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위기, 불안감 커져" 채널A 의료 개혁 방송 세금으로 만들었다

윤수현 기자 2024. 5. 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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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KBS·채널A·YTN사이언스에 총 7150만 원 협찬
의료정보 고지 전 의사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 강조… 채널A 협찬고지 無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채널A '행복한 아침' 3월27일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채널A
▲채널A '행복한 아침' 3월27일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채널A

지난 3월 KBS·채널A·YTN사이언스에 나온 의료개혁 관련 방송이 국민 세금이 투입된 정부협찬 방송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이들 방송사에 협찬한 금액은 총 7150만 원이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의료개혁 정부광고 내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KBS '생생정보'(3월20일 방송분), 채널A '행복한 아침'(3월27일 방송분),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3월30일 방송분)에 협찬을 했다.

협찬 금액은 KBS '생생정보' 2750만 원(5분5초), 채널A '행복한 아침' 2200만 원(7분27초),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 2200만 원(11분38초)이다. 방송시간과 협찬 금액을 고려해보면 1초당 KBS 9만163원, 채널A 4만9217원, YTN사이언스 3만1518원이 소요됐다.

방송내용은 대동소이하다.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우리지역 좋은병원 찾기'·보건복지부 응급의료포털 서비스를 안내하고, 군 병원 개방·공공 의료기관 연장 진료 정보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이들 방송은 정보 소개 전 의사들의 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는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으니 파업을 중단하라'는 신문 지면 광고를 수차례 게재한 바 있다.

▲KBS '생생정보' 3월20일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KBS

KBS '생생정보'는 '의료공백 장기화'라는 자막을 띄우고 “벌써 한 달째 의료공백이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채널A '행복한 아침'은 의사 파업과 관련된 뉴스 화면을 방송하고,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환자 곁에 남은 의사들의 진료 부담은 물론, 의사들이 떠난 병원에서 진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고 했다.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은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의사들의 파업 장면을 보여주고 '의대 증원'·'집단 대응'·'진료 공백'·'의료 개혁' 자막을 띄웠다. 강준 보건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장은 '황금나침반'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의료 개혁을 흔들리 없이 추진하겠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 전문의 여러분도 하루속히 돌아와 의료개혁을 같이 완성해 나가면 좋겠다”고 했다.

채널A '행복한 아침'에선 협찬고지 문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협찬고지는 방송사가 프로그램 제작에 직·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등을 제공받고 협찬주의 명칭이나 상호를 고지하는 것을 뜻한다. 현행법상 방송사가 협찬고지를 필수적으로 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협찬고지가 없다면 '행복한 아침' 시청자들은 채널A가 보건복지부 지원 없이 자체적인 판단으로 관련 방송을 제작한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KBS '생생정보'는 프로그램 종료 직전 스크롤 자막으로 '제작지원 보건복지부'라고 고지했다.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은 프로그램 전체 다시보기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협찬고지 사실 확인이 불가능했다.

▲YTN사이언스 '황금나침반' 3월30일 방송화면 갈무리. 사진=YTN사이언스

정부가 정치 쟁점화된 현안에 대해 방송협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5월 노동개혁안 홍보를 위해 채널A에 3억 원을 협찬해 프로그램을 제작하게 했다. 채널A는 지난해 5월 '내 일의 미래를 위한 잡담회'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내 일의 미래를 위한 잡담회'는 '황제 노조'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호봉제·주 52시간제의 문제점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협찬고지는 '협찬이 들어가 있는 콘텐츠이니 액면 그대로 믿지 말고,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라며 “이번 방송은 협찬고지를 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홍보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협찬주가 정부 기관인 만큼, 협찬 사실을 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교수는 “(협찬고지하지 않은 방송은) 뒷광고와 비슷한 개념인데, 문제가 있다. 향후 협찬이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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