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Pick] ‘범죄도시’ 시리즈, 뻔한 결말을 알고도 보는 이유?!

2024. 5. 1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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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천만 관객 돌파
공적 제재의 정의감,
맨주먹의 카타르시스,
스포 걱정 없는 결말과 유머

영화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 달성했다. ‘범죄도시’ 시리즈에 대해 ‘끊임없는 자가 복제’로 구성이 단조롭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예상 가능한 전개와 결말로 반전의 묘미를 찾을 수 없어 스토리도 단순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스포 걱정 없는 ‘뻔한 영화’를 찾는다. 그 이유는 무얼까.
‘범죄도시 4’ 스틸컷
뻔하지만 너무나 궁금한 마석도의 주먹
지난 4월22일 개봉한 ‘범죄도시4’의 기세가 드세다. 개봉 첫날 86만1,830명의 관객이 찾아 2024년 개봉 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수립하더니, 개봉 22일 차인 5월 15일 누적 관객 1,017만 명(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돌파했다. 시리즈의 총 지휘자인 배우 마동석은 “영화는 8편까지 기획되었다. 1~4편은 시리즈 1부, 나머지는 시리즈 2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른바 ‘프랜차이즈 시리즈’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그것은 그간의 성적이 말해준다. 2017년 ‘범죄도시’는 가리봉동 내 조선족 범죄조직을 소탕하는 이야기로 당시 688만 명의 흥행 스코어를 기록했다. 그리고 5년 뒤 2022년 ‘범죄도시2’는 강해상파의 납치 살인과 사적 제재를 소재로 1,269만 명의 흥행 기록을 수립, 1,000만 영화로 등극했다. 2023년 부패 경찰 주성철과 일본 야쿠자의 마약 유통을 다룬 ‘범죄도시3’은 1,068만 명을 기록, 연이어 시리즈물 1,000만 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범죄도시’ 1·2·3·4편의 누적 관객 수는 총 4,026만 명으로, 한국 영화 최초로 시리즈 누적 관객 수 4,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시리즈 4편 역시 불법 도박 사이버 범죄를 소탕하는 정의의 심판 경찰, ‘마석도’를 다룬다. 영화 1, 2편에서 서울금천경찰서 강력1반 부반장 경위 마석도는 3, 4편에서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1계 부팀장, 계급도 경감으로 승진했다.
시리즈에 대해 마동석은 “평소 친분이 있는 형사 모임에서 들은 실화인 50여 가지 에피소드 중에서 10여 가지를 추렸고 이 중에서 8편을 영화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편 이후 5년 만에 시리즈 2편이 나왔지만 그 뒤 1년 만에 하나씩 영화를 선보일 수 있었던 것은 3, 4편의 동시촬영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5, 6편 역시 동시 촬영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왼쪽부터)‘범죄도시 1’ 장첸, ‘범죄도시 2’ 강해상
(왼쪽부터)‘범죄도시 3’ 주성철·리키, ‘범죄도시 4’ 백창기
물론 이 시리즈물의 흥행과는 별개로 각각 영화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시리즈물을 탄생케 한 1편의 경우 흥행과 평단 모두 호평을 받았다. 맞은 이의 생사를 걱정해야 할 정도의 마석도의 강력한 주먹 액션, 잔혹하기 그지없는 최강의 빌런 윤계상표 ‘장첸’, 그리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 ‘위성락’ 역의 진선규 등이 열연을 펼쳤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마동석은 하나의 장르로 평가받았다. 그리고 빠른 전개, 최강 빌런과의 마지막 1 대 1 결투, 허를 찌르는 유머는 이후 제작된 시리즈물의 공식이 되었다.
2편도 마찬가지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전작과의 비교’에서 전혀 열등하지 않는 수준으로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손석구가 연기한 ‘강해상’은 등장 첫 장면에서 “너 납치된 거야~”라는 한 마디로 장첸과의 빌런 비교에서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 잔혹한 카리스마를 보였다. 어쩌면 2편은 시리즈물의 제작 공식 즉 구성과 전개, 캐릭터 확립을 확고히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3편은 호불호가 많이 갈렸다. 부패경찰 ‘주성철’과 일본 야쿠자 조직 ‘리키’라는 두 명의 빌런이 등장, 전편들과는 다른 캐릭터 구성을 선보였다. 여기에 ‘초롱이’ 역 고규필, ‘양호’ 역 전석호의 유머는 마석도와 합을 이루며 어딘지 ‘2%’ 부족한 영화의 빈틈을 채우려 노력했다.
‘범죄도시 4’ 스틸컷(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4편에서도 빌런이 두 명 등장한다. 바로 IT업계의 천재라 불리는 ‘장동철’ 역의 이동휘, 특수부대 출신으로 단검을 쓰는 김무열의 ‘백창기’이다. 상대적으로 마석도의 큰 덩치를 상대할 빌런을 만들기 위해 영화는 백창기에게 절대 무기인 단검을 준다. 그리고 투덜거리면서도 마석도가 시키는 것은 다하는, 마석도에게 이른바 ‘고환 잡히기’의 수모까지 감수하는 4편 ‘장이수’(박지환)의 등장은 영화적 재미의 퍼즐을 완성시킨다.
물론 비평도 많다. 1, 2편 성공 이후 ‘끊임없는 자가 복제’로 이후 시리즈물이 구성이 단조로워졌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예상 가능한 뻔한 전개와 결말로 반전의 묘미를 찾을 수 없는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관객들은 이 스포 걱정 없는 ‘뻔한 영화’를 찾는다.
