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눈’으로 불량 부품 족집게 선별… 업무 시간·인력 90% 감축[AI 혁명, 현장을 가다]

이예린 기자 2024. 5. 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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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혁명, 현장을 가다 - (4) LG
LG이노텍 ‘비전기술’
반도체기판 등 정밀부품 관리
안정적 수율로 영업익 21% ↑
LG화학 ‘원재료 스케줄링’
외부환경·내부재고 종합 분석
최적 자원배분 체계 만들어줘
배경훈 LG 인공지능(AI) 연구원장이 지난해 7월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에서 AI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LG 제공

“불량품을 잡아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주요 그룹사 제조 공장에 도입돼, 기존에 필요했던 검사원 수는 물론 업무 시간도 대폭 줄었습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강서구 LG AI연구원 사무실에서 만난 김승환 비전랩장(상무)은 ‘비전(Vision) 검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비전 검사는 LG AI연구원이 ‘컴퓨터 비전(영상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 분야와 관련, 첫 번째 과제로 착수해 개발한 기술이다. LG그룹은 이 기술을 지난 2020년 말 각종 생산라인에 도입, 현재 LG전자와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이 생산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다. 김 상무는 “컴퓨터 비전 분야에서 소비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 만한 가치 있는 기술이 뭘까 고민하다 보니 ‘비전 검사’를 첫 과제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가동에 들어간 LG이노텍 경북 구미4공장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 전체 공정에 AI가 적용된 최첨단 공장이자 연 면적 23만㎡(약 7만 평)에 달하는 이곳은 일명 ‘드림 팩토리(꿈의 공장)’로도 불린다. 이곳에선 AI 비전 검사가 회사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고부가 반도체 기판(FC-BGA)과 모바일 카메라 모듈 생산 공정에서 불량품을 쏙쏙 걸러내고 있었다. LG이노텍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와 비교해 21.1% 늘어난 1760억 원을 기록한 것과 관련, AI를 통한 안정적인 수율 관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LG그룹은 비전 검사를 통해 기존 데이터를 활용해 불량품 선별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걸리던 시간을 뜻하는 ‘리드 타임(Lead Time)’을 90%나 단축했다. 해당 프로세스를 적용한 결과 불량품을 선별하는 데 투입되던 검사원 수도 90%가량 감축할 수 있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당 기술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해외 공장의 검사 수준도 올라갔다. 김 상무는 “해외 공장 직원들은 한국과 견줘 단기 채용 비중이 높아 숙련도가 떨어진다”며 “검사 편차가 생길 수밖에 없는데 비전 기술 덕에 동일한 검사 수준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비전 검사에 적용된 주요 기술 중 하나는 ‘이상 탐지(Anomaly Detection)’다. 이에 대해 김 상무는 “일반적인 불량 감지 AI 모델을 개발할 때 보통 불량 데이터를 충분히 쌓는 과정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며 “이런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활용한 접근 방식이 이상 탐지”라고 설명했다. 이상 탐지는 불량 데이터 없이 정상 데이터만 학습함으로써 되레 소요 시간을 단축하는 방식이다. AI가 정상 데이터의 범위에서 벗어나는 이미지를 불량으로 인식하도록 해 정확도를 높인 것이다.

비전 검사 외에도 공정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원재료 스케줄링’ 역시 LG그룹의 주요 AI 기술로 꼽힌다. LG화학의 석유화학 공정에 주로 쓰이는 해당 기술은 공장에 들어온 원재료를 외부 환경과 내부재고 등을 고려해 최적으로 배분하는 일종의 AI 비서다. 임우형 LG AI연구원 데이터인텔리전스랩장(상무)은 “기존엔 전문가들이 목표한 생산량과 이윤 등 여러 조건을 따져 물건을 언제 입고·조합·생산하고, 어디로 배송해야 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했었다”며 “그런데 이 복잡한 조건들을 모두 고려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며 해당 기술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임 상무는 “원재료 스케줄링은 사람 전문가들을 보조하는 AI 비서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종합적인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해보고 최적의 스케줄을 짜주면, 전문가들이 검토한 뒤 실제로 현장에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LG AI연구원은 지난 2020년 LG그룹이 미래 기술 선점과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조직으로 최근 초거대 AI ‘엑사원 2.0’을 선보이는 등 그룹의 AI 사업에서 중추를 맡고 있다. 엑사원 2.0은 내외부 협력을 통해 확보한 특허·논문 등 약 4500만 건의 전문 문헌과 3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했다. 엑사원 2.0의 언어 모델은 전작과 동일한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추론(AI가 새로운 데이터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 시간은 25% 줄이고, 메모리 사용량은 70% 줄여 비용을 약 78% 절감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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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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