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판지에 먹으로 그린 해녀의 일상…신간 '발룬티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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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큰 전복이 있어도 / 들숨 들이킬 때까지 있으면 안 된다 / 물속 들숨은 곧 죽음이니까 / 나라고 왜 욕심이 없겠어 / 그러나 물속 욕심은 마지막이 된다는 걸 / 해녀들은 알고 있다."
자맥질을 끝내고 수면으로 떠오른 해녀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 나는 '숨비 소리'로 동료의 안부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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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아무리 큰 전복이 있어도 / 들숨 들이킬 때까지 있으면 안 된다 / 물속 들숨은 곧 죽음이니까 / 나라고 왜 욕심이 없겠어 / 그러나 물속 욕심은 마지막이 된다는 걸 / 해녀들은 알고 있다."
망사리(채취한 해산물을 넣어두는 그물망)와 태왁(해녀가 사용하는 부유물)을 들고 거칠고 찬 바당(바다를 뜻하는 제주 방언)에 뛰어드는 해녀들은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하루하루 물질에 충실할 뿐이다. 지나친 욕심은 금물이라는 것을 잘 안다. 자맥질을 끝내고 수면으로 떠오른 해녀는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 나는 '숨비 소리'로 동료의 안부를 확인한다.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과 삼성화재 등에서 일하다 쉰살에 은퇴하고 제주에서 제3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한익종은 해녀들의 이런 일상을 지켜보며 느낀 것들을 신간 '발룬티코노미스트'(여성경제신문)에서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다.
해녀의 시선도 빌린다.
책은 "물질 수확이 예전 같지 않다 // 바다가 많이 썩었단다 / 그래서인지 잡을 것들도 많이 사라졌다 / (중략) 그래도 속상하지 않다 / 이만큼이라도 잡을 수 있다는 게 / 얼마나 다행이냐"며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주어진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의 가치를 전한다.
무엇보다 쓰고 버린 나무젓가락을 주워서 부러뜨린 뒤 먹물을 찍어 버려진 골판지에 해녀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업사이클링' 그림이 책을 돋보이게 한다.
물속으로 잠수하는 해녀, 일을 마치고 지팡이에 의지해 돌아가는 허리가 굽은 늙은 해녀, 물질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몸이 불편한 남편 등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저자는 독특한 재료를 활용한 그림이 "욕심을 내려놓고 인간과 자연을 생각하며 함께 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밝힌다.
그는 봉사와 경제활동이 어우러져야 이 시대에 필요한 함께하는 삶이 된다는 믿음을 담아 봉사자(volunteer)와 이코노미스트(economist)를 합성해 '발룬티코노미스트'라고 제목을 달았다.
145쪽.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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