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갈등’ 日 교수도 우려...“일본 불신 다시 커질 수 있어”
주일한국대사도 “투자 기업 보호” 강조
김윤 한일경제협회장 “원만히 해결되길”
일본 내 한국 전문가로 꼽히는 교수가 최근 촉발된 ‘라인야후 사태’로 인해 자칫 2019년 때처럼 일본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2019년은 한일 무역분쟁으로 반일 정서가 극에 달하며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시기다.
고하리 스스무 시즈오카현립대학교 교수는 15일 일본 도쿄 더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 56회 한일경제인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서 “한국에서는 라인야후 문제를 일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크게 보도하고 있다”며 “잘못하면 (일본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일부 언론과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의 반일프레임 제기로, 양국간 정치·외교적 사안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고하리 교수는 이날 ‘한일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하여’라는 주제의 발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정치·외교관계가 복원되면서 상대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줄어들었다”면서 “2019년과 비교해 2023년 한국과 일본 간의 인적 왕래가 크게 늘어나고 한국인들의 일본 여행 붐이 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에서는 한국의 정권이 바뀌면 다시 반일 정서가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내비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한국이 양보했지만 일본이 이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를 언급했다. 고하리 교수는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네이버와 자본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내린 것에 대해 “일본은 정치적인 의도가 없는데 한국에서는 마치 정치적인 배경이 있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다”며 “정말 그러한지 이것을 제대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라인야후가 7월 1일까지 일본 총무성에 제출해야 하는 행정지도 조치보고서에 지분 매각은 포함되지 않을 전망이라 네이버와의 지분 재조정을 요구했던 총무성 후속 입장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고하리 교수는 이어 “국가 간 불안과 불만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2019년과 같은 불신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9년 당시 일본이 한국으로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양국 갈등은 고조됐다.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노재팬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고하리 교수는 도쿄외국어대 조선어학과(한국어학과)를 졸업한 후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국제관광진흥회 서울사무소와 주한 일본대사관 전문 조사원으로도 근무한 바 있다. 한국사회론을 전공한 일본 학계 내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힌다.
앞서 14일 윤덕민 주일한국대사도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양국의 관계 개선으로 한일 기업들의 상호 진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투자한 상대국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공개석상에서 내놓은 것이다.
윤 대사는 “양국이 최악의 한일 관계를 뛰어넘어 극적으로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한일 기업들의 상호 진출이 크게 늘어난 점을 언급했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꾸준히 일본에 진출하고 있다. 많은 한국 기업이 일본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좋은 환경이 도래했다”면서 “자유시장경제의 원리 속에서 투자자 보호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공유해야 하는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일본에 진출한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이목이 쏠렸다. 일본에 투자하며 사업을 키워온 한국 기업들을 위해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윤 대사는 “지난해 양국 정상이 일곱 차례 만나면서 관계는 돈독해졌다. 경제협력이 더 수월해졌다는 경제인들의 목소리도 있다”며 “양국은 긴 시간 경제협력을 통해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 경제협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한일경제인회의 폐회식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질문은 이어졌다. 김윤 한일경제협회장은 라인야후 사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한국 회사가 일본에 투자해서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 도쿄=김현일 기자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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