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운명의 날’…“쐐기” vs “좌초” 의·정 갈등 점입가경

강윤서 기자 2024. 5. 1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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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16일 오후 5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 결정
기각 시 ‘27년 만에 증원’ 속행…인용 시 ‘증원 백지화’
인용되더라도 전공의 복귀 여부는 미지수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9일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 한 환자가 의료진 옆을 지나고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 증원을 두고 3개월 째 이어진 의·정 갈등이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법원의 의대 증원 집행정지 가처분 결정과 전공의의 수련기간 공백 '3개월 기한' 임박하면서다. 법원 판단에 따라 '2000명 증원' 정책에 변화가 있을 지, 동시에 전공의가 복귀할 명분이 생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5시쯤 의대생·전공의·교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배분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의·정 양측은 법원 판단을 두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의사 측 소송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재판부가 내년은 물론 내후년까지 혹은 5년간의 증원 계획 모두를 취소하는 인용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전날(15일) "법원이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진료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예고했다. 반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인용 결정이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맞섰다. 

법원의 결정이 3개월째 지속된 의료공백 사태의 결정적인 변곡점이 될지도 주목된다.

정부의 바람대로 각하(소송 요건 되지 않음)·기각(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음) 결정이 나오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절차는 마무리 수순을 밟고 '27년 만의 의대 증원 확정'이 초읽기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법원 결정을 기다려온 일부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한 학칙 개정을 신속히 진행할 전망이다. 이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입전형심의위원회가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을 승인해 각 대학에 통보하면 대학들은 이달 말 혹은 다음 달 초 '수시모집요강' 발표와 함께 정원을 확정하게 된다.

그러나 정부의 승소는 곧 의·정 갈등 격화로 이어진다. 정부는 내후년인 2026학년도부터는 원칙대로 '2000명 증원'을 추진하되 의료계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마련할 경우 협상의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고, 의사들의 이탈 움직임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의료공백 사태 수습이 더 어려워진다는 관측도 있다. 앞서 전의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되면 1주일 휴진을 실시하고 매주 1회 휴진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의사들의 바람대로 인용(증원 효력 정지) 결정이 내려지면 정부가 내년도 입시뿐만 아니라 의대 증원 정책 전반의 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정부가 재항고나 본안소송을 통해 정책 정당성을 회복할 수도 있지만, 의료공백 장기화와 입시 혼란 등 누적된 피로감에 의대 증원을 찬성해온 여론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인용이 되더라도 전공의가 복귀할지는 미지수다. 이탈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계는 증원 유예가 아닌 정부의 의료개혁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 판단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양측은 패소 시 재항고를 예고했다. 정부는 인용, 의료계는 각하·기각 결정이 나올 경우 대법원으로 공방을 끌고 가겠다는 입장이다. 이 변호사는 "대법원이 사건의 중대성과 긴급성, 서울고법에서 충분히 심리한 사건이란 점 등을 감안해 서면 심리를 빨리할 경우 이달 31일 전에 최종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갈 경우 당장 내년도 입시를 준비할 수험생과 학부모의 혼란이 거듭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혹은 내달 초로 예정된 대학별 입시 정원 확정 때까지 대법원이 결정을 내리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항고를 할 경우, 고등법원이 이를 심사한 뒤 관련 서류를 대법원으로 옮기고 재판부를 배당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이에 법원이 보름 사이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기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이번 의·정 갈등에서 의사와 의대생 등이 정부나 대학 총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나 가처분 신청은 현재 20건에 육박한다. 그동안 법원이 의료계 측 손을 들어준 결정은 한 건도 없었다.

법원의 의대증원 효력 정지 여부 결정을 앞두고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1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한 내원객이 창가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1심과 다른 항고심 재판부?…정부 자료에는 '정당성' 논란

이번 항고심의 쟁점 중 하나는 '원고(신청인) 적격' 여부다. 앞서 1심(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신청인 적격이 없다며 각하했다. 반면 항고심은 정부에 의대 증원의 근거 자료 제출을 요청하면서 법원의 결정 전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의료계는 재판부의 이러한 변화가 집행정지 인용 결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0일 법원에 49건의 증거 자료를 제출했다. 제출한 자료는 그간 2000명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라고 밝힌 연구 보고서 3건과 각계가 참여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 대한의사협회(의협)과의 의료현안협의체 관련 보도자료, 교육부의 정원 배정심사위원회 회의 결과 자료 등이다. 또 '3000명 증원'을 제안한 대한종합병원협의회의 의견 자료와 의사 평균 연봉이 3억100만원에 달한다는 내용의 '의사 인력 임금 추이' 통계 등도 있었다.

정부가 제출한 자료가 언론에 공개되자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자료 어디에도 '과학적 근거'가 없고 증원에 대한 각계 의견수렴 과정도 부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보정심 등에서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해 충분히 논의한 결과 참석 위원 23명 중 19명이 찬성했다고 강조했지만, 의사단체는 해당 회의는 '거수기' 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증원 규모가 졸속으로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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