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단히 사랑” 尹정부서 인사 후폭풍 휩싸인 檢

이혜영 기자 2024. 5.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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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 용산 개입설에 민감 반응…이원석, 의미심장 침묵
후속 인사 관건…文 사위 의혹, 서울중앙지검 이첩 가능성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제78차 유엔 총회 참석과 세계 각국 정상들과의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성남 서울공항에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 다음 국내 행사로 곧바로 출발하기 전 함께 귀국한 김건희 여사와 악수하고 있다.ⓒ연합뉴스

"사람에 충성하지 않고, 검찰 조직을 대단히 사랑한다." (2013년 10월, 윤석열 당시 여주지청장)

'검사' 윤석열의 발언이 검찰과 정치권을 뒤흔든 지 11년이 지난 2024년 5월. '대통령' 윤석열이 이끄는 정부에서 검찰은 초유의 상황을 마주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은 주요 수사를 지휘하는 1~4 차장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임기를 불과 4개월 남겨둔 이원석 검찰총장은 하루 아침에 '수족(手足)'이 잘렸다. 대상도, 시기도, 규모도 얽히고설킨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빼고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검찰 인사 후폭풍이 특검 화력을 더하는 불쏘시개가 되는 동시에 전임 문재인 정부와 야권을 덮치며 정치권 전반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원석의 '무거운 침묵', 박성재의 '적극 반박'

기습 작전을 방불케 한 검찰 고위직 인사 이후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은 의미심장한 '침묵'과 '반박'을 내놓았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5월16일 출근길에 이원석 검찰총장과 '협의'를 마친 후 대검 검사급(고검장·검사장) 인사를 단행한 점을 거듭 강조했다. 검찰청법에 '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하고 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는 인사 절차를 의식한 것으로,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 인사를 대통령실이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장관을 너무 무시하는 말씀 아니냐. 대통령실 누가 다 하셨죠?"라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검찰 인사와 행정 전반을 다루며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임명 엿새 만에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1~4차장이 한꺼번에 물갈이 된 것은 결국 '용산의 뜻'이라는 분석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전날 법무부가 단행한 인사에 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총장 반응은 달랐다. 전례 없는 '대규모 5월 인사' 당일 지방 일정을 소화하다 이튿날인 5월14일 대검찰창으로 출근한 이 총장은 '인사 사전 조율' 질문에 심각한 표정으로 7초간 침묵했다. 이 침묵은 역설적이게도 김건희 여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지휘 라인과 대검 참모진 전면 물갈이와 그 시기에 이 총장은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총장은 인사 발표를 앞둔 주말 박 장관과 만나 인사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총장은 '인사를 미뤄야 한다'는 의사를 피력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검찰총장 의견을 '접수'한 법무부는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 소환조사 필요성을 제기한 수사 지휘부 전원 물갈이로 응답했다. 이 총장의 의혹 진상규명 지시가 나오고 중앙지검에 전담 수사팀이 꾸려진 지 11일 만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 '인사 학살' '승진 당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가 나오는 데 대해 "이원석 총장의 표정에 모든 것이 담겨 있던 인사"라며 "누구보다 검찰 인사 독립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를 지키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김건희 여사가 2023년 7월11일(현지 시각) 빌뉴스 미콜라스 로메리스 대학교(MRU) 내 빌뉴스 세종학당에서 '리투아니아 공화국 헌법'의 한국어 번역 부분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김 여사 소환, 후속 인사 관건…'文 일가' 정조준?  

인사 잡음 속 이 총장과 박 장관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해법은 "수사는 수사대로"다. 5월16일 새 부임지로 출근한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도 동일한 입장을 냈다. 인사와 수사는 별개이며, 법과 원칙에 따라 김 여사 소환 여부를 포함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관건은 후속 인사다. 김 여사 관련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수사를 지휘하는 1·4차장에 어떤 인물이 오는지, 또 형사1부장·반부패수사2부장 교체 여부에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검찰 내에서 상당한 동요가 감지되는 만큼 이르면 금주 내로 점쳐지는 고검 검사급 인사를 기점으로 후폭풍이 커질 수 있다. 임기 막바지 '식물총장'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할 것인지, 용산과 대립각을 세우며 정면충돌할 것인지 여부도 후속 인사와 맞물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4년 전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인사에 반발하며 청와대 및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정면충돌 했던 것과 '데자뷔'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장과 신임 이 지검장 간 미묘한 구도를 포함해 검찰 안팎의 대치 전선이 후속 인사를 기점으로 표면화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로선 김 여사 수사 라인에 있는 부장검사들 역시 교체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검찰기가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야권은 검찰 인사를 '김건희 여사 방탄용'으로 규정했다. '친윤'(친윤석열)검사들이 김 여사 소환 필요성을 제기하자 '찐윤' 재감별을 거쳐 수사·지휘 라인을 재구성했다며 맹공을 펼치고 있다. 이번 인사를 해병대 채상병 순직 수사외압 의혹 사건과 김 여사 사건 특검 도입에 화력을 더하는 지렛대로도 적극 활용하는 양상이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김 여사 방탄용' '공격 빌미' 등 성토가 쏟아진다.

다만 전열을 재정비 한 검찰 칼끝이 다시 한 번 야당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 신임 지검장이 전주지검에서 지휘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아무개씨의 항공사 임원 취업 특혜 의혹 사건이 이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대검은 서씨의 타이이스타젯 취업 특혜 의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형사1부가 수사 중인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관광', '경호관 수영 강습' 의혹 등 고발 사건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각종 논란을 안고 등장한 이 지검장은 이날 김 여사를 비롯한 주요 수사와 관련해 "수사에 지장이 없도록 모든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인사와 관계 없이 저희가 해야 할 일은 법과 원칙에 따라서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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