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 라이벌, 이젠 여름가전시장 격돌

김시균 기자(sigyun38@mk.co.kr) 2024. 5.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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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기업의 비성수기 공략
귀뚜라미, 선풍기 첫 출시
배터리 충전 실외서도 사용
경동나비엔 콘덴싱에어컨
전기료 절감·환기청정 기능

직장인 권 모씨(39)는 다가오는 폭염을 대비해 최근 온라인 쇼핑몰에서 창문형 에어컨을 구매했다. 구매자 리뷰와 가성비만 따져보고 샀는데, 배송을 받고 직접 설치하다 보니 제품 브랜드가 보일러 회사라는 게 눈에 띄었다. 권씨는 "집에서 쓰는 보일러와 같은 브랜드에서 에어컨까지 만들어 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국내 보일러 업계 라이벌인 귀뚜라미와 경동나비엔이 비수기로 통하던 여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며 이미지 변신을 하고 있다. 겨울철 난방 사업에 집중하던 보일러 회사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여름용 선풍기, 에어컨을 비롯한 냉방 제품을 속속 선보이면서 '종합 냉난방 에너지회사'로 이미지 확장을 꾀하고 있다.

16일 냉난방 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는 지난 2일 가정용 선풍기를 처음 출시했다. 직영 온라인 판매채널 '귀뚜라미몰'에 있는 계절가전 항목에서 판매하고 있는데, 이 회사가 가정용 선풍기를 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전부 무선 연결인 데다 대용량 배터리로 이용 시간을 극대화한 제품"이라며 "귀뚜라미가 아직도 보일러 회사로 많이 인식되고 있어 냉방 제품 강화와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귀뚜라미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스탠드 에어컨과 벽걸이 에어컨을 잇달아 선보인 바 있다. 전통 보일러 업체였던 귀뚜라미가 냉방 사업에 뛰어든 것은 정체된 국내 보일러 시장에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이에 2006~2009년 신성엔지니어링, 센추리, 범양냉방공업을 잇달아 인수하며 냉방 기술력을 쌓았고, 10여 년 전부터 냉방 매출이 난방 매출을 넘어섰다. 2020년에는 가정용 창문형 에어컨을 처음 선보였는데,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가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창문형 에어컨 신제품도 이달 안에 출시할 예정"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셀프 설치가 가능한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경동나비엔도 에어컨 출시를 준비하며 냉방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내년 출시를 목표로 냉방과 환기청정이 가능한 콘덴싱 에어컨을 준비하고 있다. 경동나비엔이 냉방 제품을 출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기존 제품과 달리 열을 이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제품"이라며 "기술 개발은 이미 완료됐으며 실증 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 여름 출시가 목표"라고 밝혔다.

이 회사가 출시할 콘덴싱 에어컨은 기존 에어컨보다 전기요금을 50% 이상 절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냉매로 냉각을 하는 기존 에어컨과 달리 실외기 안에 있는 '제습 로터'를 돌려 습한 공기를 먼저 건조시킨 뒤 자체적으로 물을 뿌려 공기를 증발시키는 원리로 실내를 시원하게 만든다.

주력 난방 제품인 콘덴싱 보일러처럼 물의 상태 변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처럼 공기를 순환시키는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제습과 환기청정 기능까지 더해지는 것도 강점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전기를 거의 안 쓰고 일정 수준까지 실내 온도를 낮춰 준다"며 "이후 온도를 더 낮추는 데만 냉매를 쓰기 때문에 일반 에어컨 대비 전기요금이 절반 이하로 내려간다"고 설명했다.

경동나비엔은 냉난방 제품뿐만 아니라 환기청정기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환기청정기는 천장에 설치된 환기 통로에 설치하는 환기 장치다. 기존 환기 장치와 달리 1대만 설치하면 집 안 전체의 공기 질을 관리할 수 있다.

이 회사가 환기 시장에 진출한 것은 2006년이다. 이후 연구개발(R&D)을 지속해 2019년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을 출시했다. 2022년에는 다중시설에서 활용 가능한 '나비엔 중대형 청정환기시스템'을, 지난해 6월엔 '나비엔 청정환기시스템 키친플러스'를 연이어 선보였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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