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차 택시운전사, 쏘나타가 없어서 ‘실직’하다

윤연정 기자 2024. 5.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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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택시를 운전한 개인택시 운전기사 이아무개(68)씨가 지난달 28일 휴업 신청을 하고 돌연 운전대를 놓았다.

택시차령제한 제도와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한 제조사의 차량 공급 중단이 빚은 '실직'이었다.

이씨 또한 9년 동안 몰아왔던 택시용 쏘나타 차량을 교체할 시기(지난해 10월)가 다가오자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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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통의 사건
서울 중구 서울역 택시 탑승장에서 개인택시들이 승객을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30년 동안 택시를 운전한 개인택시 운전기사 이아무개(68)씨가 지난달 28일 휴업 신청을 하고 돌연 운전대를 놓았다. 택시차령제한 제도와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한 제조사의 차량 공급 중단이 빚은 ‘실직’이었다. 이씨는 “막막하고 갑갑하다”고 호소했다. 이씨한테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택시에는 안전성 등의 이유로 차를 사용할 수 있는 기한을 제한하는 ‘택시차령제한’ 제도가 있다. 중형 승용차(배기량 2400cc 미만 기준) 기준으로 개인택시의 경우 9년, 법인택시의 경우 6년이 지나면 차를 폐차하고 새 차로 교체해야 한다. 이씨 또한 9년 동안 몰아왔던 택시용 쏘나타 차량을 교체할 시기(지난해 10월)가 다가오자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했다. 점 찍어둔 차는 익숙한데다, 다른 택시 차량에 견줘 가격도 저렴한 쏘나타였다. 유예기간(6개월)까지 합쳐 대폐차(차량 폐차 후 신규 차에 해당 번호판을 부착하는 것)를 해야 하는 시점(4월29일)보다 1년4개월 앞서 미리 택시용 쏘나타 신차를 예약했다.

문제가 불거진 건 택시용 쏘나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현대차는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쏘나타 택시 공급을 중단했다. 저렴한 가격 탓에 다른 차종에 견줘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가 컸다. 이씨의 새 쏘나타 또한 기존 차량 운행 꼭 9년이 되는 지난해 10월을 훌쩍 넘겨, 유예기간까지 합쳐도 차량 운행을 더 할 수 없는 올해 4월 말까지 출고되지 않았다. 이씨는 “계약한 영업소에서 정확한 날짜는 알려주지 않고 중국에서 들여오는 쏘나타를 판매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운행은 못한 채 공제 조합비와 보험료까지 낼 수는 없어 휴업을 신청했다. 실업자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 신차를 구할 수 없는 택시 기사를 위해 택시차령제한제도는 6개월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이 기간을 모두 채울 때까지도 차를 받지 못한 이씨한텐 별반 도움이 안 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령 초과 운행 조항에 따라 택시가 단종됐을 때는 6개월 더 운행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법을 바꿔야 하는 문제라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4조는 택시가 단종되거나 출고가 지연되는 등 부득이한 경우 6개월 더 운행할 수 있다는 규정만 있다. 피치 못할 사정을 입증할 경우 좀 더 유예기간을 늘려줬으면 하는 게 이씨의 바람이다.

택시 업계에선 이씨와 비슷한 사정에 놓인 개인 택시 운전 기사가 적지 않다고 본다. 쏘나타 모델 대신 출고가 빠른 다른 차량을 구매할 수 있지만, 1천만원 이상 비싼 가격이 문제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지난해 대폐차를 해야 했던 택시들은 울며 겨자먹기 심정으로 쏘나타 대신 그랜저, K8 등 차종을 업그레이드해서 새차를 구매해야 했다”며 “지금 쉽게 구할 수 있는 차량 중에 쏘나타 다음으로 저렴한 그랜저도 쏘나타보다 천만원 이상 비싸다”고 말했다.

현대차 쪽은 쏘나타 택시모델 공급을 중단 한 데 기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중국에서 판매하는 쏘나타 택시모델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기로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 초부터 국내에 차량이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다. 자동차 사양에 따라 출고 시점이 조금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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