 가장 큰 흐름 중 하나인 디지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로 통하고 디지털이 통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고 있는 산의초를 찾아 학교의 미래 교육을 경험했다.

수원 산의초등학교 제공

■ 디지털로, 디지털이 통하는 교실... 수업에 기여하는 디지털 학습

산의초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의 운영 주제를 ‘디지털로 통하고 디지털이 통하는 교실’로 삼아 황영미 교장을 중심으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인프라와 소프트웨어(SW), 에듀테크, 인공지능(AI)이 학교 현장에서 수업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로 수업 구성부터 교육의 전반적인 방향을 수정해 간 것. 이에 산의초는 전체 교원 72명이 전체 학생 1천389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를 운영하는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산의초의 이러한 노력은 단기간에 이뤄진 건 아니다. 그동안 산의초는 학교구성원들이 먼저 나서 경기도교육청의 다양한 혁신 사업들에 참여해 왔다. 2022·2023 디지털 교육 클래스 운영교는 물론 2022 온라인 교과서 선도학교, 2023 미래형 교과서 선도학교, 2023 인공지능 선도학교, 2023 디지털 창의역량교육 실천학교를 운영하면서 혁신적인 시도들에 대한 산의초만의 노하우를 쌓아갔다.

학교의 변화를 선도하는 교직원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2023 터치교사단 1기 경기도 대표교사부터 2023 AI 기반 교수 학습 플랫폼(하이러닝) 현장자문단, 2021~2023 경기도 에듀테크소프트랩 마중물 지원단, 2021~2022 교육부 디지털교과서 운영지원단, 2019~2022 경기도교육정보화 지원단, 2023 경기도 디지털 운영지원단 등 다양한 활동에 동참하면서 교사들의 역량을 키워갔고, 이는 산의초에 디지털 기반 교육이 이뤄지도록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지능형 과학실 구축교이자 인공지능 선도학교 시설구축교로 지정된 산의초는 디지털 기기 등의 인프라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태블릿PC 1천156대를 시작으로 크롬북 90대, 노트북 10대 등 1천256대의 전자기기를 보유했고 전자칠판(2대)과 판서모니터(65대)도 확보돼 있다.

또 교사들이 경기 하이러닝 탐색부터 AI 코스웨어 탐색, 에듀테크 탐색, 수업 모델 공유 등의 주제로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운영했고, 디지털 교육전환추진팀에서는 수업모델 탐색부터 수업 사례 나눔, 생성형AI 툴 탐색, 데이터 역량 강화 등 네 가지 주제를 기반으로 AI 교수-학습 역량을 신장시키고 있다.

수원 산의초등학교 제공

■ 달라진 현장... 온·오프라인 연결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산의초는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를 운영하는 데 현재 학교 현장의 분위기가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학교 현장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 교육이라는 대전제를 총체적이고 종합적으로 정리해 이를 일관된 목표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시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다양한 디지털 교육 관련 사업들에 참여한 산의초로서는 이 같은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했다.

또한 산의초는 1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다니는 대규모 학교인 만큼 종전에 참여한 사업들을 통해 구축돼 있는 디지털 인프라를 이용해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키워가는 데 도움을 줄 교육과정이 간절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전환의 요구가 배움의 본질적 요구와 명확하게 결합해 학생의 실질적인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겠다는 생각 역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를 꿈꾸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이러한 목표들을 실현하기 위해 산의초는 온·오프라인 수업을 연계한 교사 역할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사의 에듀테크 역량 강화를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시킬 수 있는 수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코로나19 이후 급변한 교육 현장에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도 했다. 코로나19라는 질병이 교실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코로나 당시를 지나며 했던 다양한 비대면 수업을 통해 교사들의 온라인 역량이 어느 정도 끌어올려진 만큼 이를 기회 삼아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을 이뤄야 한다 생각했다는 게 산의초의 설명이다. 교사들이 다양한 수업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평가하며 연구해 가는 이유 역시 이러한 고민들을 함께했던 교원들의 현장 감각이 교육에 긍정적인 효과로 번지게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에 산의초는 과거 교실의 모습에 디지털을 더한 교육으로 교사의 새로운 역할들을 구축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실시간으로 서로 연결돼 있어 학생 배움의 성취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디지털 교육의 긍정적인 면을 십분 활용하면서 학생과 학생 간의 실시간 연결을 통한 효과적인 협업 과정도 구축하고 있다.

또 과거에도 교사가 학생들에게 교육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했지만,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면 디지털 교육에서는 이러한 피드백 역시 실시간으로 이뤄지면서 학생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산의초는 교사의 교실 수업 분석을 기반으로 경기형 하이러닝을 맞춤형 수업에 활용하면서 하이러닝과 AI 진단을 결합한 단원별, 프로젝트별 수업 모델을 개발해 적용하는 등 다변화한 디지털 교육을 선보이고 있다.

이미 개발·보급돼 있는 공공 및 민간의 수학교과를 중심으로 고학년인 5~6학년의 경우 AI 코스웨어를 적용, 기본모형부터 예습모형, 복습모형 등의 디지털 기술을 현장에 활용하는 것으로 학생들의 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산의초 관계자는 “2025학년도에는 초 3~4학년, 중 1, 고1을 대상으로 수학, 영어, 정보 교과의 AI디지털 교과서가 보급·활용되는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을 추진했던 만큼 교실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학습의 내용 역시 조금 더 깊고 넓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학생과 동료교사, 학교의 디지털 역량을 단단하게 키워가고 있는 만큼 공교육에 가져올 변화가 학생들에게 긍정적으로 다가갈 수 있게 앞으로도 다양한 디지털 교육을 적용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줌-in

“교사 역량이 곧 디지털 기반 교육의 핵심”

수원 산의초등학교 제공

“교사의 역량이 곧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반 교육을 올바르게 자리 잡게 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의초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태희 교사는 디지털 기반 교육을 해 나가는 과정에서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꾸준히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던 디지털 교육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적용하는 것이 교사의 결정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사가 해당 기술에 대한 검증이 가능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어야만 좋은 디지털 교육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김 교사의 믿음이었다.

