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처럼 다가온 반가사유상…그 평온함의 심연에 빠지다
서울 중구 두손갤러리 개최
18년 전 마주한 ‘반가사유상’
순수예술의 길로 접어든 계기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처럼
韓 반가사유상 널리 알리고파
AI·팝아트 작업 새로운 시도도
‘반가사유상 작가’로 유명한 사진작가 준초이(본명 최명준)의 개인전 ‘필연적 만남, Serendipity(세렌디피티)’가 서울 중구 두손갤러리에서 오는 6월 20일까지 열린다. 준초이가 걸어온 예술과 인생 여정을 아우르는 전시로, 그의 대표 작품인 ‘반가사유상’을 다채롭게 조명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처음으로 시도하는 반가사유상 인공지능(AI) 협업 작품과 팝아트 작품도 함께 선보인다. 두손갤러리 관계자는 “과거와 현재, 상상 속 미래의 반가사유상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도록 기획한 전시로, 관객이 반가사유상의 다양한 면면을 살펴보면서 온전히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사유의 시간을 갖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가사유상은 반가부좌를 틀고 현세에서 고통받는 중생들을 위해 상념에 잠긴 미륵보살을 나타낸 불교 문화재다. 반가사유상은 여럿이 국보로 지정돼 있는데 이 가운데 준초이 작가가 집중적으로 탐구해온 것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국보 제78호와 제83호로 지정된 반가사유상 ‘금동미륵보살반가상(金銅彌勒菩薩半跏像)’이다. 각각 삼국시대였던 6세기 초반과 7세기 초반에 제작돼 현재까지 보존돼 왔다. 작자 미상의 작품이지만 오른손을 살짝 턱에 괴고 평온한 표정으로 생각에 빠진 선인의 모습은 깊이 생각하고는 있지만 고통에서는 자유로운 해탈의 경지를 떠올리게 한다.
오랜 기간 프리랜서 광고사진가로 활동했던 준초이 작가는 18년 전 우연한 계기로 반가사유상과 처음 마주했다. 당시 부여박물관에서 도록에 쓰일 반가사유상 사진을 부탁하면서다. 준초이 작가는 “그때는 내가 오만하게도 그런 것엔 관심 없다며 3년을 거절했었다. 국가 보물이지만 칙칙하고 녹슨 물건을 찍어야 될 이유가 별로 없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다 박물관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참여하게 됐는데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 그가 참여한 도록 ‘백제’(2006)에는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비롯해 ‘백제금동대향로’ ‘백제산경문전’ 등 백제의 대표적인 유물의 사진이 담겼고, 그의 작업 또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준초이 작가는 1500년이라는 세월이 켜켜이 쌓인 반가사유상의 거친 표면이 꼭 인간의 삶과 닮았다고도 했다. 그는 “우리가 볼 때는 그저 평온한 미륵보살로 느껴질지 몰라도, 반가사유상이 이 자리에 오기까지 긴 세월을 견디면서 표면에 상처와 녹이 생긴 것처럼 우리도 온몸으로 부딪혀 삶을 견뎌낼 때 비로소 성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불교 신자는 아니라는 그는 “반가사유상은 불상이지만 종교적인 접근은 최대한 배제하려 한다. 종교적인 차원을 넘어 동양의 예술작품, 한국을 대표하는 조각상으로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준초이 작가는 중앙대 사진학과와 일본 니혼대 예술학부 사진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광고 사진작가로 활동하다 1988년 한국으로 귀국했다. 40여 년 간 광고와 인물 사진가로 업계에서 이름을 알리며 정점을 찍은 뒤 2006년 반가사유상 사진 작업으로 참여한 도록 ‘백제’를 계기로 순수예술 사진으로 작업을 확장했다. 부산시립미술관(2008), 일본 후쿠오카 국립박물관(2009)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2014년 1년간 해녀들과 함께하며 그들의 삶을 담은 사진집 ‘해녀와 나’를 출간한 뒤 서울 포스코 미술관(2014),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미술관(2015) 등에서 해녀 사진전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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