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明心 교통정리'하다 역풍···"물러서지 않는 후보" 우원식 뚝심 통했다

전희윤 기자 2024. 5.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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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국회의장 후보 선출
을지로위원장·文정부 원내대표 등
당내 왕성한 활동 이력으로 호소
지도부 선거 개입에 당심 돌아서
秋 '노무현 탄핵 찬성' 등도 반감
"의원들에 사기 당했다" 당원 반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제22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왼쪽) 후보와 부의장 후보로 선출된 이학영 후보가 인사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제22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우원식(오른쪽) 후보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총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뒤 밝게 웃고 있다. 왼쪽은 우 후보와 경선을 치른 추미애 후보. 오승현 기자
[서울경제]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 선거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대세론’을 뒤엎고 대반전을 이뤄낸 것은 이른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의중을 뜻하는 ‘명심(明心)’을 앞세운 교통정리에 대한 당내 반발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22대 국회를 이끌어갈 민주당 당선인들이 신임 원내대표에 이어 국회의장 자리까지 ‘친명(친이재명계)’이 좌우하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는 해석이다. 여기에 원내대표와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우 의원의 뚝심과 경쟁자인 추미애 당선인에 대한 비토 심리도 예상을 깬 의장 후보 선거 결과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16일 국회의장단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당선자총회가 끝난 후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우 의원의 당선이 발표되자 회의장은 잠시 얼어붙었다. 사실상 이 대표의 지지를 등에 업은 추 당선인이 당연히 선출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에 당선인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추 당선인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고 우 의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축하의 꽃다발을 받았다. 추 당선인을 지지했던 권리당원들은 투표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선거 직후 당원 게시판에는 “당원 뜻을 무시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사기당했다” “우원식을 지지한 ‘수박(비이재명계의 멸칭)’들 나가라” 등 항의성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사실 이번 국회의장 후보 경선은 ‘어의추(어차피 의장은 추미애)’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추 당선인의 선출이 유력시되는 분위기였다. 추 당선인이 우 의원보다 뚜렷한 강경 성향으로 당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데다 경선을 앞두고 ‘친명’ 대표 주자인 조정식·정성호 의원이 각각 사퇴하면서 추 당선인의 선출을 위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선수로도 6선에 오른 추 당선인이 5선의 우 의원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같은 ‘친명’의 선거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고 보고 있다. 당 대표가 국가 의전 서열 2위인 국회의장 후보까지 결정하는 것은 비민주적이라는 당내 비판도 쇄도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역시 이날 경선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도대체 왜 국회의장 경선에 당 대표가 개입하느냐”며 “정말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추 당선인의 캐릭터와 지나친 강경 성향이 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표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내 한 중진 의원은 “추 당선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이력이나 과거 ‘노동법 날치기’를 한 이력 등에 대한 비호감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1988년 정계에 입문한 우 의원은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서울 노원을에서 당선된 후 18대를 제외한 19~22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2013년 부당한 갑을 관계 해소를 위해 발족한 당내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는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로 활동하는 등 현장에서 스킨십을 늘려왔다.

우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된 직후 “앞의 국회와는 완전히 다른 국회가 될 것”이라며 소신 있는 의정을 예고했다. 그는 “중립은 몰가치가 아니고, 국회의장도 단순한 사회자가 아니다”라며 “여야 협의를 중시하지만 민심에 어긋나는 퇴보나 지체가 생긴다면 여야가 동의해서 만든 국회법에 따라 처리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우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게 아니라 민의와 민심을 중심에 두고 국회를 운영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에 우 의원은 “저도 아직 민주당 당원”이라며 “이 대표 중심으로, 저도 제게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당장 여야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되는 22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은 그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과반의 당선인들이 이 대표의 의중을 사실상 거부한 만큼 ‘이재명 당 대표 연임론’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경선 결과에 대해 “당선인들이 판단한 것이니 ‘당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저도 (다른 당선인과 같은) 한 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4선의 이학영 의원이 선출됐다. 이 의원은 시민사회운동가 출신으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도혜원 기자 dohye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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