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도사 석진욱 돌아왔다…청심환 준비하는 이유는?

박주미 2024. 5. 1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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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연말 유럽 연수를 다녀온 뒤 일본으로 경기를 지켜보러 다녀온 석진욱 전 감독(출처 : 본인제공)


최근 4시즌 동안 프로배구 OK 금융그룹을 이끈 뒤 계약을 끝내고 지난해 8월 프랑스로 유럽 연수를 떠났던 석진욱 전 감독이 다시 코트로 돌아온다. 이번엔 지휘봉이 아닌 마이크를 잡는다. 코트 옆 벤치가 아닌 해설위원석에 앉는다. 석진욱 전 감독은 최근 KBSN 스포츠와 해설위원 계약을 완료했다. 다가오는 시즌부터 프로배구 팬들과 함께 V리그를 함께한다.

지난해 8월 프랑스로 유럽 연수를 떠나 전통 명문 구단 파리 발리(Paris Volley)에서 구단의 모든 일정을 지켜보며 공부한 석 감독은 이후 이탈리아 명문 팀인 몬차의 코치직도 제의를 받았다. 세계 배구를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결국, 지난해 11월 한국에 돌아왔고 새로운 형태로 배구를 공부하고 싶어 KBSN 스포츠 해설위원 도전을 결정했다.
석진욱 해설위원은 내일(17일)부터 KBS 미디어센터로 출근해 본격적으로 변신을 위해 맹훈련에 돌입한다. 석 해설위원을 만나 최근 근황과 도전에 나선 이유, 각오 등을 나눴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해설위원 제의는 언제 받았나?
-지난해 봄, 유럽 연수를 떠나기 전에 받았어요. 그런데 당시엔 배구 현장에 계속 있어야겠다. 생각이 컸고 당시에 몸이 통풍이 심해서 유럽 연수를 먼저 다녀온 뒤에 결정하자고 생각했어요. 3개월 단기 비자로 프랑스로 떠났고 배구 경기보다 유럽 팀 훈련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서 팀 속속들이 모든 걸 배워오자 생각이 컸죠. 무작정 에이전트를 통해서 파리 발리에 연락했고 결정되고선 일단 떠났죠.

Q. 대학생처럼 일단 고! 를 외친건데 왜 그렇게 해외 연수가 목말랐는지?
-4년 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뭔가 갇힌 느낌도 있었어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느낌.
남자 배구의 전성기를 경험한 세대로서 최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현실을 보면서 현장 지도자로서 책임감도 컸고요.

Q. '찐' 공부가 된 3개월이었나?
-눈이 번쩍 뜨인 느낌이었어요. 우리나라는 배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측면에서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고 말할 수 있고 유럽에서 보고 배운 시스템은 정말 배구의 수준이 향상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진정한 시스템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초-중-고,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배구 기술에 대한 정의가 달라서 매년 선수들이 기술을 새로 배워야 하는 단점이 있어요. 초중고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지도자에 따라 다르죠. 언더 토스가 어느 지역에선 이렇게, 어떤 지도자는 저렇게, 초등학교에선 또 다르게 가르쳐요.

그래서 프로에 선수들이 들어오면 저희가 새로 기술을, 기본기를 가르쳐요.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한국은 지도자 방식이 통합되는 것이 가장 먼저 개선 되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대목에서 기자는 놀라서 사실인지를 되물었다.)

-정말이에요. 그런데 프랑스에선 그렇지 않았어요. 기술적인 부분에서 정의되어있고 그래서 스무 살이 되면 선수들이 전술, 전략 이해가 한 번에 되고 기술 습득이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죠. 스무 살, 성인이 된 선수들은 체력적으로도 완성된 시기여서 신체적으로도 배구에 대한 이해도도 완성에 가까워져, 국제 무대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출발선이 다를 수밖에 없죠. 우리는 스무 살 즈음, 프로에 입문해서 기술을 새로 배운다니까요….

Q. 개인 비용을 들여서 다녀온 연수, 후회 없는 선택?
-그렇죠. 몇천만 원 깨졌지만, 전혀 아깝지 않은 3개월이었어요. 더 있고 싶었고 마침 그 기간에 이탈리아 몬차로부터 코치직 제안도 왔었는데 통풍이 심해져서 팔꿈치부터 시작해서 손목, 손가락까지 붓고…. 제가 공을 때려주고 하는 훈련을 못 해주게 되는 상황까지 가게 되어서 아쉽게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죠.

Q. 해설위원은 왜?
-사실 고민을 많이 했죠. 말을 잘하는 편도 아니고 말 한마디에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고. 그런데 저는 아직도 배구가 너무 재미있거든요. 지난주엔 지인이 하는 유소년 배구 교실에 가서 구경했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배구를 했으니까 40년 가까이 배구를 하고, 보고 있는데 정이 떨어질 법한 데 정말 재미있어요. 지도자도 계속 하고 싶지만, 통풍이 아직, 스트레스가 심하면 공을 잡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배구를 최대한 가까이에서 보고 즐기고 싶거든요. 그리고 해설하면서 보는 배구는 또 다른 측면에서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되잖아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배구가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Q. 가장 먼저 누구에게 전화를?
-김상우 현 삼성화재 감독에게 연락했어요. 어떻게 할까?'라고 의논했죠.
(김상우 감독은 과거 김세진, 신진식, 석진욱과 함께 삼성화재의 V리그 7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며 삼성화재를 삼성왕조로 불리게 한 말 그대로 삼성화재의 레전드 출신이다.)

김상우 감독은 고민하지 말고 당연히 해보라고 권해줬어요.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고 쉽게 보면 큰일 난다고 겁을 줬지만 큰 도움 되는 조언이었고요. 해설이란 경험이 나중에 지도자로 복귀할 때에도 도움이 될 거라고 해줬습니다. 힘이 되어줬어요.

Q.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제가 형제 중에 가장 막내여서 형님은 껄껄 웃으셨어요. 네가? 하시면서. 마냥 저를 어리게 보면서 조금 걱정하셨고. 제 둘째 아들이 학교 체육에서 배구를 하고 있거든요? 생활체육으로. 그래서 저보고 가끔 배구 가르쳐달라고 하는데 제가 해설한다고 하니까 "그럼 아빠 해설하면 TV 틀어놔야 해?"라면서 웃더라고요, 하하.

Q. 해설이란 도전, 두려움은 없는지?
-처음이라서 실수할 수도 있고 모든 사람이 저를 좋아할 수 없기 때문에 반응이 100% 긍정적일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아요. 부정적인 반응, 욕을 먹을 거란 두려움 때문에 시도도 안 하는 건 아니다.. 라는 생각이고요. 말을 하다 보면 길어지니까 아무리 제가 많은 걸 알고 있어도 짧고 간략하고 정확히 빠르게 설명하는 표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청심환이라도 사놓을까?!!! 하하하 생각 중이에요.

여전히 배구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석진욱 새 해설위원과 함께 KBSN 스포츠는 지난 시즌까지 한국전력에서 뛰었던 베테랑 박철우를 영입해 다음 시즌부터 V리그 중계를 함께한다. 석진욱과 박철우, 새 해설위원은 오는 30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 KBS 미디어센터에서 위촉식을 하고 새 출발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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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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