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건우 “모차르트는 68년 피아노 인생의 고향”

이다겸 스타투데이 기자(trdk0114@mk.co.kr) 2024. 5. 16.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애 첫 모차르트 앨범을 낸 백건우가 16일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강영국 기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8)가 68년 피아니스트 인생의 고향인 모차르트로 돌아왔다.

백건우는 16일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거암아트홀에서 ‘모차트르 : 피아노 작품1’ 발매 및 전국투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지난 14일 발매된 ‘모차트르 : 피아노 작품1’은 모차르트 3부작의 포문을 여는 앨범으로, 백건우가 처음으로 녹음한 모차르트 작품이다.

백건우는 모차르트 곡으로 앨범을 낸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고향을 찾는다고 하는데 음악도 비슷한 것 같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로 시작해서 일생동안 많은 작곡가들을 경험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든 작품이 그렇지만 20대, 40대, 60대에 악보를 읽는 것이 확실히 달라졌다. 지금 나에게 들리는 모차르트가 새롭다. 어떻게 보면 새로운 도전이 될 수도 있다. 예전에는 모차르트를 스타일에 맞게 잘 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모차르트 음악 그 자체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했다.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낭보를 전한 피아니스트 백건우에게도 모차르트는 고민의 대상이었다. ‘모차르트 음악 어딘가에 살아있는 순수함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라는 생각에 섣불리 음반 작업을 하지 못하던 그는 모차르트가 악보에 담아낸 ‘있는 그대로’의 음악을 ‘어린아이의 순수함’에서 찾았다고 했다.

‘순수함’이라는 앨범 취지에 맞게 앨범 커버도 어린아이가 그린 초상화를 택했다. 이를 위해 백건우는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라는 공모전을 열고, 직접 표지로 쓸 그림을 선정했다.

백건우는 “거짓 없는 어린 아이의 눈길이라고 할까, 그런 것이 그리웠다. 아이들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겠다 싶었고, 그게 이 음악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살 아이가 그린 그림을 선택했다. 색감이 강렬했고 선에 생명력이 있다. 커버에 잘 맞는 데생이 훌륭한 작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차르트에 대해 “남이 못 듣는 음악도 듣는 음악가가 아닌가 싶다. 음악은 수학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지식을 바탕으로 곡을 수학적으로 써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외에 우주에서 존재하는 어떤 힘, 그런 음악을 듣고 오선지에 그린 작곡가가 모차르트인 것 같다”라고 감탄하기도 했다.

“모차라트로 시작해 모차르트로 돌아왔다”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강영국 기자
‘모차트르 : 피아노 작품1’에는 누구나 한 번쯤 듣고 연주해봤을 만한 ‘피아노 소나타 16번, 쉬운 소나타’ ‘론도’와 더불어 ‘아다지오’ ‘지그’ 등 숨은 명곡까지 총 12개 트랙이 담겼다.

어떤 기준으로 앨범 수록곡을 선택했냐는 질문에 백건우는 “어떤 작곡가를 접할 때 그 사람의 작곡 세계가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연구를 한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모차르트 피아노곡이다’라고 하면 가장 먼저 소나타를 생각하고 거기에 멈추기가 쉽다. 그런데 소나타 형식에만 집어넣는다는 것은 모차르트를 그리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것 같다. 모차르트가 오르간을 위해 쓴 곡, 하모니카를 위해 쓴 곡 등 세계가 굉장히 넓다. 이번 CD를 들으면 ‘모차르트 세계가 이런 것도 있구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다”라고 밝혔다.

과거에는 항상 변하는 음악을 녹음본으로 남기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는 백건우는 이번에 녹음을 하면서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학문, 예술, 음악은 답이 없고 항상 변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 것을 녹음을 한다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그 때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여졌다. 녹음이 그냥 깨끗하게만 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작업이더라. 한 악기에서 여러 소리를 찾고, 편집을 하면서도 어떤 울림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백건우는 이번 앨범에 앞서 개인사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1976년 부부의 연을 맺은 아내이자 배우 고( 故) 윤정희가 알츠하이머로 투병하다 지난해 1월 먼저 떠난 것. 고인은 백건우가 전 세계 곳곳에서 초청을 받아 피아노 공연을 다닐 때마다 곁을 지켰고, 백건우와 관련된 모든 일을 처리하며 매니저 역할을 자처했던 바다.

그는 아내와 사별하고 새 앨범을 녹음한 심경을 묻자 “그건 다른 문제인 것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지금 저의 상태는 음악과 저 외에는 다 잊어버리고, 음악과 나 그리고 내가 음악에서 할 수 있는 것만 생각했다”라고 피아니스트로서 계속 나아갈 것임을 이야기했다.

백건우는 1956년 열 살의 나이에 해군교향악단(현 시립교형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피아니스트로 행보를 시작한지 올해 68년이 된 그는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장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지난 2000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예술적 업적을 인정 받아 예술 문화 훈장을 수여받기도 했다.

‘모차트르 : 피아노 작품1’ 발매한 백건우는 5월 18일 부천아트센터를 시작으로 6월 21일까지 서울, 성남, 인천, 여주, 서귀포, 세종, 부산 등 10여개 도시에서 리사이틀을 개최한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