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 영롱한 보석 같은 트로트 '엄친아' [인터뷰M]
가수 재하는 보석처럼 빛난다. 귀한 목소리는 물론, 부모를 모시는 갸륵한 심성과 팬들을 아끼는 기특한 마음까지 영롱하다.
재하는 최근 MBC ON 음악 예능 프로그램 '트롯챔피언' 녹화를 앞두고 iMBC연예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오늘 '별난사람'을 부른다. 직접 작곡했기에 더욱 특별한 노래다. 세상을 살아가며 잊지 못하는 가족, 연인 등을 떠올릴 수 있는 위로의 곡"이라며 "'트롯챔피언'은 수많은 프로그램 중 단연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시간 조율부터 의상, 조명까지 완벽하다. 예쁜 무대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재하가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스스로를 소개한 인사말은 '트롯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다. 그의 모친은 대선배 임주리다. 1990년대 후반 '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메가 히트곡으로 큰 인기를 끈 인물. 이런 관계에서 비롯된 재하의 수식어가 바로 '엄친아'인 것.
'엄친아'는 단순히 엄마의 친구 아들을 뜻하는 것이 아닌, 시기 질투를 부르는 여러모로 완벽한 인물이라는 의미도 내포된 신조어다. 재하가 트로트 가수의 길을 걷게된 히스토리를 들여다보면 제법 어울리는 수식이다. 그는 "원래는 인디 밴드 음악을 하는 학생이었다. 기타도 치고 작곡도 하며 막연하게 음악인의 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돌아다니며 길거리 버스팅도 하고 소규모 공연도 하면서 조금씩 내 음악의 꿈을 키워 나아가던 중 어머니께서 크게 아프셨다. 내가 가장으로 경제적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다짜고짜 어머니가 하시던 트로트 음악에 뛰어들었다"며 "그때 어머니께서 걱정하실까 '트로트 황태자가 될 테니 믿어달라'고 호언장담했던 기억이 있다. 정말 좋아하셨고, 내 목소리도 트로트 음악과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트로트는 지금처럼 젊은이들 사이 대세 장르가 아니었다. 어른들의 영역으로, 혹자는 촌스러운 음악이라 손가락질하기도 했다. 세간의 수군거림은 효자 재하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그는 "'미스터트롯', '미스트롯'이라는 감사한 프로그램들이 있었기에 걱정 없었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부터 어머니 덕분에 익숙한 음악이었고, 선입견 없었다. 하면 할수록, 부르면 부를수록 매력을 찾게 된다"고 확신했다.
주변 시선보다는 자신의 실력 향상이 우선이었다. 재하는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게 바로 트로트 음악이더라. 내공을 쌓고, 물들어가려고 노력했다. 어머니께도 수차례 검사받고, 배웠다. 처음으로 확신의 눈빛을 보내주셨다. 배울 점은 많지만, 개선할 여지가 보인다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다"며 "많이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깔과 창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괜찮은 소리를 내는 정도는 온 거 같다"고 자신했다.
일부 연예계 2세들은 후광을 바라기도 한다. 반면 유명인의 자녀라는 것을 꼬리표로 여겨 철저히 숨기는 고집을 피우기도 한다. 재하는 영리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기로 한 것. 그는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 후광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와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선배님들도 나를 보면 어머니 안부부터 물으신다. 숨기려야 숨길 수 없더라"며 "어머니이시기 전에 임주리라는 명가수셨다. 월등한 커리어를 쫓아 배울 생각이 우선이다. '나 임주리 아들 맞고, 그렇게 훌륭한 선배님 손에 자란 덕분에 지금 이렇게 잘 부른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다"고 말했다.
부담 대신 책임감을 느낀다고. 재하는 "임주리 아들은 꼬리표 아닌, 빛나는 수식어다. 물론 시작할 때 부담도 있었지만, 그 중압감을 책임감으로 여기려고 노력한다"며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또 같이 열심히 노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하에게는 가장 좋은 스승이 바로 곁에 있는 셈이다. 그는 솔루션이 필요하면 어머니부터 찾는다. 재하는 "노래에 대한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가수가 바로 우리 어머니다. 무언가 막혀 여쭤보면 명쾌한 답을 내려주신다. 음악적 이해도 역시 세월이 있기에 나보다 곱절은 깊으시다"며 "유전자가 같으니 목소리의 길도 비슷하다. 가장 좋은 스승"이라고 자랑했다.
그가 대중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는 KBS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트롯전국체전'이다. 당시 최종 2위로 임주리 아들 아닌, 재하라는 가수의 실력을 스스로 입증했다. 재하는 "어머니께서는 나의 도전을 극구 반대하셨다. 방송가의 시스템을 잘 아시니, 내가 단순 방송의 재료로 사용될까 걱정하신 거다. 준비도 덜 됐다고 판단하셨을 것"이라며 "하지만 완벽히 준비된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했다. 해보니 그렇더라. 지원하고 도전하고 구르고 깨지며 많이 성장하고 배웠다. 혹시 앞으로도 또 경연 프로그램이 있다면 무조건 도전해 더 경험하고 성장하고 싶다"고 전했다.
수많은 심사위원들이 재하에게 가르침을 준 '트롯전국체전'이기도 하다. 재하는 "당시에 정말 긴장했다. 난 현역부라고 생각했는데, 우승부로 분류된 것에 크게 긴장했다. 무대에서 표가 났나 보다. 장윤정 선배님께서 '목소리에 힘을 좀 빼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단번에 들통나 보니 이후 무대에서 신경 썼고, 한 걸음 나아간 느낌이었다"며 "별 심사위원께서는 '목소리가 보석 같다'고 해주셨다. 가장 뿌듯한 평가였다"고 기뻐했다. 이렇듯 전율을 선사하는 고음 보컬, '천둥 고음'은 재하의 전매특허 주특기다.
재하는 만인의 아들이나 다름없다. 그는 "우리 재바라기 팬 여러분께서는 모두 아들처럼 날 보살펴주신다. 지역 행사에 가면 꼭 유명한 음식들을 사주신다. 대전에 가면 성심당 빵을 이만큼 챙겨주신다. 앞에서 다 먹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라고 자랑했다.
부모처럼 지극 정성을 보여주는 팬들은 재하에게 원동력이나 다름없다고. 그는 "우리 재바라기 여러분이 내 음악 인생 원동력이다. 최대한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고 싶어서 라이브 방송을 자주 하는 편이다. 과분한 사랑 주시니 생각만 해도 힘이 난다"고 덧붙였다.
iMBC 이호영 | 사진 iMBC 장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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