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된 대구銀…‘인뱅’ 흐름 타고 체급차 넘을까
시중은행 자본의 16% 수준…체급차 극복 전략은 ‘디지털’
인뱅 전성기에 장밋빛 전망…차별점 찾기는 숙제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대구은행이 '아이엠(iM)뱅크'라는 이름의 시중은행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은행권 과점 구도를 깰 '메기'로 투입되는 만큼 경쟁력에 관심이 집중된다. 시중은행과 자본 규모 차이가 막대하기 때문에 대구은행은 디지털 특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인터넷은행이 전성기를 맞은 만큼 대구은행의 이같은 전략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인가' 안건을 의결했다. 이로써 대구은행은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과 외국계 은행(SC제일·한국씨티) 2곳 등 총 6곳과 함께 시중은행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 은행권 과점 구도를 깨고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대구은행은 당시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표명한 이후 '시중은행 전환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려 사업계획을 수립해왔다. 이에 올해 2월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시중은행 전환 인가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 후 비전으로 '뉴하이브리드 뱅크'를 제시하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전국 단위 영업망을 확대해 오프라인 대면 영업의 장점도 동시에 챙기는 '준인터넷전문은행'으로 거듭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사명을 'iM뱅크'로 변경하되 로열티가 높은 대구·경북 지역에선 기존 대구은행 사명도 병기할 계획이다.
분명한 체급차에 꺼내든 '디지털 강화'
대구은행이 '디지털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유는 당장 시중은행과 경쟁하기엔 규모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기준 총자본은 4조9857억원인 것에 비해 5대 은행의 총자본은 23조~36조원대로 5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구은행의 1분기 총자산 규모 역시 79조6291억원으로 400조~500조원대 규모인 5대 은행의 6분의1 수준이다.
당장 외형 성장이 제한되는 점도 디지털 전략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은행은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상 대출을 내줄 수 없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자기자본 규제에 따라 통상 위험가중자산(RWA) 대비 자기자본을 11%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 건전성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13% 안팎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은행으로선 자기자본 확충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대구은행의 CET1 비율은 13.51%로 은행 평균 수준이지만, DGB금융지주의 CET1 비율은 11.07%로 전체 은행지주 하위권인 탓에 지주에서 출자는 어려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은 비교적 자본 여력이 있지만, 지주 총자산에서 대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77%에 달한다. 은행 대출 확대가 지주 RWA 증가로 이어지는 부담도 신경 써야 하는 셈이다.
DGB금융도 이를 감안해 대구은행에 대해 매년 7~9% 수준의 자산성장을 목표하고 있다. DGB금융은 일단 비은행 계열사들의 자산 감축과 재분배를 통해 은행 외형 성장에 따른 자본 비율을 커버할 계획이다.
'인뱅' 전성기 도래에…대구銀 디지털 전략 통할까
이에 따라 시중은행 전환 후 디지털 분야를 얼마나 빠르게 키워가느냐가 대구은행의 과제로 꼽힌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디지털 전략을 중심으로 일제히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분기 실적이 공개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순익을 보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2019년 137억원에서 지난해 3549억원으로 성장률이 2490.51%에 달한다. 케이뱅크도 2019년 1008억원 적자에서 2022년엔 836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토스뱅크 역시 지난해 적자 폭을 2644억원에서 175억원으로 94% 가량 줄이며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렇게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대세로 자리 잡음에 따라 iM뱅크를 중심으로 성장하겠다는 대구은행에게도 승부수를 던질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다.
문제는 대형 시중은행들도 이를 인지하고 디지털 경쟁력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주요 은행지주는 지난해 연말 계열사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디지털·AI 분야 강화에 나섰다.
특히 인터넷은행들 역시 장기적으로 비즈니스 모델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기 간편송금과 비대면 대출 등 편리함을 앞세워 성장한 이후 이렇다 할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완전한 비대면 심사를 통해 취급할 수 있는 자산의 종류도 많지 않다. 더구나 시중은행이 인터넷은행들의 장점만 골라 빠르게 벤치마킹하며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하지 않은 대구은행도 비슷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시중은행 인가가 나와도 전반적 사업 기반 등은 여전히 대구·경북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며 "앞으로 관건은 핵심 기반인 대구·경북 지역 내 우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지역에서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을지 여부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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