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누더기 안 돼”…인권단체들 목소리

고경태 기자 2024. 5. 1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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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들 인권위 앞서 기자회견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사무국’ 관계자 10여명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열과 축소로 폄훼되지 않은 ‘인권위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제출’을 위해 인권위원 한 명 한 명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고경태 기자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를 누더기로 만들지 말라.”

시민단체들이 유엔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안건을 논의하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그동안 논의 과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원안 축소 없는 안건 채택을 요구했다. 앞서 해당 안건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김용원·이충상 인권위원이 독립보고서의 주요 내용인 사형제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에 있어 반인권적 태도를 보인다는 주장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사단법인 두루,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활동가들이 모인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사무국’(고문방지협약 시민모임)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독립보고서 제출 과정에서 인권위원 한 명 한 명이 인권을 기준으로 독립보고서를 심의하는지 지켜보겠다”며 “보고서 원안의 주요 내용을 삭제하거나 축소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인권위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제출할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안건을 오는 20일 열리는 전원위원회에 상정한다.

유엔 고문방지협약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을 가리키는 것으로 일반논평 및 일반권고를 통해 고문 행위만이 아니라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에 관한 모든 문제를 포괄해서 다룬다. 1987년 6월 발효됐고, 한국은 1995년 1월 가입했다. 정부는 오는 7월 유엔 고문방지위원회에 고문방지협약 이행에 관한 제6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며 유엔 고문방지위는 이를 심의할 예정인데, 이를 위해 인권위 시각을 반영한 독립보고서 안건이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인권위에 상정된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안은 고문의 정의, 고문 공소시효, 사형제, 군대 내 학대, 국가보안법, 이주노동자 폭력 등 총 48항목으로 돼 있다. 유엔에서 정한 기준과 쟁점 목록, 대한민국 정부의 보고서, 인권단체 등의 의견서 등을 종합적으로 참고하고 반영해 작성한 것이다.

이들이 기자회견에 나선 건 고문방지협약을 논의한 지난달 4일과 11일 인권위 상임위에서 드러난 일부 위원들의 국제인권 규범에 대한 태도 탓이다. 이들은 “심의 과정에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이 국제인권조약을 폄훼하는 발언을 했다. 이들의 국제인권 규범과 제도에 대한 인식은 참담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지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미국변호사는 “지난 4월11일 인권위 제9차 상임위에서 김용원 위원은 ‘조약기구가 국내 여러 인권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권고를 해대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심히 의문이다. 다른 나라 심의에서도 국가인권기구가 오만가지 이슈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하는지 알아보라’고 했다. 한술 더 떠 이충상 위원은 ‘여러 유엔 위원회들이 경쟁적으로 실적을 많이 쌓기 위해 이런저런 권고를 지나치게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조약별 위원회의 중립성과 권고의 정당성을 폄하했다”고 비판했다.

한림세영 민변 활동가는 “현 정부의 이주민 권리보장에 대한 필수정책 부재 및 관련 예산 삭감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조장하기에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이번 인권위 독립보고서가 개선을 요구해야 할 ‘잔혹한, 비인도적인, 굴욕적인’ 대우”라며 “인권위원이라는 자가 이주민들을 저출생과 인력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 보고 이들에 대한 차별과 착취를 당연하게 여기는 현실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지난달 11일 상임위원회에서 이충상 위원이 “이주 가사노동자들의 급여 액수에 관해서 고문방지위원회가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힌 것을 짚은 것이다.

‘제6차 유엔 고문방지협약 심의 대응을 위한 한국시민사회모임 사무국’ 관계자 10여명은 16일 오후 서울 중구 삼일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열과 축소로 폄훼되지 않은 ‘인권위 고문방지협약 독립보고서 제출’을 위해 인권위원 한 명 한 명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고경태 기자

고문방지협약 시민모임은 이날 채택한 ‘인권위원들께 드리는 글’에서 “다양한 인권 분야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고문방지협약의 적용 범위와 그 내용을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은 인권의 보편적 보호를 광범위하게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상임위원회에서 ‘일부 흉악범에 대해서 사형을 선고 및 집행해야 한다’는 김용원 위원의 발언은 인권의 관점에서 사형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 나가려는 국제사회 노력, 그리고 인권위의 이전 권고와도 정면 배치된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인권위 10층 민원실을 방문해 ‘인권위원들께 드리는 글’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 서채완 부소장(변호사)은 “독립보고서 퇴행의 책임은 비단 김용원·이충상 위원뿐 아니라 전원위원회에서 두 위원에게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다른 위원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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