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방장관, 네타냐후 작심 비판···전시 내각 와해되나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전후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이스라엘 전시 내각의 해묵은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는 평가와 함께 네타냐후 총리 리더십에 대한 군 수뇌부의 반발이 커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대체할 통치 세력을 찾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제껏 어떤 답도 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사 작전 종료는 정치적 결정”이라며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통치와 군정 수립을 하지 않을 것이며, 하마스를 대체할 (팔레스타인) 세력에 의한 통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선언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이 “막대한 경제적 비용뿐 아니라 피와 희생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가자지구를 점령했고, 2005년 이곳에서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했으나 봉쇄 정책을 이어왔다.
갈란트 장관은 그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후 통치에 나서는 것을 반대해 왔으나, 공개 석상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군이 하마스를 격퇴했다던 가자지구 북부에 재진입해 하마스의 게릴라식 기습에 직면한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이스라엘 언론은 정부가 전후 계획을 수립하지 않아 군이 반복되는 작전에 내몰리고 있다는 불만이 장교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종전 이후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치하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 통치를 맡는 방안을 제안해 왔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PA 역시 용납할 수 없다며 대립해 왔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이스라엘이 전후 가자지구에 대한 ‘안보 통제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연정 내 극우 인사들은 한 발 더 나아가 가자지구에 유대인 정착촌을 다시 세우는 등 이스라엘의 ‘재점령’을 주장해 왔다.
전시 상황에서 나온 국방 수장의 작심 비판에 이스라엘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다. 전시 내각의 일원이자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베니 간츠 국민통합당 대표는 갈란트 장관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전시 내각 의결권은 간츠 대표와 갈란트 장관, 네타냐후 총리 3인이 갖고 있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파트너인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 등 극우 인사들은 갈란트 장관의 해임을 요구했다.
앞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3월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추진하던 당시 갈란트 장관이 공개적으로 반대하자, 그를 해임해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한 바 있다. 국민적 저항에 결국 해임을 철회했으나, 외신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의 해묵은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의 발언 후 영상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통치 주체로 하마스도, PA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하마스가 패배하기 전까지 가자지구 전후 계획을 논의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일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갈란트 장관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은 채 군 인사가 8개월째 접어든 전쟁에서 하마스를 파괴하지 못한 것에 대해 “변명”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가자지구 ‘재점령’은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을 지지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스라엘이 전후 구상을 내놓길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전쟁이 끝난 뒤 미군을 포함하지 않는 다국적 평화유지군을 가자지구에 파견하는 방안을 중동 국가들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는 조 바이든 정부가 전후 가자지구에 새로운 통치 체계가 자리 잡을 때까지 중동 국가가 주축이 된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 모로코 등 3개국은 이 제안을 검토했으나 미국이 먼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른 아랍권 국가들은 미국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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