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일본 소녀가 부른 '목포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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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식민지 조선의 한(恨)이었다.
경연에서 이기기 위해 화려한 기교를 뽐내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에 집중한 소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렸다.
한류의 원조 격인 조용필, 계은숙의 노래를 부르는 일본 가수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음악으로 통해왔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일본이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이 일본 장군 시신이라는 황당한 내용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결국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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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만행 고발로 분노 유발
한일 트로트 가수들 경연이
음악으로 공감 계기 마련해
1935년 이난영의 노래 '목포의 눈물'은 울음을 억누르고 있는 식민지 조선의 한(恨)이었다.
겁에 질린 듯 흐느끼며 부르는 이난영의 가창은 핍박받는 한민족의 목소리였다. 그해 일본 총독부는 기독교계 학교에 신사참배를 강요하기 시작했고, 독립운동가들을 대대적으로 검거했다.
남녀의 사랑 타령으로 위장했지만, 본질은 일본에 맞서는 노래다. '삼백 년 원한 품은 노적봉 밑에 임 자취 완연하다'라는 가사에서 노적봉은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전략이었다. 봉우리 3곳에 볏짚을 둘러 세워 군량이 많아 보이게 하는 속임수를 쓴 게 바로 노적(露積·밖에 쌓아둔 곡물)이다. 일본군은 노적을 보고 많은 군사가 주둔해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자취 완연한 임은 이순신 장군을 뜻했고, 조선인들이 눈물을 흘리며 따라 부르던 노래였다.
광복 후에도 한민족의 고난을 위로해주던 이 노래를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왔다. 그런데 최근에 '이난영의 환생'이라는 극찬을 받고 있는 가수가 아이러니하게도 16세 일본 소녀 아즈마 아키다. MBN '한일가왕전'에 출연한 그는 애절하게 원곡을 살리면서도 독창적으로 해석해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유튜브에 올린 그의 방송 영상 조회 수는 140만회를 넘겼으며 "아즈마가 한국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한일의 그 어떤 정치가도, 그 어떤 경제인도, 그 어떤 단체도 못 한 일을 단 한 곡의 노래로 이뤄냈다" "수많은 '목포의 눈물'을 들어보았지만 나를 울린 유일한 노래"라는 찬사가 쏟아진다.
경연에서 이기기 위해 화려한 기교를 뽐내지 않고 순수하게 노래에 집중한 소녀는 일본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렸다. 국경을 초월하는 음악의 힘을 새삼 느꼈다.
두 나라의 거리를 좁힌 '한일가왕전'은 이제 양국 문화 교류의 새 이정표가 됐다. 국내 방송에서 일본 가수가 자국 노래를 부르는 게 더 이상 불편하지 않게 됐다.
가수 린과 우타고코로 리에가 나미의 '슬픈 인연'으로 화음을 맞출 때 그동안 잘 몰랐던 양국 음악의 교집합도 발견했다. 1985년 일본 작곡가가 두 나라에서 발매했는데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한류의 원조 격인 조용필, 계은숙의 노래를 부르는 일본 가수들을 보면서 오랫동안 음악으로 통해왔다는 사실도 재확인했다.
이번 사상 첫 한일 가수 대결도 일본에서 우리 트로트 장르에 문을 열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일본 위성방송인 와우와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아베마에도 동시 편성됐다. '한일가왕전'을 제작한 서혜진 크레아스튜디오 대표는 "한일가왕전 일본 톱7을 배출한 후지TV 프로그램 '트롯걸즈 재팬' 명칭에서 보듯 일본에 없는 장르인 한국의 트로트를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경연 후 갈라쇼에서 우타고코로가 객석을 향해 "한국이 좋아요"라고 했을 때, 만약 한국 가수가 "일본이 좋아요"라고 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1945년 광복 후 79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반일 정서에 매여 있다. 지난 3월 영화 '파묘'는 과거 일제의 만행을 파헤쳐 공감대를 노렸다. 일본이 한민족의 정기를 끊기 위해 박아놓은 쇠말뚝이 일본 장군 시신이라는 황당한 내용에 호불호가 갈렸지만, 결국 10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했다. 올해 초 공개한 넷플릭스 드라마 '경성크리처'도 일본군의 생체실험을 폭로해 분노를 자극했다. 한국의 식민지 상처를 건드리는 역사 왜곡과 신사참배 등이 이어져왔기 때문에 일본은 공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면서 반일 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경제·외교 갈등으로 벌어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가 문화예술로 다시 좁혀지기를 바란다. 어차피 공존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전지현 문화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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