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광주' 진실 규명 마지막 기회지만…5·18조사위 보고서는?

최성국 기자 2024. 5.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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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운 일병 사망·무기고 피습 '진상규명 불능' 판단…"역사적 후퇴"
신군부 학살 논리에 왜곡 우려…"국민통합 내세워 가해자 변명 수용"

[편집자주] '마지막 진실 찾기' 기대 속에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4년에 걸친 활동 끝에 부실한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부실·왜곡' 논란의 이면에는 5·18진상조사위의 잘못된 구성과 잦은 인력 교체, 부실한 조사, 벼락치기 의결 등 숱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뉴스1은 3차례에 걸쳐 5·18진상조사위의 부실한 활동과 문제점을 짚어본다.

13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호관에서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결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향후 과제'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80년 5월 광주'를 총칼로 진압한 계엄군을 옹호하는 개별보고서를 의결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역사적 진실 규명의 숙제는 해결하지 못한 채 신군부의 논리에 힘을 실어 지속적인 5·18 왜곡·폄훼의 여지를 줬기 때문이다.

16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조사위는 6월 26일까지 4년간의 성과를 집대성한 종합보고서를 대통령실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종합보고서의 토대가 되는 개별 조사 결과보고서는 이미 조사위 전원위에서 의결된 상태로 오류를 단 한 글자도 바로잡을 수 없다.

조사위는 직권조사 과제 17건 중 11건에 대해 진상규명 결정을 내렸다.

진상규명 불능 결정이 내려진 6건은 '5·18 당시 군에 의한 발포경위 및 책임소재', '암매장지 소재 및 유해 발굴·수습', '무기고 피습사건' 등 5·18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였다.

이들 과제는 '광주 진압이 시민 폭동에 의해 벌어진 방어권 차원이었다'는 전두환 신군부의 논리 구조를 뒷받침할 여지를 줬다.

신군부는 광주에서 벌인 학살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시민군의 무기고 피습', '군경 피해'를 내세워 왔다.

시민군이 먼저 총을 쐈기 때문에 자위권을 시행했다는 논리다. 이를 바로잡아야 할 조사위는 '무기고 피습 시간이 오전일 가능성도, 오후일 가능성도 있다'는 위원 의견에 따라 '무기고 피습' 개별보고서를 진상규명 불능처리했다.

대법원은 이미 지난 1997년 4월에 '광주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이 강경 진압작전을 감행했고 계엄군이 시민들에게 발포함으로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 그 후 일부 시민의 무장 저항이 일어났다'고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김정호 변호사가 13일 광주 북구 전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호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결과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향후 과제'에 대한 세미나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이승현 기자

민변 광주전남지부 김정호 변호사는 "계엄군이 자국 국민들을 향해 집단학살 조준사격을 하니 충격에 빠진 시민들이 방어할 방법을 찾기 위해 무기고를 탈취한 것"이라며 "오전으로 시간이 조작된 건 이미 전두환 회고록 재판에서 다 밝혀진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군경 피해보고서'는 '권용운 일병이 시위대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진술과 후진하던 계엄군의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는 진술이 상존하는 점, 정확한 사인을 특정할 수 없는 점이 있다'며 진상규명 불능 결정을 내렸다.

광주고법은 지난 2022년 권용운 일병의 사망 원인과 관련해 시민들이 운전한 장갑차에 들이받혀 사망한 것이 아니라, 계엄군 장갑차의 후진으로 무한궤도에 깔려 사망한 것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군인과 경찰의 피해를 객관적으로 조사하는 차원을 넘어 계엄군 간 오인교전으로 인한 사망조차도 축소하는 듯하게 기술하고 시민들의 공격에 의해 사망한 것처럼 오해와 왜곡의 소지를 제공하는 점도 문제다.

군경피해 과제는 당초 진상규명 과제가 아니었지만 2021년 1월 특별법의 일부 개정 과정에서 '국민통합'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새롭게 추가됐다.

김정호 변호사는 "군경피해 보고서는 가해자인 계엄군을 피해자로 둔갑시켰기 때문에 한줄도 남김없이 삭제해야 한다"며 "조사위가 개별 조사 과제나 전체적인 조사 방식에 대해 핸들링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보조기관에 불과한 실무관이 마음대로 작성한 과제에 대해 불능 여부만 결정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관표 전남대 공익인권법센터장도 "가해자의 사과와 피해자의 용서가 우선해야 하는데 해당 보고서들은 국민통합을 위해서 가해자의 변명을 받아줬다. 이는 법의 근본 목적을 잊어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sta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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