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제고통지수’ 코로나 이전 수준…국민은 왜 체감 못하나
지난해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조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체감실업률이 하락했기 때문으로 분석됐지만 일자리의 질은 더 나빠졌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5년간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가 12.5로 집계돼 코로나19 이전 시기인 2018년(12.9)~2019년(12.0)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2022년(15.8)과 비교하면 3.3포인트 하락했다.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란 미국 경제학자 아서 오쿤의 ‘경제고통지수’를 재구성한 것인데 체감실업률과 체감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수치다.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는 값이 높을수록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한경협은 지난해 국민체감경제고통지수가 개선된 주요 원인으로 체감실업률 하락을 들었다. 체감실업률이란 공식 실업자 통계로는 잡히지 않는 시간제 근로자, 취업준비생, 구직단념자 등을 실업자로 간주해 계산한 실업률이다. 최근 5년간 체감실업률은 2018년 11.4%에서 2020년 13.6%로 증가하며 정점을 찍은 후 2021년 13.2%, 2022년 10.6%, 지난해 9.0%로 지속해서 떨어졌다.
지출목적별 소비지출 비중을 가중치로 둬 계산한 체감물가상승률은 2022년 5.2%까지 급등한 후 지난해 3.5%로 둔화했지만 2018년부터 2020년 상승률(0~1%대)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체감실업률 하락에도 일자리 질은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주 36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2051만1000명으로 5년 전인 2018년(2066만6000명)에 비해 0.8% 감소했다. 반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지난해 605만6000명으로 2018년(493만6000명)에 비해 22.7% 증가했다.
주 36시간 미만 시간제 근로자 중 더 많은 시간 일하기를 원하는 청년들도 늘었다. 지난해 ‘시간 관련 추가 취업가능자’는 70만6000명으로 5년 전(2018년 59만명) 대비 19.7% 증가했다. 현재 일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부업을 병행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부업근로자는 2018년 38만5000명에서 지난해 48만1000명으로 5년간 24.9% 증가했다.
한경협은 “최근 체감실업률 감소 등 지표상으로는 고용이 호조를 보이지만 단시간 근로자, 부업근로자 증가 등으로 고용의 질은 오히려 저하되는 모습”이라며 “전일제 일자리 증가 등 질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지출목적별 물가상승률을 살펴보면 의류 및 신발(6.7%), 음식 및 숙박(6.0%), 기타 상품 및 서비스(5.8%), 식료품(5.5%),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5.4%) 순으로 상승 정도가 컸다.
지출목적별 소비지출 비중은 음식 및 숙박 15.9%, 식료품 13.2%, 주택·수도·전기 및 연료 11.4% 등으로, 물가 상승 정도가 큰 부문에 국민의 소비지출이 집중됐다.
한경협은 “최근 물가상승세가 둔화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국민의 소비지출 비중이 높은 외식물가와 전기, 수도 등 공공요금의 상승세가 높아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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