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정치권 수사 막으려… 민생범죄 대응역량 떨어뜨렸다

김무연 기자 2024. 5. 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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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 대표적 민생 범죄인 사기 범죄 처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만 해도 검·경이 적절히 사기 범죄를 분담해 처리했는데, 대부분 사기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기·횡령·배임 범죄는 법 적용이 까다로워 법률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고, 조직적이라는 범죄 특성상 단기간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경찰의 수사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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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수완박 2년 - <下> 경찰 사기범죄 처리 ‘하세월’
6개월 넘긴 수사, 사기사건 폭증
횡령 피의자도 5년새 3배 이상
40억대 코인사기 4년째 수사만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과 2022년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으로 검찰 수사권이 대폭 축소된 가운데 대표적 민생 범죄인 사기 범죄 처리가 장기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정권에서 사건 전체의 1%도 채 되지 않는 정치권 상대 ‘권력 수사’를 막기 위해 검찰 수사권을 축소하다 민생 범죄 대응 역량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국 경찰의 처리 기간 6개월 초과 사건 피의자 수는 지난 2018년 9만7169명에서 2022년 18만9675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6개월 초과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기 사건으로, 비중은 2018년 29.4%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44.1%까지 늘어났고 2022년 39.0%로 다소 줄었다. 장기화하는 사기 사건 피의자는 △2018년 2만8691명 △2019년 3만1537명 △2020년 4만3665명 △2021년 5만7507명 △2022년 7만3986명 등으로 해마다 늘었다. 사기와 함께 대표적 지능 범죄로 분류되는 횡령·배임 사건도 장기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처리에 6개월을 넘기는 횡령·배임 사건 피의자는 2022년 각각 횡령 6544명, 배임 3254명으로 2018년(2940명, 1273명)에 비해 각각 122.6%, 155.6% 급증했다.

실제 사기 범죄 피해를 입은 고소인 등은 사건 장기화에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40억 원대 투자 사기 의혹이 불거진 ‘티코인’ 사건 고소인들은 투자 권유자 등을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 검찰에 고소했지만, 아직 수사 결과를 받아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이 검찰에서 경찰로 넘겨진 뒤 경찰은 2021년 7월 이모 씨 등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고, 고소인 이의신청을 통해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추가 고소 내용까지 수사한 경찰은 2022년 2월 일부 송치 의견으로 검찰로 다시 사건을 넘겼지만, 검찰은 2차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이후 경찰이 지난해 7월 사건을 재송치해 검찰이 현재 수사 중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사기·횡령·배임 등 경제 범죄 피해액(이득액) 5억 원 이상 사건만 직접 수사할 수 있게 됐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권 조정 이전까지만 해도 검·경이 적절히 사기 범죄를 분담해 처리했는데, 대부분 사기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면서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사기·횡령·배임 범죄는 법 적용이 까다로워 법률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하고, 조직적이라는 범죄 특성상 단기간에 인력이 집중적으로 투입돼야 하는데 경찰의 수사 여건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모성준(48·사법연수원 32기) 대전고법 판사는 최근 출간한 ‘빨대사회’에서 “사기 사건의 경우 경찰과 검찰 사이의 수사 흐름을 끊어 버려 효율적 수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김무연·이현웅·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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