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천어 축제’ 고장 화천군이 ‘어류 발효액’을 만드는 이유[현장에서]

최승현 기자 2024. 5. 16.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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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강원 화천군 하남면 공단길에 있는 ‘화천군 농업 미생물 배양센터’의 한 직원이 ‘친환경 어류 발효액 생산시스템’의 가동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생산되는 액체 비료는 식물 성장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승현 기자

축제의 고장인 강원 화천군이 최근 ‘친환경 액체 비료’를 생산해 지역 농가에 보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개최 당시 방문객이 150만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화천 산천어 축제’의 부산물을 활용하려는 취지다.

쓰다 남은 산천어 등으로 만든 고품질 액체 비료를 저렴한 가격에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농민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화학 비료 사용량을 줄여 토지개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데다 영농비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오전 강원 화천군 하남면 공단길에 있는 ‘화천군 농업 미생물 배양센터’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추출·숙성·발효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대형 금속 탱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동물성 액체 비료를 만드는 ‘친환경 어류 발효액 생산시스템’이다.

액체 비료의 주원료는 ‘산천어’다. 화천 산천어 축제 기간 얼음·루어낚시 프로그램 등에 사용하다 남았거나 수조 등에 보관하던 중 폐사한 것들이다. 축제 현장의 음식 판매대에서 산천어 회, 어묵 등을 만들며 나온 머리와 내장, 뼈 등의 부산물도 포함돼 있다.

생산시스템의 가동 상태를 살피던 화천군 농업 미생물 배양센터 직원 박재혁씨(38)는 “지난달 15일부터 이곳에서 생산된 액체 비료를 공급하기 시작하자 농민들로부터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농가당 최대 8ℓ씩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화천군이 농업 미생물 배양센터 내에 생산 시스템을 구상해 구축에 들어간 것은 2021년부터다. 16억 원을 들여 3년여 만인 지난 2월 모든 시설을 준공했다. 시험가동을 거쳐 지난 4월부터 친환경 액체 비료(어류 발효액)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화천군은 이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2022년 산천어를 활용한 액체 비료 제조법에 대한 특허를 획득했고, 중국 현지 특허도 출원 중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겨울 축제를 개최한 후 남은 산천어와 부산물에 대한 재활용 방안을 수년간 연구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2024 화천 산천어축제’ 폐막을 하루 앞둔 지난 1월 27일 오후 화천천의 얼음낚시터에 많은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화천군 제공

2003년 시작된 산천어 축제는 2006년 이후 매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다. 5~6년 전부터는 150만~180만 명이 방문해 연간 1300억 원대에 이르는 경제유발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많은 관광객이 몰리다 보니 매년 얼음낚시 프로그램 등에 투입되는 산천어의 양도 130~190t(45만~63만 마리)에 달했다. 전국에서 양식 중인 산천어의 80~90%가량이 화천 축제 때 사용된 셈이다.

화천군 관계자는 “얼음낚시 체험객들이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다소 여유 있게 산천어를 준비하는 데다 어묵 등 1차 가공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도 부산물이 생기다 보니 10% 안팎의 폐기 대상 물량이 발생하고 있는 형편이다”며 “고심 끝에 이를 재활용해 농가에 공급할 액체 비료를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천군은 산천어 부산물 등을 고온 고압으로 가열해 단백질을 분해하고, 유산균과 당밀을 넣어 발효·숙성시킨 액체 비료를 연간 40t가량 생산해 지역 농가에 1ℓ당 15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보통 다른 어류 등을 활용해 만든 동물성 액체 비료의 경우 1ℓ당 3만~4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친환경 어류 발효액 생산 시스템을 구축해 액체 비료를 제조함으로써 폐기되던 산천어 부산물 등을 유용한 자원으로 재탄생시키고, 농가의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을 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두게 됐다”며 “지역 농민들에게 액체 비료와 유용 미생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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