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 아동 집에서 사흘 밤 지낸 ‘수원새빛돌보미’ 미담 훈훈

유명식 2024. 5. 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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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빛돌보미 활동 김용자 씨, 지적장애 아동 母 입원에 봉사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지난 3월 22일 오후 경기 수원시 송죽동행정복지센터 수원새빛돌봄 담당자가 수원새빛돌봄서비스 제공기관인 A+굿모닝전문요양센터 김창미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15살, 12살 형제가 있는 집인데, 엄마가 갑작스럽게 입원하게 돼 아이들을 돌볼 손길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15살 형은 중증 지적장애까지 앓고 있어 혼자서는 일상생활을 하기도 어려운 처지라고 했다.

담당 공무원의 부탁에 김창미 원장은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는 요양보호사 김용자(여·71) 씨가 떠올랐다.

김 씨는 김원장의 설명에 두 말 없이 "내가 하겠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는 김용자씨./수원시

◇ 아이들, 손주 대하듯 따뜻하게 보듬어

김 씨는 그 다음날인 23일부터 3주 동안 주말마다 형제의 집을 방문해 아이들을 돌봤다.

큰 아이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태였고, 둘째는 사람을 무척 경계했다. 입버릇처럼 욕설을 하던 둘째에게는 "나쁜 말을 하고 싶을 때마다 예쁜 말을 하면 기분이 훨씬 좋아진다. 예쁜 말을 자꾸 해 봐라"고 다독였다.

김 씨는 아이들을 손주를 대하듯이 따뜻하게 보듬어 줬고 한 주 한 주 지날 때마다 아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경계심이 심했던 둘째도 김 씨가 가면 반갑게 맞았다.

지난달 8일 김 씨에게는 또 한 번 다급한 요청이 왔다. "사흘 동안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는데, 밤에 아이들과 함께 있어 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김 씨는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내가 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달 9~12일까지 3일 동안 밤에 아이들 집으로 가 잠을 자고, 이튿날 아침까지 아이들을 챙겼다.

큰 아이는 "할머니 옆에서 같이 자고 싶다"고 할 정도로 김 씨를 좋아했다. 송죽동행정복지센터 새빛돌봄 담당 직원과 경찰은 큰 아이의 등하교를 도왔다.

아이들 엄마가 퇴원하면서 새빛돌봄은 마무리됐지만, 김 씨는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그 주 주말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도와 바나나를 사 들고, 집을 찾았다.

퇴원한 엄마의 두 손을 꼭잡고 "아이들을 잘 보살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 씨는 "새빛돌봄 대상자 집에 가서 잠을 자는 걸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걱정돼서 모른 척할 수 없었다"며 "내 나이 되면 무서울 게 없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용자씨가 요양센터에서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수원시

◇ '새빛돌봄'은 힘겨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

10년째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 씨는 직장인 A+굿모닝전문요양센터가 새빛돌봄 서비스 제공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새빛돌보미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A+굿모닝전문요양센터 김창미 원장은 "김 씨는 대상자가 누구든 가리지 않으시고, 부탁을 드리면 기쁘게 수락하신다"며 "대상자를 따뜻하게 대해주시고, 상황에 맞게 적절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해 주셔서 대상자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고 말했다.

김 씨는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면서 주변에 어렵게 사는 이웃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며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대상자들도 나를 믿고 진심으로 대해준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웃음치료사 공부도 하고 있는 김 씨는 "새빛돌보미로 활동하면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새빛돌보미로 일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새빛돌봄은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라며 "기간이 끝난 후에도 지속해서 그들을 보살펴주는 체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수원새빛돌봄은 마을공동체가 중심이 돼 돌봄이 필요한 이웃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꼭 필요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원형 통합돌봄사업’이다. 방문가사와 동행지원, 심리상담, 일시보호 등 4대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득, 재산,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기준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는 동 돌봄플래너가 가정을 방문해 돌봄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돌봄서비스 비용으로 1인당 연 100만 원을 지원한다.

중위소득 75% 초과 가구는 본인 부담으로 돌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동행정복지센터 돌봄창구에서 전화·방문 신청하거나 모바일 시민참여 플랫폼 ‘새빛톡톡’으로 신청할 수 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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