그는 “2018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 업무를 담당하면서 디지털 기반 교육을 처음 적용하게 됐는데, 원래 성향이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디지털 기반 교육에 대해 반신반의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런데 디지털교과서를 사용하자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검증된 심화 자료까지 제공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고, 이걸 활용한다면 주도적인 교육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 교사 역시 코로나19가 교실 내 디지털 교육을 앞당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 환경이 가능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원격으로 배우게 됐는데, 그때 고민했던 부분이 ‘학생이 주도하는 과정에서 의미있는 배움을 줄 수는 없을까’였다”며 “그런 고민 속에서 디지털 기반 교육이 학생들이 스스로 주도적인 수업을 하게 하고 스스로 배움을 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 모둠별로 토의하고 협력해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종이에 쓰고 서로 정리해 베껴 적으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 나갔다면 지금은 이러한 과정들이 훨씬 간결해졌고, 모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학생 스스로가 더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며 자료를 탐색해 토론에 참여하다 보니 학생들이 스스로 토의와 토론을 하며 수업을 주도하는, 과거의 교사 주도형이 아닌 학생 주도형 수업으로 변모하게 됐다는 얘기다.

특히 학생들이 각종 디지털 기기들을 배움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변화 중 하나로 꼽았다. 김 교사는 “학생들은 누구보다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만, 유튜브를 보거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소통하는 것에 능숙할 뿐 디지털기기나 디지털서비스가 목적지향적으로 활용되는 부분에는 미숙하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수업 때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활용하면서 학생들은 지금까지 해오지 못한 다양한 배움 기반 지식과 도구가 디지털 세계에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기기를 교육 현장에 활용하면 학생들이 이를 이용해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일을 할 것이란 우려들이 나오는 것과 달리 현장에서는 오히려 학생들이 더 적극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도구가 됐다는 얘기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스스로 배우고 싶은 분야의 더 많은 자료들을 찾아보기도 했고, 이를 학생들과 공유하면서 능동적인 배움을 통해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변화가 느껴진 만큼 산의초 교사들도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 혁신 사업에 참여했다는 게 김 교사의 설명이다. 교사들의 역량이 곧 학생들의 역량으로 이어지고, 학생들이 흥미로워한다면 언제든 더 나은 수업을 제공하겠다는 교사들의 다짐 덕분이었다.

이 때문에 김 교사는 무엇보다 교사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지원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더 좋은 수업을 위해 에듀테크 프로그램이나 기자재를 사비로 사서 테스트하는 선생님들도 많은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은 이런 교사 개인의 노력을 뒷받침해야 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서 교사들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이러한 움직임들을 보여왔던 것이 지금의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교사는 “교사는 결국 학생들의 발전과 성장을 위해 교실의 배움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전문가”라며 “디지털이 가장 의미있고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지점이 무엇일지를 계속해 고민하면서 학생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수업들을 지속해 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편리하고 편안한 하이러닝... 다른 과목도 듣고 싶어요”

(왼쪽부터) 조하윤양, 조승현군, 이도경군. 수원 산의초등학교 제공

“다른 수업보다 편리하고 편안한 디지털 수업, 다양한 수업에서 경험해 보고 싶습니다.”

산의초 이도경군과 조하윤양, 조승현군은 모두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사업의 하나로 디지털 활용 수업을 들은 뒤 평소 하던 수업과는 다른 흥미를 느꼈다고 했다. 친구들끼리 서로 협력할 수도 있었고, 다양한 활동을 디지털 공간에서 해 나가면서 과거보다 훨씬 편리한 점을 느꼈다는 게 세 학생의 설명이다.

이군은 “하이러닝을 하면서 태블릿으로 선생님이 그림도 그리라고 하고, 문제를 풀도록 한 뒤 복습을 하게 해줬는데 예전에는 문제를 풀라고 해도 안 푼 친구들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런 게 다 확인 가능했다”며 “한 명씩 발표를 하지 않아도 한 번에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신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군은 교사가 하이러닝 시스템을 보면서 실시간으로 자신이 틀린 부분을 수정해주는 모습들도 좋았다고 말했다.

이는 조양 역시 마찬가지. 그는 “선생님이 바꾸는 화면에 따라 다양한 활동들을 하게 되는데, 시작할 때나 끝날 때 퀴즈도 풀고 모둠을 만들어 서로 생각을 공유하는 활동들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고, 퀴즈를 풀면서 배운 내용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던 만큼 앞으로도 이런 수업을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군은 스스로 모르는 부분을 빠르게 검색해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디지털 기반 교육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았다. 그는 “교과서를 썼다면 선생님께 물어봐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보니 그때마다 수업이 중단됐을 텐데 그런 것 없이 실시간으로 궁금증을 검색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다”며 “글씨체가 바르지 않은 학생들은 필기를 해도 나중에 못알아보는 경우도 있는데 디지털 교육에서는 내 글씨체에 상관없이 명확하게 필기 내용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거운 교과서를 사물함에서 가져올 필요 없이 태블릿만으로 교과서를 바꿀 수 있다 보니 앞으로도 국어나 수학, 과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과목을 디지털 기반 수업으로 듣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gaeng2d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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