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여성인권 검증대 오른 '여가부 폐지'.."철회 생각 있나" 질문
세계 각 나라의 여성 인권과 권익 수준을 심사하는 유엔 위원회에서 한국의 '여성가족부 폐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안건이 논의됐다. 정부는 각 분야별로 취한 조치 등을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원론적인 입장 발표에 그쳤단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심의에선 여가부 폐지를 포함해 차별금지법 입법, 비동의 강간죄 도입 등 한국 여성 인권에 대한 여러 우려가 제기됐다. 대표적으로 랑기타 드 실바 위원은 차별금지법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를 물으며 여가부 폐지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철회할 의지가 있는지 물었다. 비동의 간음죄 입법에 대한 정부의 의견도 요구했다. 비동의 간음죄가 통과되면 강간죄 구성 요건이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확대돼 피해자 보호가 강화될 수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회복과 배상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니콜 아멜린 위원 등은 군과 민간 영역에서도 여성의 고위직 참여와 대표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물었다.
차별금지법 개정에 대해선 헌법상 평등 원칙에 따라 차별과 편견을 방지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도 세부적 내용에 차이가 있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비동의 간음죄 도입도 사실상 피고인에게 입증 책임을 전환하게 된다는 점 등 다양한 우려가 제기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여성의전화 등 12개 여성시민사회단체는 논평을 통해 "많은 CEDAW 위원이 현 정부의 여가부 폐지 시도를 비롯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사회에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고 선언한 점, 성평등 정책 축소 등을 지적했다"며 "이에 정부는 여가부 폐지가 성평등 기능을 축소하는 게 아니라는 입장만 반복했다"고 비판했다.
또 "차별금지법과 관련해선 또다시 사회적 공감대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답해 책임을 회피했다"며 비동의 강간죄에 대한 답변에 대해서도 "성폭력을 성차별적 구조에서 발생한 폭력으로 보지 않고, 여성 개인의 일로 사소화하는 통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CEDAW 심의 당시 정부는 양성평등위원회를 대통령직속기구로 설치할 것을 권고받았지만 여전히 이행하고 있지 않다"며 "여가부 폐지 정책 기조를 폐지하고, 국가 성평등 기구가 실효성 있게 작동하도록 부처의 예산, 조직, 권한을 대폭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CEDAW의 최종 권고는 내달 3일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 관계자는 "최종 권고가 나오면 각 부처에서 개선 의견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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