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수도 관악’에서 모든 청년 꿈 이룰 공간” 꿈꾼다

서울앤 2024. 5. 1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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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년 맞은 관악구 청년 거점 공간 ‘관악청년청’
청년 참여 운영위원회가 의견도 내고 운영에 참여

[서울&] [커버스토리] 1년 동안 5만 명 다녀가 역할 ‘톡톡’…이용자 만족도 100점 만점에 83점

특화사업, 상담, 청년문제 해결 노력

지난해 22개에서 올해 50개 모임 지원

“분야별 네트워킹 환경 만들도록 노력”

청년들을 위한 거점 공간 ‘관악청년청’이 지난 4월22일 개관 1년을 맞았다. 청년들이 안내데스크에서 정보도 얻고 공부나 휴식도 할 수 있는 2층 청년카페 모습.

“프로그램이 다양해 들을 때마다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해 한 번 실패한 터라 위로도 되고요. 좀 더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취업준비생인 박찬배(24)씨는 지난 4월부터 ‘관악청년청’에서 청년도전 지원사업 프로그램을 듣고 있다. 박씨는 “취업에 도움되는 게 없을까 찾던 중에 괜찮은 교육 프로그램인 것 같아서 듣게 됐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3시, 관악구 봉천동 ‘관악청년청' 3층 다목적강당에서 청년도전 지원사업 프로그램 ‘퍼스널 브랜딩 & 피알(PR) 교육' 강의가 열렸다. 예술을 활용한 자기소개가 주제인데, 청년들이 좀 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강사가 하는 말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수강생들의 모습이 진지해 보였다. 관악구는 고용노동부 공모에 선정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청년도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구직 단념 청년을 발굴하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회복하고 구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

박씨는 지난해 7월부터 관악청년청을 자주 이용한다. “관악청년청이 생기기 전에는 주로 도서관에 가서 공부했는데, 집 가까운 곳에 관악청년청이 생겨 2층 청년카페를 편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고 있지만, 관악청년청에서 받은 직업성향검사에서 코딩 개발자도 적성에 맞는 것으로 나와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3층 다목적강당에서 역량강화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 관악구 제공

청년을 위한 활동 거점 공간 관악청년청이 지난 4월22일 개관한 지 1년을 맞았다. 총 사업비 130억원을 들여 만든 지하 1층~지상 7층 건물로 연면적 1528㎡ 규모다. 이곳에는 청년카페, 세미나실, 상담실, 다목적강당, 공유오피스, 창업보육실, 공유주방, 1인 미디어실, 연습실, 작업실 등이 있다. 관악청년청은 다양한 공간을 활용한 특화사업부터 경력 단절, 취업난, 주거 문제 등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종합상담, 커뮤니티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관악청년청은 1년에 5만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공간이 됐다.

관악청년청의 가장 큰 특징은 ‘청년 스스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청년들이 관악청년청의 역할과 비전, 운영 방안 등을 직접 만들고, 각종 정책 등을 발굴해 제안한다. 이를 위해 청년 활동이나 교류 등 경험이 풍부한 지역 청년 활동가들로 청년운영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위원장을 포함한 운영위원 9명이 관악청년청 시설 운영과 프로그램 관련 내용을 논의한다. 운영에 대한 의견 제시, 청년 정책 발굴 등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역할을 한다.

관악청년청 운영위원회는 지난 1년 동안 청년이 중심이 된 관악청년청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청년들의 공모를 받아 관악청년청 외벽에 대형 문구 ‘널 기다리는 새로운 스테이지’를 만들어 붙였다. 이 문구는 청년들이 다양한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활동을 지원하는 관악청년청의 정체성과 비전을 담았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 사이에는 예술인, 창업가, 사회복지가를 초대해 네 차례에 걸쳐 공간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5층 연습실에서 요가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관악구 제공

지난 4월21일 개관 1주년을 맞아 자칫 딱딱하기 쉬운 행사를 청년들이 주체가 된 ‘파티 형식’으로 개최했다. ‘청년들의 건강한 삶을 함께 만들어간다’는 설정으로 공예, 밥상, 요가 등 체험 프로그램과 커뮤니티(교류) 프로그램을 관악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해 만들었다. 단순한 파티가 아니라 청년 각자가 가진 재능을 활용해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청년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또한 관악청년청 공간별 이용률을 점검하고 공간 활성화 대안을 마련해 제시하기도 했다.

