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개 레고 조각으로 만든 '종묘제례'…향대청·망묘루 문 활짝(종합)

김예나 2024. 5. 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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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출범 맞아 전시 공간 개편…콜린진 작가 협업 작품 선보여
조선 왕실의 가장 중요한 국가 제사 '생생'…망묘루, 관람객에 첫 개방
종묘에 전시된 '레고 오향친제반차도'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전시 개편 후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 콜린 진 작가의 '레고 오향친제반차도'가 전시되어 있다. 2024.5.16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나라에서 제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조선의 역대 왕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왕위에 있었던 영조(재위 1724∼1776)는 종묘에서 제사를 지내는 관리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새겨 현판으로 만들었다.

종묘에 들어가는 사람은 하루 전부터 몸을 깨끗이 하고 부정한 일을 멀리하도록 했고, 제사에 쓰이는 제기는 미리 꼼꼼하게 씻도록 했다. 예(禮)를 다하기 위해서다.

국가 의례 중에서도 가장 격이 높고 규모가 큰 종묘제례를 준비하던 공간인 향대청(香大廳)과 망묘루(望廟樓)가 내부를 새로 단장하고 관람객을 맞는다.

종묘 향대청 전시 재개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전시 개편 후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 신주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4.5.16 ondol@yna.co.kr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국가유산청 출범을 맞아 17일부터 향대청 내 전시 공간을 재개관하고 망묘루 내부를 특별 공개한다.

향대청 옆에 있는 망묘루를 개방하는 건 처음이다.

향대청은 종묘제례 때 사용하는 향과 축문 등을 보관하던 곳이고, 망묘루는 조선시대 종묘 관리를 맡았던 관서인 종묘서(宗廟署)가 있던 곳을 일컫는다.

임경희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학예연구관은 16일 열린 언론 설명회에서 "종묘와 종묘제례의 역사적 가치를 관람객이 쉽고,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종묘 향대청 전시 재개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전시 개편 후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 신주들이 전시되어 있다. 2024.5.16 ondol@yna.co.kr

새롭게 꾸민 향대청 전시관은 '드오', '지오' 두 공간으로 나뉜다.

'드오'와 '지오'는 종묘제례악에서 음악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말이다. 악사가 '드오'라고 외치고 휘(麾)라는 깃발을 들어 올리면 음악을 시작하고 '지오'를 외치고 깃발을 눕히며 멈춘다.

드오실에서는 종묘의 주인이기도 한 신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한글과 영어로 된 그림책으로 소개한다.

국왕의 신주와 일반 사대부 신주, 배향공신(配享功臣)·고려·조선시대 때 종묘에 신주를 모신 공신을 뜻함)의 신주 등을 각각 설명한 뒤 신주의 의미를 조명한다.

'레고 종묘대제' 소개하는 콜린 진 작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전시 개편 후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서 콜린 진 작가가 직접 작업한 '레고 오향친제반차도'를 바라보고 있다. 2024.5.16 ondol@yna.co.kr

1395년부터 1991년에 이르기까지 약 600년간 종묘가 변화한 과정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달라진 전시관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알록달록한 레고 작품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을 주제로 다룬 지오실에서는 레고 조각 2만여 개로 구현한 종묘제례 작품이 처음 공개된다.

레고 블록을 활용해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온 콜린진(본명 소진호) 작가와 협업한 '레고 오향친제반차도(五享親祭班次圖)'는 조선시대 국왕이 직접 예를 갖추는 종묘제례의 순간을 담아냈다.

레고로 만든 종묘제례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전시 개편 후 재개관한 서울 종묘 향대청에 콜린 진 작가의 '레고 오향친제반차도'가 전시되어 있다. 2024.5.16 ondol@yna.co.kr

오향친제반차도는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종묘친제규제도설 병풍'(宗廟親祭規制圖說 屛風)에 수록된 그림으로, 왕이 종묘제례를 거행할 때 참석한 사람들의 자리 배치를 그린 것이다.

이홍주 학예연구사는 "달라진 전시 공간의 '킬러 콘텐츠'"라며 "종묘 앞마당을 배경으로 왕과 왕세자, 잔을 올리는 제관, 제사를 참관하러 온 종친 등 209명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콜린진 작가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레고 블록을 조합해 왕과 왕세자, 제관, 종묘제례악을 연행하는 악대와 무용수, 제례를 참관하는 문무 관원을 표현했고 악기 26종도 생생하게 구현했다.

레고로 구현한 오향친제반차도 작품은 앞으로 2년간 전시할 예정이다.

종묘 망묘루 특별개방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특별개방 행사가 열린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5.16 ondol@yna.co.kr

처음으로 내부를 공개한 망묘루는 연못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망묘루는 종묘를 바라보는 누마루(다락처럼 높게 만든 마루) 집이라는 뜻으로, 제례를 지내러 온 국왕이 선왕을 추모하며 남긴 글을 현판으로 만들어 걸어두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누마루에 올라 연못을 바라보며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과거 종묘서부터 오늘날 종묘관리소에 이르기까지 종묘를 가꾸고 관리해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고 종묘 정전 모형을 조립해 보는 체험도 참여할 수 있다.

종묘 망묘루, '자연과 함께'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6일 특별개방 행사가 열린 서울 종묘 망묘루에서 시민들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2024.5.16 ondol@yna.co.kr

임경희 연구관은 "조선과 대한제국의 역대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종묘를 느끼면서 유·무형유산의 가치를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

종묘 향대청 전시관은 상설 운영된다.

시간제로 관람할 수 있는 평일에는 해설사와 함께 1시간 동안 종묘 일원을 둘러본 뒤 전시를 볼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관람 종료 30분 전까지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망묘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내부를 개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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