흥행공식1: 공적 제재로 사적 제재의 불편함을 씻다
‘범죄도시 4’ 스틸컷(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흥행의 첫째 이유로, ‘공적 정의의 실현’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가해지는 마석도의 자질구레한 ‘일탈과 폭력’은 사적 제재가 아닌 공적 제재이자 정의의 실현이다. ‘법은 약자의 편이다’는 상식이지만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은 오히려 ‘법은 강자의 편’이고, 그들에게는 합법화의 수단인 경우가 많다. 많은 사람들은 ‘법은 공정하게 집행된다’고 믿고 있지만 많은 경우, 법은 힘 있는 자의 이익과 명분을 대변해왔다. 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 제재나 사적 복수에 대한 시선에 ‘그럴 수도 있다’는 긍정이 담기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사적 제재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멀리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인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복수는 나의 것’부터 시작해 이병헌, 최민식의 ‘나는 악마를 보았다’와 최근작인 ‘모범택시’, ‘더 글로리’, ‘살인자ㅇ난감’ 등이 그렇다. 물론 관객들은 사적 제제에서 대리 만족의 통쾌함을 얻는다. 하지만 그 마음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불편함을 감출 수는 없다. 그것은 상식과 정의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에 이 사적 제재 역시 ‘상식과 정의의 잣대’에서 공정할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이다.
‘범죄도시 3’ 스틸컷(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범죄도시’ 시리즈는 ‘작은 불편함’을 말끔히 덜어낸다.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이 마석도 말대로 ‘민중의 몽둥이’가 되어 사회 범죄에 공적인 제재를 가하기 때문. ‘경찰=정의, 빌런=악한’이라는 확실한 이분법, 경찰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필코 빌런을 때려잡아야 한다는 ‘정의의 공식’도 흥행에 작용한다.
이는 영화 도입부에서 두드러진다. 가리봉동 내 시장, 식칼을 들고 난동을 피우는 자를 마석도는 “가져와” 한마디로 제압하고, 편의점에서 폭력을 부리는 자도 한주먹으로 제압한다. 어쩌면 이것이 최강 빌런의 존재보다 일반인들이 더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빌런은 장첸, 강해상, 백창기 같은 스타일보다 오히려 주변에 불안과 공포를 심어주는 시장과 편의점 등의 ‘작은 폭력 진상’이 더 많기 때문이다.
흥행공식2: 최강 빌런, 그리고 허를 찌르는 유머의 조화
두 번째 흥행 이유는 통쾌한 액션과 최강 빌런의 존재이다. 마석도는 권총도, 테이저 건도, 진압삼단봉도 쓰지 않는다. 오로지 지상 최강의 주먹뿐이다. 장첸의 오함마와 칼, 강해상의 정글도, 리키의 일본도, 백창기의 단검에 맞서는 그는 맨주먹이다. 마석도의 ‘순수한 정의감’은 빌런의 잔혹함과 대비된다.
주먹은 단순하지만 강력한 응징의 도구로 상징된다. 복싱 스타일의 마석도 액션은 실전 싸움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무술을 넘어 기교에 가까운 영화적 화려한 액션보다는 빌런을 ‘주먹과 불싸다귀’로 해결하는 그의 액션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관객에게 진정한 액션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오히려 관객들은 마석도의 주먹을 맞고 휘청거리는 빌런의 생사를 걱정한다.
‘범죄도시 4’ 스틸컷(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마석도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영화적 요소는? 당연히 강력한 빌런의 존재이다. 장첸, 강해상…일말의 주저함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함, 독사처럼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이 빌런들에게 영화가 인색한 부분이 있다. 바로 서사이다.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은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라는 설명이 없다. 영화에서 이 서사의 생략은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선명하게 하는 영리함으로 쓰인다.
영화에서 스포는 절대 금지이다. 하지만 ‘범죄도시’ 시리즈는 스포 걱정 없는 영화다. 결말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백발의 총알 속에서도 살아나는 서부극의 주인공처럼 마석도는 분명 빌런을 처치할 거라는 사실이 묘하게도 관객을 편안하게 만든다. 관객은 마석도와 빌런의 대결 결과보다 ‘어떻게 때릴까’가 더 궁금할 뿐이다.
‘범죄도시 3’ 스틸컷(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또 하나 이 영화의 묘미는 허를 찌르는 유머이다. 이 유머가 더 자극적인 것은 마석도와 빌런, 즉 유머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이 주고받기(티키타카) 때문이다. 그래서 이 유머는 두 강한 캐릭터의 마지막 대결을 앞두고 덩달아 긴장하는 관객의 굳어진 어깨를 살짝 풀어준다. “혼자야?” - “어, 아직 싱글이야” / “5 대 5로 나눌까” - “누가 5야” / “다마레(일본어로 닥쳐)” - “다 말했잖아 새끼야” / “또 이 새끼네, 혼자서 괜찮겠어?” - “외롭지”
‘범죄도시’ 시리즈물, 누구는 ‘뻔한 공식’의 영화라 한다. 그럼에도 이 시리즈가 기다려지는 것은 우리에게도 실베스타 스탤론, 드웨인 존슨 같은 ‘맨주먹 히어로’가 한 명쯤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통쾌하게 악당을 처치하는 맨주먹의 믿음직한 사나이 말이다. 우리는 그것을 ‘최소한의 정의의 실현’이라고 부르고 싶다.
[ 권이현(라이프 칼럼니스트) 사진 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각 영화 스틸컷]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30호(24.5.2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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