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만기 1년에서 3개월로 줄었는데 4번 연장하면 부실 사업장이라니...”

정순우 기자 2024. 5.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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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협회, 정부 PF 구조조정 방안에 반발
정부의 PF 정책에 대한 부동산개발협회 긴급 간담회 참석자들이 김승배 협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한국부동산개발협회

부동산 개발기업(시행사)을 대표하는 단체인 한국부동산개발협회가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 금융권의 과도한 금리 장사 등이 맞물려 지금의 PF 위기가 빚어졌는데 수요 회복 정책 없이 공급자만 정리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다. 대출 만기 연장 횟수, 분양률 등 단순 계량 지표 만으로 사업성을 평가하는 것 역시 현장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16일 협회가 개최한 ‘부동산 PF 정책방향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는 부동산 개발업계 관계자들의 불만 목소리가 쏟아졌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PF 구조조정 방안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기업인들은 대출 만기 연장 등 단순 지표를 기준으로 사업성을 평가하고 구조조정 대상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은 대출 만기를 3회 이상 연장하면 ‘유의’ 등급으로, 4회 이상이면 최하위 등급인 ‘부실우려’ 사업장으로 분류해 사업구조 재편, 경·공매 등으로 처리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부터 금융 여건이 안좋아지면서 통상 1년이던 브리지론(초기 사업비 대출)의 만기를 3~6개월로 줄여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졌는데 대출 연장 횟수를 지표로 삼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평가다. 한 시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정부가 PF 시장을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사들은 눈치를 보느라 브리지론 만기를 짧게 설정하고 연장 때마다 수수료를 받고 있다”며 “금융사가 만기를 줄인 탓에 연장 빈도가 잦아진 것인데, 이런 사례를 부실 사업장으로 낙인찍고 시행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건 부당하다”고 말했다.

대출 후 인허가, 분양 등 후속 절차가 늦어지는 것을 사업성 판단 요건에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서도 불만이 나왔다. 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되는 현장 대부분 지자체의 인허가 요구 사항이 지나치게 까다롭거나, 시공사와 공사비 증액 협상을 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경우”라며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기업의 현장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이 자금 조달 조건을 강화하면서 계열사 또는 타 사업장 연대보증, 대주주 연대보증 등을 관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하나의 사업장이 PF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돼 청산 결정이 난다면 그와 연결된 정상적인 사업장들이 줄줄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개발협회는 이날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바람직한 정책 방향 형태의 의견으로 정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무리한 연대보증 근절, 시장 상황에 맞는 평가요인 조정, 정책 수립 과정에서 업계 의견 반영 등의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김승배 부동산개발협회장은 “지금 부동산 PF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 침체인데, 다주택 세제 완화 등 시장 회복 정책은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일단 공급자부터 정리하겠다는 것이 시장경제 논리에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부동산 개발업계가 쓰러지면 도심 내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하는 비아파트 공급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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