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동산PF 대책에 성토… “한 곳 부실 발생하면 연쇄부도 우려”

방재혁 기자 2024. 5. 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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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협회, PF대책 관련 긴급 간담회 열어
시공사들 “PF 사업성 평가 등급, 현실과 맞지 않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은 부실PF 사업장이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기준 등에만 초점을 둔 것 같다. 기업 입장에서는 한 사업장에서 부실이 발생하면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다른 사업장까지 연쇄 부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채무에 대한 분할 상환 등 근본적으로 부동산PF가 연착륙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A시공사 관계자)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16일 오후 2시 개최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정책방향 관련 개발업계 긴급간담회’에서 시행사, 시공사 등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금융당국이 발표한 PF대책이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된 정책이라고 입을 모았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개발협회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책방향 관련 개발업계 긴급 간담회'에서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방재혁 기자

참석자들은 우선적으로 연대보증 단절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량 사업자가 보유한 다수의 사업장 중에 1곳만 정리 대상이 돼도 정상사업장까지 대출 만기 전 자금 회수 요구가 발생해 연쇄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정상적인 사업장은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고 사업 종료 후 그 수익을 통해 회수하는 등의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개발협회는 “금융기관 면책 특권 항목 등을 살펴봤지만 시행사들의 연대 보증 단절책이 담겨 있지 않았다”며 “한 사업장이 쓰러졌다고 정상사업장까지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이 부분을 금융당국에 우선으로 건의할 사항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급을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로 세분화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에 따르면 PF 만기를 4회 이상 연장했거나 준공예정일 이후 18개월이 지났을 때 분양률이 50% 미만이면 ‘부실우려’로 분류된다.

사업비 증가와 수요 감소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인데도 해당 정책에 따르면 기준 미달로 ‘유의’나 ‘부실우려’ 등급을 받을 수 있다.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정책 기준이 건축물 유형, 인허가 지연, 지역별 시장환경 등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보완을 넘어 정책 폐지까지 건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지방아파트 시행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착공을 마치고 20개월 동안 이자를 미납 없이 지급했고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없는데도 분양률 60%를 넘기지 못하면 정부가 발표한 기준에 따르면 ‘유의’ 사업장으로 분류된다”며 “갈등 상황이 전혀 없는데 문제 사업장으로 분류되면 대주단은 충당금 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시공사가 시공비를 제대로 보전받지 못할 수 있다. 시행사에는 신용 및 회사 존폐가 걸린 문제가 된다”고 했다.

이어 “분양률 기준을 넘기지 못해 부실 사업장이 되고 경·공매를 진행하게 되면 기존 분양 계약자들의 대량 계약해제 민원이 발생할 수 있다”며 “정부가 이런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경·공매를 진행하겠다고 방침을 내린 것 같다”고 우려했다.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개발협회에서 열린 '부동산PF 정책방향 관련 개발업계 긴급 간담회'에서 이진 부동산개발협회 정책연구실장이 금융당국이 발표한 '부동산PF 사업성 평가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방재혁 기자

3회 이상 만기 연장 시 유의, 최초 대출 만기도래 후 장기간(6개월) 토지매입 미완료 시 부실 우려로 분류하는 기준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 중 하나가 인허가 완료 2년이 됐지만 한 토지주와 지자체 간 토지환매권 분쟁이슈로 토지를 100%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의 기준에 따르면 부실 우려로 평가될 수밖에 없는 사업장”이라며 “대책 발표 후 잘 협조해 오던 금융기관이 어느 정도 상환해야 하지 않겠냐며 기조를 바꿨다”고 했다.

이어 “이런 사례를 보면 결국 사업을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업을 일괄 정리하는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고 호소했다.

부동산개발협회 관계자는 “이날 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과 함께 다양한 사례들을 협회에 접수해주면 사례들을 기반으로 금융당국에 적극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개발업계가 무너지면 공급생태계가 무너진다. 도심 내 전월세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비아파트 주거 공급이 단절되고 여러 생활기반시설 또한 공급이 멈춘다”라고 했다.

이어 “부동산PF의 핵심은 사업성이고 결국 분양성인데 지금 시장은 너무 침체되어 있다. 다주택 세제 완화 등 시장 회복 정책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일단 공급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 과연 시장경제 논리상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일자리 감소, 경제성장 저해, 서민경제 침체 가속화, 장기적 주택·부동산 가격 양극화 초래를 피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번 정책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긴급간담회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부동산개발협회 회의실에서 약 80개의 시행사·시공사 등 개발업계와 개발업 연관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1부에서는 실제 사업장 사례 발표를 진행했고 2부에는 향후 대응 방안과 대책을 토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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