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푸틴 정상회담… “한반도 긴장 야기한 美와 동맹국 위협에 반대”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1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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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베이징 국제공항에 도착해 영접 나온 천이친 중국 국무위원과 악수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방문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다./AFP 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6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은 북한과의 대결을 고조시켜 한반도 무력 분쟁과 긴장 고조를 야기할 수 있는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의한 군사적 위협 행동에 반대한다”고 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장관)을 만나 북한의 도발과 북·러의 군사 협력에 우려를 표했는데, 중국이 사흘 만에 북한 문제의 책임을 미국과 동맹국에 돌린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2시간 30분의 중·러 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푸틴을 “내 라오펑유(老朋友·오랜 친구)”라고 부르면서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진핑은 “중·러 관계는 4분의 3세기를 지나며 폭풍우를 겪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단단해졌다”면서 “오늘날의 중·러 관계는 쉽게 얻은 것이 아니기에 양측이 더욱 소중히 여기고 보듬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함께 세계의 공평·정의를 지키자”고 했다. 푸틴은 시진핑에게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은 기회주의적인 것이 아니고, 누군가를 직접적으로 겨냥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지난해 러시아는 중국의 4대 무역 상대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담 직전에는 인민대회당 동문 앞 광장에서 예포 21발을 발사한 국빈 환영식이 열렸다.

회담 직후 두 정상은 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미국·유럽에 대한 공동 입장을 담은 ‘중국·러시아 신시대 포괄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深化) 성명’을 채택했다. 성명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파괴적 정책과 보조를 맞추는 미국 ‘인도·태평양’ 전략의 부정적인 영향에 주목한다”고 했다. 또 “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지속 가능한 해결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안보 불가분의 원칙’을 고수한다”고 했다. ‘안보 불가분의 원칙’은 나토의 동진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입장을 옹호하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 분야 신뢰와 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합동 훈련·군사 훈련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방안으로 “균형 있고 효과적이며 지속 가능한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축”도 이례적으로 언급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G20(20국),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등 다자 기구 개혁, 탈(脫)정치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양국 간에는 중·러 국경 지역인 볼쇼이우수리스키섬 개발, 중국 육류 수출, 브릭스(BRICS) 포럼 개최, 언론 협력, 정보 교환, 비즈니스 협회 협력 등에 관한 협정이 체결됐다. 두 정상은 이날 오후에는 중국·러시아 수교 75주년 기념식과 양국 문화의 해 행사에 참석하고, 공원 산책을 겸해 비공식 대화를 하고 비공개 만찬을 함께했다. 만찬은 양국 국방·안보·외교·재무 수장이 참석하는 ‘1+4′ 형식으로 진행됐다.

푸틴은 이날 꼭두새벽부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그는 베이징 시각 새벽 4시에 전용기 편으로 도착해 오전부터 촘촘히 잡혀 있는 일정을 치렀다. 타국 정상과 회담할 때마다 지각을 일삼는 무례로 악명 높았던 그가 방중을 얼마나 중요시했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중국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푸틴이 이끌고 온 방중 대표단은 과거보다 금융·경제 인사가 대폭 늘어났다”고도 했다. 푸틴의 방중은 작년 10월 일대일로 10주년 정상회의 이후 7개월 만이다. 지난 7일 다섯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래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선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서방의 전방위적 제재에 직면한 푸틴에겐 중국의 묵시적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 회피로를 찾기 위해 중국 의존을 택했다.

푸틴은 국빈 방문 이틀째인 17일에는 러시아 문화 색채가 남아 ‘동방의 모스크바’라고 불리는 중국 동북부 하얼빈을 방문하고, 미국의 제재 대상인 하얼빈공업대학에서 연설한다.

그러나 푸틴이 이번 방중을 통해 시진핑의 전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등에 ‘폭탄 관세’를 부과하는 등 제재 수위를 높이고, 중국이 유럽과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와 경제·안보 협력을 강화하는 데 미지근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방에서 중국이 ‘이중 용도’ 제품을 러시아에 보내 사실상 군사 지원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점도 시진핑에게는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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