“청년 공간이니 청년이 주축이 돼서 어떻게 운영할지 방식을 정하자는 취지에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김희인(35) 관악청년청 운영위원장은 “청년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인 만큼 좋은 아이디어를 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이 잘 반영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직은 이용자들이 각자 목적을 위해 공간을 사용하는 한정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다양한 사람과 만나 교류하면서 프로젝트도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김 운영위원장은 “공공기관에서 만든 곳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청년이 관심사에 따라 다양한 클래스(프로그램)도 만들고, 분야별 네트워킹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6층 공유 주방에서 비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모습. 관악구 제공

관악청년청 공간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모임은 영화, 시나리오, 낭독, 게임 개발, 함께 과일 먹는 모임 등 다양하다. 지난해는 22개 모임을 지원했고, 올해는 50개 모임을 지원할 예정이다. 손영락(36)씨는 지난해 10월 관악청년청 지원으로 희곡 낭독 모임 ‘희뚜르마뚜르'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매월 한 차례 모임을 열어 희곡 한 편을 소리 내어 읽는다. 지난 11일에도 관악청년청에 모였다. “모임을 하고 싶을 때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특히 소리 내어 읽어야 하는 모임이라 밀폐된 공간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 좋죠.” 손 회장은 “마땅한 공간이 없어 제대로 모임을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관악청년청 덕분에 걱정 없이 모임을 할 수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고 했다.

관악청년청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관악청년청을 운영하는 관악문화재단이 4월2일부터 11일까지 10일 동안 209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 조사 결과, 100점 만점에 83점이었다. 이용자들은 공부, 작업 등 개인 활동 목적으로 방문하는 비율이 36%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모임 활동 목적이 27%로 나타났다. 주로 이용하는 공간은 2층 청년카페 31%, 3층 다목적강당 15%, 세미나실 12%, 공유주방 10%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관악청년청이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여가, 취미 및 전시, 공연 체험 프로그램을 가장 많이 꼽았다. 다음으로 주체적 활동 지원, 커뮤니티 형성과 네트워킹 지원 순으로 나타났다.

관악청년청 외벽에는 청년들이 직접 공모해 만든 문구가 붙어 있다.

관악구는 전체 인구 48만여 명 중 청년 인구가 20만 명(41%)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에서 청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다. 국내 청년 인구 비율 23.9%나 서울시 청년 인구 비율 30.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관악구는 이 같은 특성으로 민선 7기 출범 이후 서울 자치구에서 처음으로 청년 업무를 전담하는 청년정책과를 신설해 특화된 청년정책을 펼쳐왔다. 민선 8기인 2022년 11월에는 청년 담당 조직을 기존 청년정책과에서 청년문화국으로 격상했다. 청년문화국 안에 청년정책과를 두고 새로 청년교류팀도 신설했다. 강진호 관악구 청년정책과 청년정책팀장은 “청년층의 다양한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을 확대하고 청년교류팀도 신설했다”며 “청년과 소통을 통한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악구는 청년 인구 비율이 높은 특성을 반영해, 2012년 이후 12년 동안 사용해온 도시 브랜드 ‘따뜻한 관악’을 올해 4월부터 ‘대한민국 청년수도 관악’으로 바꿨다.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전국에서 청년이 가장 많은 도시인 관악구는 잠재력이 큰 도시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청년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청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청년과 협치 행정을 구현해 청년이 꿈을 이루는 관악구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충신 선임기자 cslee@hani.co.kr

사진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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