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교수 성폭력 ‘미투’에…“왜 학교랑 엮음?” 비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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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이름 붙이는 걸로 2만명 학생들이 또 상처를 받아야 하잖아."
대학 인권센터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성폭력 상담 활동가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학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도록 숨기는 데만 급급하다"며 "일부 인기 대학, 학과를 제외하면 입학생 모집이 어려운데다, 취업난으로 취업률에도 민감해지면서 공론화를 비판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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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게시판에 “개인 문제” 공론화 비판 글
“엄밀히 말하면 개인간 문제인데…인하대랑 무슨 상관이라고 피해자는 자꾸 학교 이름에 포커싱을 맞추는 것임?”
“교수 개인 문제지 왜 학교랑 엮음?”
“‘인하대’이름 붙이는 걸로 2만명 학생들이 또 상처를 받아야 하잖아.”
지난 13일 ‘인하대 겸임교수의 졸업생 강제추행 사건’이 한겨레에 보도된 뒤, 인하대 학내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댓글 일부다. 인맥이 재산이나 다름 없는 영상 제작업계에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지은(가명·20대)씨가 비슷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학 재학시절 ‘교수님’이자 영상촬영·편집업계 선배, 사실상 그의 고용주인 ㄱ씨를 고발했다는 소식에 “용기 내줘서 고맙다”는 등의 의견도 있었지만, 피해자의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로 학교 평판이 깎였다며 공론화 자체를 문제 삼는 의견이 상당수 게재된 것이다. 게시물 가운데는 ‘왜 술을 마시고 (가해자의 작업실에서) 잠들었냐’, ‘왜 (가해자와) 단둘이 술을 마셨냐’는 등 지은씨의 행실을 탓하는 글들도 보였다.
지은씨는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가해자가 사직했는데 왜 자꾸 문제를 키우냐’는 식의 글이 많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았다”며 “혹시 모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공론화에 나선 건데 돌아오는 건 비난이어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지은씨처럼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직접 사건 공론화에 나선 피해자가 ‘2차 가해’에 시달리는 경우는 적지 않다. 같은 학교에서 2022년 발생한 ‘재학생 준강간치사 사건’ 때도 피해자 등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인하대 재학생 ㄴ씨는 “당시 사건 직후 교수가 강의 중 ‘이 사건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한 학생이 ‘개인적으로 발생한 일인데 학교 이름이 보도돼 안타깝다’는 취지로 답변해 충격을 받은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성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이한씨도 “실제로 현장에서 강의를 하다가 성폭력 사례를 언급하면 청중 가운데 일부는 즉각적으로 ‘가해자가 나쁜 놈이네’라고 했다가, 그래도 ‘그건 개인의 문제’라는 반응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은 “개인과 개인의 문제’로 성폭력을 인식해야만, 공동체의 성폭력 방지를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에 죄책감 없이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학 인권센터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성폭력 상담 활동가도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어떻게든 학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도록 숨기는 데만 급급하다”며 “일부 인기 대학, 학과를 제외하면 입학생 모집이 어려운데다, 취업난으로 취업률에도 민감해지면서 공론화를 비판하는 2차 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성폭력 사건을 개인 간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피해자를 고립시키고, 나아가 성범죄 근절을 더 어렵게 만드는 대표적 원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폭력은 공동체가 공유하는 성차별적 사고와 문화의 산물인데, 이를 ‘개인의 우발적 일탈’로 축소하는 것은 성폭력을 발생시키는 구조를 공고히 하는데 일조할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 활동가는 피해자의 문제제기가 공동체 내 성폭력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환기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성폭력 사건을 개인 문제로 축소하는) 반응이 실질적으로 누구를 도와주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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