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항아리에 자리한 상념의 시공간”…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연작 두번째 초대전 ‘품·다’ [전시리뷰]

이나경 기자 2024. 5. 16.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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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9일까지 제2회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진수원) 연작 초대전의 두번째 전시회 ‘품·다’가 열리는 가운데 이동숙 작가가 달항아리를 소재로 한 자신의 채색화 작품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나경기자

 

무언가를 가득 담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냄이 있어야 한다. ‘비움’이 있어야 비로소 ‘채움’이 완성된다는 자연의 법칙은 300여 년의 세월을 간직한 달항아리 속에 고요히 담겨 있고, 도심 속 평화로운 침묵은 담백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의 세계로 현대인을 안내했다.

오는 19일까지 열리는 이동숙 작가(수원미술협회 회장)의 전시회 ‘품·다’는 지난달 28일 종료한 최경자 작가의 ‘가시나’展에 이어 ‘제2회 수원전통문화관 진수원 연작 초대전’의 두번째 순서다.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진수원)에 전시된 달항아리 채색화 작품들의 모습. 이나경기자

전시가 열리고 있는 수원시 팔달구의 수원전통문화관 기획전시실(진수원)에 들어서면 20여점의 달항아리 유화 작품들이 한옥 공간과 어우러져 편안하면서도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오랜 시간을 간직한 달항아리가 품은 풍요와 심미를 화포에 재현하며 은유적인 상징으로 관람객을 사색하게 만들었다. 특히 2차원의 평면 회화에 표현된 항아리는 풍부한 입체감과 마치 실제와 같은 그릇 표면의 질감을 생생하게 표현해내며 벽면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3차원 본연의 자태를 나타내고 있다. 청색과 녹색, 갈색과 고동색의 색감은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전한다.

■ 2차원에 담긴 3차원의 이질성이 전한 자연과 인간, 과거와 현재의 공존

300여 년의 세월을 이어온 달항아리에 시간과 공간을 담아낸 이동숙 작가의 연작 시리즈 작품 ‘품·다’의 모습. 이나경기자

유화라는 재료의 특성을 활용한 중첩과 반복이 만들어낸 우연의 효과. 이는 특유의 질감을 더했고 마치 불에 그을린 것과 같은 모습은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만들었다. 그림자가 존재하지 않음으로 인해 공간에 떠있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은 300년 전 인간이 만들어낸 문명을 현대의 도심 속 공간으로 불시착하게 한다.

작가는 달항아리 연작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삶과 자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낸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표현된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그러하다. 푸른 숲속을 떠올리게 하는 녹색과 청색, 고요하고 평화로운 해질녘 가을을 떠올리게 하는 갈색의 숲 앞에 덩그러니 자리한 문명의 그릇 달항아리는 시공간을 초월한 평화로움을 전한다.

소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작품 모습. 이나경기자

이동숙 작가는 “시간의 흐름과 삶의 모든 것은 품어낸다는 의미를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달항아리는 그 크기가 큰 탓에 물레를 통해 아래에서부터 위로 차올라 한번에 만들어내는 다른 그릇과 달리 일반적으로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만들고 이를 접합시켜 완성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작가는 “서로 다른 두 물체가 위와 아래, 가운데에서 만남으로써 불균형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듯 삶 역시 나와 다른 사람, 자연과 공존하며 더불어 산다는 공존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총 32회의 개인전을 이어 온 이 작가는 “그동안 이어오던 극사실주의 작품에서 추상으로 가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가장 편안하고 즐겁게 그림을 그렸다”며 “한옥으로 둘러쌓인 공간에서 평화로움을 즐겨달라”고 전했다.

한편 수원문화재단은 수원지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기성 및 신진 작가 11인의 작품의 전시회를 올 10월말까지 순차적으로 이어간다. ▲천 오브제를 이용한 설치 미술 김민지 작가(5월28일) ▲천연 염색 작품을 선보일 윤희경 작가(6월18일) ▲집을 모티브로 궁궐도 작품의 이미연 작가(7월9일) ▲천을 소재로 한 임정은 작가(7월30일) ▲연꽃 소재 채색화의 오혜련 작가(8월20일) ▲부조 조각 작품전의 김경지 작가(9월10일) ▲차원과 시각의 공간 회화 황은화 작가(10월1일) ▲규방공예 작품을 선보일 서은영·구희정 작가(10월22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작품 전시가 예정돼 있다.

이나경 기자 greennforest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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