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최강창민 "뮤지컬 늦바람, 유노윤호도 응원"…젊어지는 '벤자민 버튼' 희로애락 열연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 일생을 '목각인형'으로 표현
김재범 "대본 읽고 눈물"
[텐아시아=김지원 기자]
국내 뮤지컬 시장에 정통 유럽 뮤지컬을 선보이며 흥행을 이어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새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을 내놓는다. 기존 라이선스 뮤지컬이 아닌 음악, 대본 외에 연출, 무대, 의상, 조명 등 뮤지컬 전 분야를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재창작했다. 동방신기의 심창민(최강창민)은 이번 '벤자민 버튼'으로 뮤지컬 무대에 도전한다.
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뮤지컬 '벤자민 버튼'의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연출가 조광화, 작곡가 이나오, 퍼펫 작가 문수호, 협력 연출 안무가 심새인, 배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이 참석했다.
'벤자민 버튼'은 재즈 시대를 배경으로,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지는 벤자민 버튼의 일생을 통해 삶의 기쁨과 사랑, 상실의 슬픔, 시간과 세월을 초월해 존재하는 인간의 인생을 조망하는 작품.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의 원작인 F.스콧 피츠제럴드의 단편소설을 원안으로 EMK뮤지컬컴퍼니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이다. 조광화가 극작 및 연출을 맡았고, 신예 작곡가 이나오가 작곡에 참여했다.
이번 공연은 벤자민 버튼의 나이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장면을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퍼펫(목각인형)을 활용했다. 조광화 연출가는 "벤자민 버튼의 이야기가 매력적이지만 무대에서 보여주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전 연령대를 보여줘야하는데 무대에서는 CG를 쓸 수도 없지 않나. 흥미로운 이야기지만 무대에서는 어렵겠다고 생각했는데 퍼펫이 물체가 아니라 감정이 있는 인물이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퍼펫으로 벤자민의 나이를 정리해주면 공연이 가능할 것 같았다"며 "동물과 달리 인간의 섬세함을 따라갈 수 없는 지점이 있더라"며 "퍼펫을 나이를 대변하는 장치, 놀이성으로 썼다. 배우가 할 수 없는 극단적인 표현도 넣었다. 배우가 표현 요소에 집착하지 않고 정서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나오 작곡가는 "소설, 영화가 있지만 가장 영감이 됐던 건 뮤지컬 버전의 '벤자민 버튼'이었다. 음악적으로 어떻게 설계해야할지 블루프린트가 그려졌다"고 전했다. 이어 "재즈와 클래식의 조합으로 돼있는 감성의 음악들이 저에게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은 타이틀롤인 벤자민 버튼 역에 캐스팅됐다. 벤자민 버튼은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남자로, 마마가 알려준 인생의 '스윗스팟'이 블루라고 확신하면서 그녀와의 사랑을 쫓아 평생을 바친다. '스윗스팟'은 골프나 테니스에서 공을 칠 때 가장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지점, 음악을 감상할 때 최적의 밸런스로 들을 수 있는 위치를 뜻한다.
'벤자민 버튼'은 동방신기 심창민의 첫 뮤지컬 작품이기도 하다. 심창민은 많은 아이돌이 일찍 뮤지컬 무대에 뛰어든 것과 달리 데뷔 21년째에 뮤지컬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21년 만에 하게 된 건 늦바람이라고 밖에 설명드릴 수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많은 아이돌이 뮤지컬에 도전하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연이 안 되다 보니 못했는데 이번 작품은 소설, 영화 등 워낙 매력적인 콘텐츠였다"고 밝혔다.
심창민은 "주변에 조언을 구하다 보니 조광화 연출가와 함께하게 되면 많이 배우고 귀한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제 친구 조규현 씨가 얘기하더라"고 전했다. 또한 "연습하는 데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제가 뮤지컬이 처음이다 보니 여태껏 해왔던 춤, 노래와는 분야가 다르더라. 현장에 있는 어느 배우들보다 무엇 하나 나은 게 없다. 어떻게 해서든 이 멋진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좋은 무대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했다"며 "제 생각보다 뮤지컬은 많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멋진 제작진, 배우들과 함께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고 싶었던 소재인 '스윗스팟'을 이 작품을 통해서 저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같은 그룹의 멤버인 유노윤호의 반응은 어땠냐는 물음에 "응원을 많이 해줬고 조만간 보러오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김재범은 처음 '벤자민 버튼' 대본을 보고 "후루룩 다 읽었다. 눈물이 앞을 가리더라. 제가 나이 들어가다 보니 나이 들어가며 어긋남 같은 것들이 가슴에 들어오더라. 거꾸로 나이 들어오며 만나는 시간이 35살이지 않나. 그런 것들이 가슴 아팠다. 따뜻한 대본을 봐서 행복했다.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김성식은 퍼펫과 함께하는 공연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김성식은 "퍼펫에서 빠져나오는 게 어려웠다. 퍼펫과 저, 그리고 같이 함께지는 부분, 마음이 합쳐지는 부분, 빠져나오는 부분. 이런 것들이 어렵더라. 어느 순간은 저대로 하고 있고 어느 순간은 퍼펫 나이에 너무 사로잡히더라. 연출가가 정서에 더 깊게 다가가라고 하셔서 (방향성을) 찾아갈 수 있었다. 지금도 잘 맞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더 깊은 정서를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은 벤자민 버튼의 운명적 사랑이자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재즈클럽 여가수 블루 루 모니에 역은 맡았다.
김소향은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무엇일까, 주름이 늘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그것을 함께 나눌 사람이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가 생각들더라. 블루가 마지막으로 부르는 노래가 있다. 그거 하나만으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 가사가 아름답다"고 전했다. 이어 "산다는 것에 대해 아름답게 정의하는 곡이다. 이 곡을 들으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박은미는 "무대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블루는 크리올(유럽계-아프리카계 혼혈)이라는 설정이다. 지금으로 따지면 소외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벤자민과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연출가가 캐릭터들이 소외 당하는 사람들이라는 설명을 해줬다"며 "강한 사람으로 표현됐지만 저는 나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벤자민에게도 갔다가 아버지에게도 갔다가 한다. 홀로 서는 장면이 많지 않나. 뒤늦게 홀로 서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저는 나약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이아름솔은 "블루라는 캐릭터는 내면에 상처가 깊은 친구다. 깊은 상처를 가졌지만 누군가를 할퀴거나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아픔을 가진 다른 누군가를 보듬고 치유하고 사랑해주는 따뜻한 캐릭터다"라며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벤자민 버튼'은 오는 6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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