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사장 "최후수단으로 최소 전기료 정상화 필요…정부에 호소"

김현철 2024. 5.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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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사장 기자간담회
한전 누적적자 43조…정부, 전기요금 인상 시기 등 고민
김동철 한전 사장이 16일 세종의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자구책만으로는 43조원까지 불어난 누적적자 해소가 더이상은 불가능하다며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16일 세종시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함을 정부 당국에 간곡히 호소드린다"며 "한전은 그동안 전기요금 조정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력을 다해 왔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강조했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연결 기준 43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3조원으로 작년 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원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을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 상당 부분을 자체 흡수하며 일종의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면서 물가 인상과 가계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업 경쟁력 지켜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지난 2022년 이후 6차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손해를 보고 전기를 파는 국면에서는 벗어났다. 지난해 3·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여전히 40조원대에 달하는 누적 적자가 쌓여있다. 더 큰 문제는 한전을 둘러싼 대외 경영 환경이 다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사장은 "올해 1·4분기 1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지만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로 재무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시행했던 자회사 중간 배당이라는 창사 이래 특단 대책도 더 남아 있지 않다"며 "만약 요금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비한 막대한 전력망 투자와 정전·고장 예방을 위한 필수 전력 설비 투자에 소요되는 재원 조달은 더 막막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전의 이같은 어려움은 전력 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와 에너지 혁신 기업들의 생태계 동반 부실과 국가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 사장은 막대한 재원 투자가 필요한 국가 전력망의 대대적인 확충이 필요한 상황에서 한전의 투자 여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전은 2042년까지 조성될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를 비롯해 폭발적 증가가 예상되는 전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며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를 값싸게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왔고 앞으로도 이를 철저히 이행하겠다"고 했다.

전기요금을 어느 수준까지 인상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40조원대 누적 적자를 해소하면서 중장기 재무 계획에 따라 2027년까지 한전 사채 발행 한도를 2배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1kWh(킬로와트시)당 전기요금을 1원 인상할 때 연간 기준으로 한전 적자 약 5500억원을 해소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요금 결정권을 가진 정부도 한전의 재무 위기 해결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면서도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산업에 대한 부담이 커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김 사장은 한전의 영국 원전 수출 가능성과 관련해 "작년 영국에 다녀왔을 때 그쪽에서 먼저 한전이 '온 타임, 온 버짓'을 바라카 원전에서 보여준 것을 알고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며 "(영국 측과) 긴밀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현지시간) 한전이 영국 당국자들과 앵글시 윌파 지역에 신규 원전을 짓는 문제와 관련한 초기 논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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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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