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 무서워요” 민원에…안내방송·비상벨 도입된다

김영은 2024. 5. 16.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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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여행이나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고속·시외버스를 타고 심야 시간에 이동하는 승객이 늘어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신문고에도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도 잦아지면서 권익위가 실태조사에 나섰습니다.

■"승객 늘자 성추행범 늘어 긴급 상황 도움 필요" …'안내방송·비상벨 설치' 권고

<사례1>
○○버스 내 성추행이 늘고 있습니다. 불쾌한 신체접촉 삼가하라는 안내방송과 경고 문구 좀 버스 내 부착해주세요. (국민신문고 - 2022년 6월)

<사례2>
밤 11시경 ○○신도시에 들어와 하차하는 방향에서 창가쪽에 앉은 여성분이 옆자리 남성에게 만지지 말라고 소리지르며 불편을 호소했습니다. (국민신문고 - 2021년 7월)

<사례3>
성추행 등 긴급상황 발생시 시민들이 도움을 주었으면 하지만 개인신상 및 위협감을 느껴 도와주지 않는 상황이 있음, 그럼에도 CCTV 및 차량 내부 곳곳에 긴급호출 비상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필요할 경우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태. (국민신문고 - 2021년 7월)

장거리 노선에서는 좁은 거리에서 타인과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만큼 성추행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게 이용자들의 지적이었습니다.

특히 심야 버스는 차량 내부를 소등하고 빈 좌석도 종종 있는데다, 고속으로 달리는 만큼 버스 기사가 차내 상황을 살필 여유가 부족합니다.

이에 권익위는 안전띠 착용이나 소화기, 비상망치 사용법을 안내하는 현재의 버스 내 안내 방송에 성범죄 예방 방송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이와함께 성추행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승객이 곧바로 도움을 요청하고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버스 내부에 비상벨을 설치하도록 했습니다.

■차량 내부 CCTV 설치 위치 제각각...밤에도 잘 찍히도록 '기준 마련' 권고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권익위는 버스 안에 설치된 CCTV의 위치와 화질도 확인해봤습니다. 버스 운행사별로 설치 위치와 해상도가 제각각이었고 사각지대도 많았습니다.

권익위는 차량 내 등을 끄고 운행하는 심야버스의 특성상 200만 화소 이상의 고화질 CCTV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CCTV 한 대만 설치할 경우 좌석 전체를 볼 수 있는 운전석 옆 중앙에, 두 대를 설치할 경우 운전석 옆 중앙과 버스 중앙에 설치하는 식으로 규격과 위치 등을 세부적으로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는 예시일 뿐이고 국토부 가이드라인에는 현장 상황을 반영한 자세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권익위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무기·흉기 등 "반입 금지 물품" 규정…직접 단속하려면 법안 필요

권익위는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불리는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르는 상황을 반영해, 흉기나 약물류 등 차량 내 소지 제한 물품을 구체화한다는 내용 역시 권고안에 포함했습니다.

단순히 '반입금지 물품'으로 고지하는 것에 실효성이 있냐는 지적도 제기됐는데요.

권익위 관계자는 "비행기의 경우 항공보안법 시행령 등 적용을 받아서 검색대와 금속탐지기 등을 설치해 단속이 가능하지만, 여객자동차법 상 버스에서 단속할 근거는 없는 상황"이라면서, "향후 국토부가 시행 규칙 등을 통해 근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운전자 보호 격벽·긴급구난체계' 예산 마련에 시일 걸릴 듯

< 심야 시외버스 운전자 좌석 현황 >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현재 일반 버스는 운전자 보호 격벽을 설치해 승객과의 충돌 등으로부터 운전자를 보호합니다. 하지만 고속·시외버스에는 현재 격벽 같은 보호 장치가 없습니다.

권익위는 "시내 일반버스와 수요응답형 여객 자동차(승객의 요청에 따라 행선지를 정해 운행하는 승합차)에 운전자 보호 격벽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에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도 반영하라고도 권했습니다.

긴급구난체계(e-call) 도입 참고 자료=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사고정보 공유체계를 심야 시외버스에 도입하는 방안 예시 (자료: 국민권익위원회)


또, 차량 내 블랙박스나 내비게이션이 사고를 인식해 자동차 보험회사, 한국도로공사 교통상황실 등에 자동 전송하는 '긴급구난체계(e-call) 서비스' 도입도 국토부에 권고했습니다. 버스 내에서 폭력이나 성추행,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승객이나 운전자의 신속한 신고가 어렵기 때문에 해당 서비스가 유용할 겁니다.

현재 이런 긴급구난체계는 개인이 자동차회사 등을 통해 유료로 이용하고 있을뿐, 버스뿐만 아니라 택시 등 국내 대중교통에는 도입되지 않았는데, 단말기 장착을 의무화한 유럽연합의 사례를 참고할만 합니다.

■권익위, 국토부 제도 개선 권고…국토부 시행규칙 반영, 예산 마련에 시일 걸릴 듯

권익위 관계자는 이번 제도 개선 권고에 대해 "국토부가 시행규칙에 반영하면 이행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권고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일단 올해 말까지 국토부가 시행규칙에 권고 사항들을 반영할 것을 기대한다"면서도 "운전자 보호를 위한 격벽 설치와 긴급구난체계(e-call) 설치는 시행규칙을 마련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정부 부처 예산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하려면 보통 올해 상반기 중으로 요청을 해야하는데, 권고안 가운데 예산 요청이 필요한 격벽 설치 등은 아직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국토부가 올해 말까지 시행규칙에 권고 내용을 반영하더라도 예산이 필요한 권고안들은 이르면 내년에예산 편성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입니다.

다만, CCTV 사각지대를 없애는 방안은 가이드라인 배포 등을 통해 버스 운영 주체가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안내방송에 성범죄 예방 사안을 추가하는 것은 비교적 신속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국민권익위는 심야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개선안의 이행을 국토교통부에 지속적으로 촉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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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 기자 (paz@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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